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집 홍신한문신서 55
장기근 지음 / 홍신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동방의 주자’로 추앙되고 있는 퇴계 이황을 역사책으로만 접하다가 직접 쓰신 퇴계집을 읽게 된 것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이황이 살던 시대가 무척이나 척박했던 시대였기에 퇴계집을 읽다보면 온통 나라걱정과 임금을 향한 충(忠)언이 대부분이다. 특히 학문을 하는 자세와 학문을 하는 목적이 수양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씀이 무척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지금은 책을 읽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인격수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깊이 있는 덕(德)을 이룬 모습을 보인다면 많은 사람에게 모범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퇴계 이황의 학설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학문에 있어서는 뜻을 겸손하게 하라. 시종을 한결 같이 학문에 힘쓰면 덕이 자기도 모르게 닦아진다.”

“이를 곳을 알아서 그곳에 이르고자 하면, 서로 가까울 수 있고, 끝나는 곳을 알아서 끝나게 하면 같이 의(義)를 지닐 수 있다.”



내용은 시(詩)·교(敎)·소(疏)·차(箚) 및 제문(祭文)과 행장(行狀) 등의 27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록된 시에서 이황의 깊은 향취와 학문의 깊이, 벼슬을 등지고 나이 50에 느끼는 감회를 느끼게 되자 마음이 숙연해진다. 소(疏)에서는 선조로부터 이조판서에 임명되나 사양하고 번번히 환고향을 간청하는 이유를 볼 수 있는데 이황 스스로가 오로지 벼슬에는 뜻이 없고 학문에만 뜻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도산십이곡발이라는 발문(跋文)이 있는데, 이는 자신이 도산십이곡을 짓게 된 연유와 조선의 가요를 평한 글로, 퇴계의 문학관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무진육조소의 내용은, 제1조 계통을 중히 여겨 백부인 선제 명종에게 인효(仁孝)를 온전히 할 것, 제2조 시신(侍臣)·궁인의 참언(讖言)·간언(間言)을 두절하게 해 명종궁과 선조궁 사이에 친교가 이루어지게 할 것, 제3조 성학을 돈독히 존숭해 그것으로서 정치의 근본을 정립할 것, 제4조 인군(人君) 스스로가 모범적으로 도술(道術)을 밝힘으로써 인심을 광정(匡正)할 것, 제5조 군주가 대신에게 진심을 다해 접하고 대간을 잘 채용해 군주의 이목을 가리지 않게 할 것, 제6조 인주(人主)는 자기의 과실을 반성하고 자기의 정치를 수정해 하늘의 인애(仁愛)를 받을 것 등으로, 시무 6개조를 극명하게 상주한 글로서 품격 높은 명문이다.




퇴계집을 통하여 학문만이 깊이뿐만이 아니라 퇴계 이황을 성현으로 추앙되기도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으며 이후 퇴계 이황의 문집들이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유입되어 일본 내 주자학의 주류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데 오늘날 퇴계 이황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대만, 미국, 중국 등 국경을 초월해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도 퇴계 이황이 탐구하려고 하였던 큰 주제가 인간의 수양에 관한 것이기에,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바쁜 나날들 속에서 잔잔한 마음의 고요함을 느끼고 싶을 때 퇴계집에 실려 있는 시 한편 읊조리는 여유를 부려보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시대의 하수선은 여전하니 옛선인과 함께 망중한이나 즐겨볼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