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의 이틀 밤
문지혁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단편집들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 장편을 선호했었는데 단편집의 매력이 무척이나 잘 나타나 있는 책이다. <사자와의 이틀밤>으로 시작하여 총 8편이 실려 있는데 모든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다. 특히 표제작인 이 사자와의 이틀밤이 무척 인상적인데  주인공이 뉴욕에 가서 우연히 조우하게 된 여자친구와 이틀 밤을 보내면서 루소의 [잠자는 집시]에 나오는 사자와 잠자는 집시여인의 모습을 자신과 여자친구의 거리감으로 느끼게 된다.  " 밤새 나는 그녀와 사자가 나오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그녀는 바위 밑에서 떨고 있는 내게 다가와 부드럽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라는 표현처럼  <잠자는 집시>의 집시가 되어 있는 자신과 <잠자는 집시>에 나오는 사자가 된 여자친구를 느낀다. 과거 친하게 지내던 그녀의 눈물많던 모습이 떠오르고 그녀에게는 새로 생긴 연인이 있고 달빛아래 같은 침대에 누워 과거와 현실의 모습이 교차되며 현실과 상상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느낌에서 그녀가 사자일까. 내가 사자일까. 그녀와 나는 <잠자는 집시>의 집시와 사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제 잠에서 깨어나면 사자가 집시여자를 잡아먹게 될까. 아니면 사자는 잠든 집시여자를  바라만보다 사라질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사자와의 이틀밤이 꿈을 꾸는 듯한 이야기이듯이 다른 이야기들도 명확한 것은 없다.  <안녕, 열일곱>에서 서른 일곱살인 과외선생님을 사랑한 열일곱 사춘기소녀의 이야기 또한 과외선생님이 자살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없다. 열일곱 소녀가  지독한 첫사랑의 경험이 준 상처와 아픔속에서 성장하기 위한 홀로서기는  자우림의 노래가사 속에 담겨져 있다. 상처투성이 그 앨 안고 다정히 등을 다독이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의 손에 자란 우주인은 자신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엄마가 분명히 우주에 산다는 믿음을 가진다. <스페이스맨>은 그런 우주인을 통하여 우주에 간 우주인이 우주에서 만난 엄마가 이름이 원래는 안주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에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유머있게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편의 성장소설같은 스페이스맨은 재미도 있지만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 단편이었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은 발렌타이에 만난 두남녀를 통해 화성남자 금성여자같은 캐릭터의 느낌으로 남자와 여자의 이중성을 무척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있었던  단편이었고 <온 더 댄스 플로어>는  DDR 게임의 댄스팀 의 잘 나가는 멤버인 주인공이 군대에 갔다온 뒤로 급변화한 사회에서 느껴지는 고독감이나 쓸쓸함을 아주 신선하게 표현하였다.

<흔적의 도시>는 강간당한 아내가 자살을 한 것으로 알았지만 시간이 흘러 우연히 아내의 메모를 발견한 후 아내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다른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결론은 독자의 몫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호기심.........그건 과연 얼마나 정당할까요? 라는 물음과 함께,

<그랜드 센트럴의 연인> 아주 오래 전 센트럴 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기억해낸 두 연인들의 어지러운 발자국과 오르락내리락 하는 계단처럼 이들의 만남 역시 아리송하긴 만찬가지다.

<골목길>의 주인공 또한 삶이 불안정하기 마찬가지. 예술의 길을 걷다가 느즈막이 생활고로 인해 작가지망생을 꿈꾸던 주인공 앞에  우연히 만난 한 여자 강윤정이 주인공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고백이 의미하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거나 사랑의 종말이다. 

 

진실이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무엇이었다. 존재처럼, 혹은 끝내 완성될 수 없는 소설처럼. 이 소설은 완성이란 이름이 없다. 아마도 작가가  완성이란 이름을 남기지 않은 것은 우리의 모든 삶의 모습이 고정불변의 모습보다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다양한 삶의 모습때문일지도 모른다. 완성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상처와 추억, 그리고 사랑을 한가지의 모습이 아닌 각자 여러가지의 모습이 펼쳐지지만 그  8편의 주인공들은 개성이 각자 뚜렷하다. 그리고  8편의 주제는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아주 매력적인 문지혁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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