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회빈 강씨 - 소현세자 부인
김용상 지음 / 멜론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요구되는 지도자의 모습이 있다. 조선 왕조 5백년의 역사 속에서 비극의 주인공이었음에도 새롭게 소현세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소현세자에게서 시대의 표상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국한 청나라의 선진문물들을 가난한 조선에 들려와 강하게  만들 꿈에 부풀었던 소현세자를 절망케 했던 것은 다름아닌 아버지 인조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아내 민회빈 강씨, 인조에게는 며느리인 그녀 또한 인조의 명에 의해 사약을 먹고 죽은 비운의 주인공이다.  조선시대의 여성의 삶은 불행했다. 나는 가끔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한다. 조선을 말해주는 두 단어  성리학과 사대부, 그 둘만 생각하는 것도 머리가 아파온다. 허난설헌이 글쓰는 재주로 인하여 소박맞은 채 쓸쓸히 죽어간 것도 서글프고 학식과 예술성을 두루 갖추었음에도 천민으로  태어나 비루하게 살다간  황진이의 삶 또한 서글프다. 그리고 민회빈 강씨의 삶 또한 서글프다.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민회빈 강씨는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던 중 청에서 배정된 농토를 경작하며 농사일 뿐만 아니라 무역을 배워 상인의 기질을 보여주기도 하고 청에 끌려온 조선인들을 속환하기 위해 힘을 쓰는 등 조선여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더더군다나 왕족으로서는 하기 힘든 많은 일들을 한다. 청에 가서 보니 세상이 넓고 얼마나 큰지 몸소 체험한 민회빈 강씨는 조선에 개혁과 개방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온몸으로 깨닫고 조선을 벗어나 조선을 바라보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확연하게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조선에 돌아가 청국에서 경험한 것들로 조선을 강하게 만들고 싶은 꿈을 안고  8년만에 조선에 돌아가지만 조선은 환대는 커녕 차가운 냉대만을 할 뿐이었으니,


" 조선이 오랑캐라고 깔보던 청나라가 대제국 명나라를 제압해 대부분을 수중에 넣다시피 했습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선비들은 입만 살아서 '오랑캐들은 말 달리고 활 쏘고 창 던져서 짐승 잡아먹는 천한 자들이라 우리의 정신까지 지배하지는 못한다'고 하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백성을 위하고 아끼는 지배계층의 마음은 이들이 우리보다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봐도 본받을 것이 많고, 사람들의 일상을 이롭게 해주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용기도 배울 만하다고, 아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인조의 후궁 조소용이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조소용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세자와 세자빈이 이쁠리가 없었기에 기회만 되면 세자내외를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인조는 조선의 왕들 중에서도 용렬하고 비겁하기 그지없는 성품이었으며 자신의 왕좌에 항상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인조가 즉위한 것도 반정으로 했으며 즉위이후에도 끊임없이 역모가 발생하였기에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늘 좌불안석이다. 게다가 인조가 추구하는 대외정책이었던  친명배금정책에 세자내외가 청의 볼모로 지내는 동안 청과 화친한 이유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세자를 아들이 아닌 경계의 대상으로 대하게 된다. 결국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의 중심에는 악녀 조소용의 간계가 있었다.
 
다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하여 한참을 앉아있어야 했다. 권력앞에서는 사람은 이성을 잃는구나 ...그것이 사람이지하며, 어떻게 자신의 아들 손자, 며느리를 모두 죽였을까? 비정한 왕이라니... 사실 이 책이 미회빈 강씨의 이야기로만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민회빈 강씨가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비중이 크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대에 여자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민회빈 강씨가 딱히 시대의 표상의 역할을 한 여인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여성의 몸으로 청에서 한 행동은 현명하다고 보여진다.그러나  이후 조선에서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민회빈 강씨의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역사에 존재했으며 그 역사속에서 조선을 위해 살았던 한 여인,민회빈 강씨를 알게 된 것은 무척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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