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전 1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카디스는 거의 바다로 둘러싸인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나폴레옹 전쟁으로  유럽 전 지역이 프랑스에 무릎을 꿇었으나 인구 6만밖에 되지 않는 카디스만은 예외가 된다. 그것은 카디스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인 특성과 함께 스페인인들의 전형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공성전> 이 책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휴머니즘을 내포한 인문서이기도 하며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온 스페인의 카디스라는 항구도시의 역사이야기이기도 하다.

 

1811년 현재 프랑스의 공성전이 시작되었지만 카디스는 영국 군함과 스페인 군함들이 정박중이며 해안과 운하를 넘마들며 종횡무진하는 함포형 소형번선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최강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기에  뭍에 있던 프랑스는 공격시도조차 하지 못한채 적당한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 소심한 폭격을 가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던 프랑스는 바로 코앞에서 스페인 배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멍청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덕분에 카디스는 전쟁중이지만 별다른 제재없이 스페인의 항구도시와 활발한 교역을  하고 있었고 오히려 전쟁으로 인해 유입된 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상업과 모든 면이 전쟁전보다 더 큰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서글픈 비유이지만 포위된 자들이 포위하고 있는 이들보다도 휠씬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카디스 시내에서 어린 소녀들의 시체가 연쇄적으로 발견된다. 소녀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었으며 등에는 채찍당한 흔적과 포탄이 떨어진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까칠하고 잔인한 성격의 티손형사는 범인이 체스게임처럼 연쇄살인을 즐긴다는 것과 카디스라는 독특한 플롯을 내포한 하나의 공간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그런  본능은 티손형사의 딸이 죽고 나서 느꼈던 허무감과 잊지 못할 딸의 향기,딸이 떠오를 때마다 견디기 힘든 고통과 함께 수반되는 고독감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감각이었으며 또 하나의 단서는 200년전의 고전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에서 영감을 얻게 된다.

 

인간은 많은 것들을 보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되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것들이 눈앞에 펼쳐질지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살인 사건 속에서 카디스에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적 수완과 대외적 품격까지 두루 갖춘 롤리타 팔마와  선장인 페페 로보와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러나 명망있는 가문인 롤리타에게 빈털털이인 페퍼 로보 선장과의 만남은 서로 탐색만 할 뿐이고 누구 하나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는데 그 이유는 롤리타가 평범한 여자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팔마가문이 그나마 명문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롤리타의 뛰어난 사업적인 두뇌와 명석한 판단때문이었으며 전쟁으로 인하여 해상무역에 대한 자금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자 롤리타는 스페인 국왕이 허가한 합법적인 해적선에 투자사업을 벌리게 되는데 그 해적선의 선장이 바로 페페 로보인 것이다.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인 여자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자 당황스럽기만 한 선장.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는 프랑스의 데포소 대위와 프랑스에게 카디스지도를 만들어 주는 스파이역할을 하면서 동물박제사 일을 하고 있는 푸마갈의 이야기인데 데포소대위는 카디스를 공격하기 위해 대포의 사거리를 늘리는 연구를 하게 되고 전서구를 잘 다루는 푸마갈이 그려주는 카디스의 지도는 데포소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티손형사는 푸마갈이 스파이 혐의가 있는 동시에 살인범으로 오해하고 모진 고문을 하게 되는데....

 

이들 모두의 이야기들이 조화를 이루어 내며 마치 실제 상황인 듯 생생하게 상황을 그려내고 있으며 카디스라는 매력적인 항구도시를 통하여 이어지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서 공성전이라는 전쟁속에서도 희망을 가지려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작가는 데카르트가 말한 우주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용돌이의 총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처럼 카디스라는 하나의 공간이 세상과 사람들, 사물과 행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상이한 공간으로 카디스를 탄생시켰다.

 거기에 스릴러라는 장르를 첨가하여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 한 가운데에서도 살인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로헬리오 티손을 통하여 휴머니즘을, 페페 로보 선장과 로리타 델마의 로맨스를 통해 사랑을, 프랑스 장교 데포소 대위를 통하여 타인에 대한 휴머니티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이 공성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 공성전>이 역사소설뿐만이 아닌 지적스릴러인 동시에 한가지로 정의 할 수 없는 폭넓은 문학성을 담아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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