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 접한 일본 소설들이 대체로 착하다. 최근 읽은 <가사사기의 중고매장>이 내게 훈훈한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있어 일본소설에 대한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는데 부호형사도 시종일관 유쾌한 기분으로 읽었다. 일본에서 아이큐 178로 유명한 천재작가 쓰쓰이 야스다카의 작품은 최근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마지막의 강한 여운이 오래 기억되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책보다 <부호형사>의 발행이 한참 전이다. 로트레크는 1990년작이고 부호형사는 1978년작이다. 소설이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일본 드라마로도 제작된 것 같은데 암튼 일본에서 부호형사시리즈로 엄청 유명한가 보다. 책의 주인공은 남자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은 여자라 하는데 아무래도 여자형사가 왠지 더 멋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빨간 캐딜락을 타고 다니는 남자형사보다 빨간 캐딜락에는 여자가  더 섹시한 느낌이 ..^^

 

이 책에서는 네가지 사건이  일어나는데 주인공 간베 다이스케 형사는 가진 게 돈 밖에 없다. 그래서 네가지의 사건 모두를 돈으로 해결한다. 젊었을 때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돈을 번 아버지 기쿠에몬이 정의의 천사가 되어 나쁜 일을 해결하는 다이스케를 자신의 젊은 날, 죄의 보상이라며 형사짓 원없이 하고 넘쳐나는 돈 모두 가져다 쓰라고 할 정도로 다이스케의 형사직업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때문에 다이스케는 형사질하면서 정말 돈 원없이 쓴다. 늘 아들을 보며 감탄하는 아버지 " 넌 하늘에서 내려 준 천사야. 넌 분명히 하나님이 내가 번 돈을 다 쓰라고 내려준 정의의 천사야." ( 와 ~나도 이런 아버지가 ....필요해 ^^~)

 게다가 다이스케 곁에는 아버지의 이쁜 비서 스즈에가 있다. 어렸을 적에 데려와 먹여줘 입혀줘 가르쳐줘, 이제는 아버지의 비서로 못하는 게 없고 똑소리 나고 얼굴까지 이쁘고 게다가 늘씬 쭉쭉 빵빵에 보는 남자마다 침을 흘린다. 중요한 건 그런 스즈에가 다이스케를 사랑한다는 거... (다이스케는 정말이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다 ! ~)

 

공소시효가 얼마안남은 5억엔  강탈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이스케는 스즈에의 미인계를 이용한다. 용의자는 네명인데 이들이 아무래도 공소시효를 기다리는지 5억엔의 행방이 묘연하기에 스즈에의 미모를 이용하여 다이아몬드를  선물받게 하는 것이 목적 ! 아니나 다를까 한 놈이 산에서 5억엔 트렁크를 찾는 것이 포착되어 사건 해결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의자를 유인하기 위해 다이스케가 억수로 돈을 풀었다는 것이다. 두번째 사건도 마찬가지다. 성실한 주조회사 사장이 어느 날 밀실살인사건으로 살해당하자 동종업계인 에구사를 의심하지만 도무지 단서가 잡히질 않는다. 여기서 돈만 있는 부호형사 ... 주조회사 하나를 차려버린다. 분명히 범인은 똑같은 밀실살인 사건을 계획할 것임으로 .... 결국 에구사의 모든 트릭이 밝혀지는데.... 돈 많으니 미궁의 사건도 너무도 잘 해결하는구나 ~ ...세번재 사건은 유괴사건인데 이번 사건은 아예 돈을 길거리에 뿌린다. 나도 거기가서 돈 줍고 싶당 ~  네번째 사건 야쿠자 회합 사건에서는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호텔을 통째로 전세낸다.. 정말 이런 남자 천사고 말고 암....

 

등장인물들이 코믹 뺨친다. 아버지는 걸핏하면 자신의 죄타령을 하며 펑펑 울고 아버지는 아들 형사질에 신이 나서 필요한 돈 원없이 대주고 사건해결을 위해 차린 회사가 흑자를 내자 해고라  외치며 적자도 못내냐며 화를 낸다. 게다가 읽다가 당황스러운 것은 천재작가가 갑자기 말을 시킨다. 추리소설의 트릭을 그냥 밝히면 재미없다면서 추리소설을 재미없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둥 하며 시간을 지 맘대로 바꾼다. 하 ~ 진짜  이 사람 천재인가부다 .. 이런 독특한 발상이라니 ^^ 했다. 로트레크 저택살인사건은 잔잔하게 읽었는데 이 책은 좀 소란스럽다.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코믹스러운데 돈 펑펑 쓰는 다이스케를 보며 왠지 만족스러운 이 느낌은 뭘까... 돈 펑펑 쓰면서 즐기는 기분이랄까... 1978년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일본 추리소설이 워낙 잔인하고 강한 작품이 많은 데다가 이상한 사고의 추리소설이 많아 꺼려 했는데 점점 가벼워지고 착해지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을 읽게 되어 흐뭇하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강렬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천재작가의 아주 유쾌한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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