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재익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이재익 작가 또한 역사소설은 처음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길>을 다 읽고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유난히 눈물이 많지만 이 책은 특히나 눈물없이는 읽지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휴머니즘과 함께 들려주는 뼈아픈 우리의 이야기이기때문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조선인 김길수가 전쟁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정은 조선에서 중국으로 노몬한 전투를 겪으며 몽골에서 소련 굴락수용소로, 어어 독일수용소에서 프랑스 노르망디까지 아주 긴 여정이다. 그 사이 열네살의 영수가 어른이 되고 짜즈보이 경식이 총에 맞아 죽고 , 명선이, 정대가 조선땅을 바로 눈앞에 두고 죽고 월화가 여러번의 죽을고비를 넘기고 아들 건우가 열다섯살이 되었다.

 

1권 마지막에 아내인 붉은 여우가 23사단에 끌려와 잡혀있는 것을 길수가 죽은 위안부방에 숨긴다. 몇년만에 조우한 두 사람은 생사를 넘나드는 적진한복판에서 만나자 놀라움과 동시에 아들의 행방을 걱정하는데 둘은 아들을 위해 이 전쟁에서 꼭 살아남자고 굳은 결의를 다진다. 아들이 살고 있는 봉천마을에 꼭 찾아가라는 부탁을 월화에게 남긴채 노몬한전투에 출격한다. 소련군과 몽골족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일본의 열세로 소련에 포로로 잡힌 길수와 영수는 소련굴락수용소에 수감되고 경식이 죽으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조선위안부 벙어리하나코가 조선의 명선아씨라는 사실을 정대에게 말해준다. 정대는 명선아씨를 구하기 위해 트럭하나를 훔쳐서 23사단을 향하고, 그시각 죽은 위안부방에 숨어있던 월화는 일본군에게 발각되지만 소련의 폭격에 가까스로 살아남고 정신이 나간듯 보이는 명선이를 데리고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마사노부대좌의 성노리개로 바쳐진 영수는 거의 넋이 나간채 전쟁에 참여하고 삶을 포기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영수를 바라보며 길수는 안타깝기만 한데 영수가 당한 일을 짐작만 할 뿐이지만 영수가 마치 아들같아서 영수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준다. 소련굴락수용소에서 우연히 조선출신의 소련군 박대위를 만나게 되는데 박대위는 23사단에 소련군의 첩자로 활동하였기에 잡혀온 일본군 사이에 있는 세 조선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잡혀온 세 조선인 스기타와 길수와 영수, 박대위는 스기타가 행했던 잔혹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스기타를 제외한 길수와 영수를 조선에 보내주려 한다. 길수와 영수는 조선에 간다는 꿈에 부풀어 있지만 소련군에서 그런 박대위의 보고는 비웃음만 받게 된다. 전쟁가운데에서 인도주의는 가당치도 않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결국 길수와 영수는 소련의 붉은 군대에 편입되어 전쟁에 다시 참가하게 되고 이번에는 독소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길수와 영수는 이런 무의미한 싸움과 죽지않으려면 죽여야하는 싸움을 피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와 떨어진 허름한 공장에 숨어든다. 독일군을 피해 숨어든 스기타를 만나자 영수의 증오가 폭발을 하고 결국 스기타를 죽이고 영수는 총에 맞은채 길수의 무릎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길수만 살아남아 독일의 포로로 독일수용소에 수감된다. 독일수용소는 역사상 가장 악명높은 곳이었는데 이 독일수용소를  두고 유명한 말이 있다. "사탄도 이런 곳은 생각해내지는 못했으리라." 그만큼 독일수용소는 지옥보다 더 지옥같은 곳이었다. 배고픔에 지쳐 동료를 구타하여 인육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본 길수는 점점 아들의 목소리도 들리지가 않는데 , 프랑스 노르망디에  독일군복을 입고 있던 길수는 결국 미.영연합군에 의해 독일군포로로 발견된다. 미군의 스티븐은 100만 독일군 중 유일한 조선인인 길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스티븐의 아버지가 조선의 선교사로 파견되어 스티븐은 조선말을 알았기에 길수의 기구한 인생역정이 백주대낮 길거리에서 스기타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그날부터  소련, 몽골, 러시아, 독일, 프랑스, 미국까지 길고 긴 여정이란 사실에 놀라워한다. 스티븐은 길수에게 그 길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하고 이에 이 기록은 아내 월화와 아들 건우에게 아버지의 길이란 책으로 건네진다.  

 

나는 이 책이 차라리 소설이었다면 좋겠다 싶었다. 위안부들의 처참한 삶의 고통이, 일본인들에게 잔인하게 도륙당한 조선인들의 아픔이 , 일본인이 유린한 처녀의 비통함이 ,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진실이란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역사는 이토록 아프고 처절한 삶을 간직하고 있다. 게다가 제 2차세계대전속에서 벌어지는 역사적인 사실을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2차세계대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노몬한전투를 시작하여 스탈린그라드 전투, 노르망디상륙작전까지 엮어져 있는 각국의 이해관계와  사실적인 전쟁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의 한장면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무척  길고 긴 장편이 될 것 같은 이야기를 짧고 간결한 이야기로 다른 어떤 역사소설보다도  더 강한 여운과 감동을 남기는 것 같다.  이재익 작가의 역사소설은 또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내 아이에게도 성장하면  들려주고 싶은 이 이야기는 우리가 기억해야할 우리역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역시도  이런 전쟁의 한복판에 휩쓸리게 된다면 내 아이를 위해 무조건 살아남고자 할 것 같다. 우리에게 희망이란 그런 것이니까. 아버지가 싸우기보다는 살아남고자 했던 것처럼.,..   

 

희망은 사치예요, 희망을 품고 있다간 매일 매일이 힘들어져요. 딱 한가지 생각만 하세요. 내일을 맞이하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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