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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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다 보면 고양이 사체를 많이 보게 된다. 자동차에 치이거나 쥐약으로 죽은 시체를 처리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몇년전 겨울, 죽기 직전의 고양이를 데려다가 키운 적이 있는데 한 겨울 추위에 녀석들이 통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빠져나오질 못해 며칠을 굶다가 우리에게 발견되어 겨우 살려놓았다. 한 놈은 숫놈이고 암놈이라 우리는 이름을 고년이 고놈이라 불렀는데 이놈들이 먹고 살만해지니까 커서는 집을 나가버렸다. 야생의 기질이 있어서인지 고양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하길래 그냥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긴 하지만 살가운 맛은 없다. 동네에서 우연히 본 그놈들이 얼마나 잘 먹는지 일반 개보다 더 큰거 보고 참 내자식은 아니지만 잘지내는 모습에 뿌듯함이 들었는데 어느 날 집 옆에 새끼 고양이 여섯마리를 낳아 몸을 푸는 것을 보고 그래도 이것들이 인정은 있구나 싶었다. 아는 척도 안하더니 그래도 집 찾아 온 거 보고 기특하다 싶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을 이제 볼 수 없다. 고양이 책을 읽다보니 고년이 고놈이가 무척 그리워진다. 이 녀석들 밥은 잘 먹고 다니고 있는지...
 
이 책은 좀 독특하다. 여행가로 15년을 떠돌다가 길 고양이를 만나 고양이들과 4년을 보낸 뒤 고양이의 책을 내게된 저자는 고양이 시리즈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시작하여 이번이 세번째 고양이 책이다. 고양이들은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데 저자의 책에 담긴 고양이들은 유독 저자를 잘 따른다. 사진을 찍으면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고 장난도 잘치는 거 보고 참 희안한 고양이들이라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아줌마가 있는데 아줌마별명이 동녕고양이엄마이다. 사는 곳이 동녕마을이고 그 집에서 고양이 엄마하면 사람들이 다 아는데 그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가 너무너무 좋단다. 고양이에게 정을 붙이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이상하게 내가 싫은지 날 별로 따르지 않는다. 아흑 ~
  근데 책에 있는 고양이들은 정말 너무 귀엽다. 하지만 고양이들의 삶이 이토록 처절할 줄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것은 고양이의 삶자체가 킬링필드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정 많다고 소문난 시골에서 고양이의 존재는 텃밭을 망치는 성가신 존재로 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쥐약으로 인해 많은 고양이들이 고양이별에 가고 고양이를 묶어 놓으라고 성화를 부려 끈으로 묶어놓았다가 달타냥은 목이 졸려 죽는다. 겨울에는 굶어죽기도 하고 새끼들을 낳아도 사산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의 문제때문인지 몰라도 고양이도 똑같이 아기를 사산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귀여운 소냥시대를 비롯하여 순진하고 바보같은 사랑을 하는 달타냥, 의리파 삼총사 무럭이, 무던이, 무심이 전원고양이 꼬미, 재미, 소미. 대모의 이야기, 원래 역에 산다고 '역이' 라고 불리다가 삼색고양이라  여기 , 저기, 거기로 부르게 된 고양이들, 우울증에 걸린 고래이야기, 절대 권력묘 아롱이 , 이 고양이들이 겨울부터 봄, 여름까지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날들을 그리고 있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위험할 때 손내밀어주고 아프면 등을 기대고 사랑을 하고 아기를 잃으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나르시즘에 빠지기도 하고 봄이면 꽃밭을 뒹군다. 고양이도 우리와 똑같이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구의 수많은 생명은 공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저자의 글은 감상적이지는 않음에도  담담하게 말하는 묘생의 기록은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따듯하고도 애잔하게 적셔줄 것 같다.  며칠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는 큰 딸이 이 책을 보더니 당장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른다. 게다가 책 맨뒤에는 고양이스티커가 붙어있다. 그것도 큰 아이가 떼어가더니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생명을 키우고 사랑하는 일, 과연 내 아이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파트 한 켠에 고양이의 공간하나 쯤은 만들어주어도 좋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많은 작은 곳의 수많은 작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작은 일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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