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전 2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세 가지의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는 공성전은 1권에 이어 프랑스편인 데포소 대위, 스페인편에서 사업적으로 공생관계인 롤리타 팔마와 페페 로보선장,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추격하고 있는 형사 티손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2권에서 돋보이는 이야기는 살인범을 잡기 위해 스페인형사와 프랑스 대위가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런 모습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만들어낸 규범과 현대사회가 전쟁 가운데에서도 비록 적이고 전쟁중이라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휴머니즘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데포소대위와 티손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보여준다.

 

2권에서는 스토리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데  프랑스인 데포소 대위를 통해 스페인 사람들의 천성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 그리고 이런 스페인 사람들의 천성은 아마도 카디스를 손에 넣지 못한 나폴레옹이 멸망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스페인 사람들의 천성은 바로 무질서와 잔혹함이다. 프랑스군은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조직적인 면이 강한데  스페인군은 무질서한 반면에 명예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은 대규모 공성전에서도 죽기를 각오하고 성을 지키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쉽게 패하기도 하지만 쉽게 일어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불굴의 의지로 달려드는 모습에서는 기가 꺾였다거나 풀 죽은 기색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질서와 잔혹함, 바로 이런 면들이 프랑스인들에게 스페인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푸마갈이 연쇄살인범인 줄 알고 모진 고문을 하고 있던 중 또 한명의 소녀가 잔인하게 살해되어 발견되고 티손형사는 푸마갈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데 범인과의 게임은 티손을 점점 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하고 티손은 범인에게 미끼를 던지기로 한다. 티손은  프랑스의 첩자였던 푸마갈을 내어주고 프랑스의 데포소 대위와 기이한 협약을 맺게 되는데 그러한 미끼에도 범인은 잡히지 않고 시간만 흐르자 초조함에 의한 강박관념이 티손을 지배한다

 

페페 로보 선장은 길을 가다 구걸하는 거지를 만나게 되는데 거지에게서 선원이었던 문신을 보게 된다. 더럽고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 잘려 나간 다리의 흉터를 본 순간 자신의 미래를 보는 듯한 비애감에 빠지게 된다. 평생을 바다와 전쟁이라는 우연의 장에 자신을 맡겨 살아온 거지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느끼게 된 본능적인 미래에 대한 불안감 말이다.

 

티손 형사의 수사를 도와주는 바롤 교수는 살인범이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에 근거한 어떤 현상이 일어나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는 ,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는 특수한 공간이 카디스의 한 지점에 있다고 믿게 되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카디스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타인의 공포와 나 자신의 공포가 한데 뒤섞이는 기이한 공간의 존재, 그곳이 바로 범인의 은닉처였던 것이다.

 

그리고 롤리타 팔마가 소유한 가장 비싼 배인 마르코 브루토호는  아주 중요한 화물을 싣고 카디스에 들어 오는 중 프랑스 해적선에 포획당한다. 마르코 브루토호를 잃게 되면 팔마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고 결국 롤리타는 로보 선장에게 가서 마르토 브루토호를 찾아달라고 말한다. 로보 선장은 결국 자신의 모든 것과 더불어 선원 스물 세명의 목숨을 담보로 프랑스에 포획당한 마르코 브루토호를 찾으러 폭풍우가 치는 바다로 나간다.

 

전쟁 가운데에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에 근거한 연쇄 살인 사건은 카디스가 가지고 있는 기이한 특성 - 바다와 바람을 마주보면서도 수로들로 얽혀 있는 구조로 이루어짐- 을 이용하여 살인하게 된 과정은 조금 추상적이며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극단적 감수성을 동반한 강박관념은 그를 괴물로 만들고 포탄의 낙하지점과 생명의 희생을 자신의 정교함과 불완전한 기술을 완성시켰다는 논리를 만들어 낸다. 마치 그것이 카디스라는 인간의 영역에서 범인은 신의 역할로서 자연의 법칙 그대로 고통을 복원시키는 방법처럼 모든 것을 체스판이 말을 움직이듯 카디스를 체스판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살인범은 신이고 카디스의 인간들은 하찮은 개미새끼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스페인의 작가 레베르테는 그런 살인범을 통해 모든 세계가 신의 손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결국 세상 모든 일은 신의 획책 때문에 벌어졌다는 철학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이다. <공성전>은 역사이야기이기 전에 바로 인간이라는 하나의 개개인의 메타포를 그려내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이 신의 획책으로 인한 것으로 귀결하고 있다. 레베르테를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부르는 이유가 아마도 이런 철학적인 시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성전은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 개개인의 메타포를 보여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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