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역사 - 중세에서 현대까지 살인으로 본 유럽의 풍경
피테르 스피렌부르그 지음, 홍선영 옮김 / 개마고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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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데토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 라고 말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아있는 기록을 역사라고 칭한다면  이 책 [살인의 역사]는 말 그대로 살인의 기록을 말하는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인의 역사는 실로 오래되었다. 살인이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살인’이라는 단어는 일상용어이다. 그러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살인이라는 것이 범죄의 범주에 넣은 것은 현대 사회에 접어든 이후라는 사실에  놀라움으로 읽게 되었고 소개되는 실제 사건들에 또 놀라웠다.  

사회관념에 따라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르듯이 살인 또한 독점화과정 세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살인의 역사가 시작된다. 첫번째 단계는 성인 남성의 독점으로 , 여성과 아동이 조직적 폭력에서 배제됐다. 두번째단계는 엘리트 계층이 폭력을 독점하는 것으로 세번째 단계는 폭력을 독점하던 계층이 더 큰 조직으로 대체되는 단계이다. 이 책은 이와같은 폭력독점이 두번째 단계에서 세번째 단계로 건너가던 시기인 7세기에 걸친 유럽 내 살인의 역사를 살펴본다.

살인의 장기적인 변화를 볼때 모든 살인의 동기에는 명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뿐만 아니라 명예는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 명예는 순결, 둘째로 수동성과 침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동성이라는 뜻은 그만큼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에게 중요한 명예 중 하나는 여성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명예의 변화에 따라 또한 살인의 인식도 변화하게 되는 데 이 책은 그런 변화의 과정을 총 6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7장은 1970년대 이후의 살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1장에서 볼수 있는 중세유럽의 살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제로 일어난 로미오 몬테규의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세익스피어에 의해 문학화되었는데 이 사건의 기록을 보면 중세유럽의 살인의 동기는 가문의 명예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시대에는 살인이 아직까지는 범죄의 수준이 아니라 가문의 명예나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한 살인은 범죄가 아닌 이유는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것은 자살은 명예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이시대에도 자살은 최악의 죄로 여겼다. 

2장 화해의 키스에서는 명예로운 싸움에 대한 대중의 심리변화가 살인을 불법화하는 것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5세기에는 평화를 거부하거나 깨버린 사람들에게 벌금형이 내려졌으며 추방령이 떨어지기도 했다.17세기 초반까지 이러한 화해의식은 지속되었다.이이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살인을 범죄로 취급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것은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려 하는 것으로 설명되어진다.  현대사회가 살인에 민감하게 된 것을 보면 살인의 불법화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인식의 변화의 시작인 것으로 보여진다.

3장 남성의 싸움의 사회적 분화를 살펴보면 결투가 유럽의 일시적인 폭력 독점을 침해한 것을 볼 수 있다. 결투는 19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결투가 무척 신사적이라 생각이 든다. 결투는 중세 시대 폭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투에서도 명예가 전부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시기의 결투는 명예가 내면화 되었다는 것이다.그리고 이것은 남성간의 싸움의 감소로 나타난다.

4장 여성의 살인과 폭력에서도 보여지는 것은 여성의 폭력과 남성의 폭력에는 한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명예였다. 그러나 강간과 성폭행의 피해자는 오로지 여성이었다. 5장에 이르러서는 영아와 정신병자의 살인이 다루어진다. 조금 놀라운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야 나오게 된 영아살해인줄 알았는데 영아살해에 대한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영아살해 또한 살인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특별범죄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6장 살인의 주변화에서는 연쇄살인이 등장한다. 연쇄살인이 등장하던 시기는 정식 결투가 종말을 고하고 치정살인이 두드러지기 시작할 무렵과 맞물린다. 이것은 남성의 명예에 관한 전통적인 관념이 설득력을 잃고 폭력 사건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정신적인 방어기제로서의 폭력이 점차 증가하면서 살인의 이미지는 극단적 열정이나 가학적 성향증 인간의 어주운 이면과 더욱 강하게 결부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 살인율이 증가하는 현상은 최근 민족국가와 국가 내부의 폭력 독점 현상은 한편에서는 세계화의 압력에,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화의 압력에 ,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워진 지역주의의 압력에 밀리고 있다. 이민과 조직범죄가 국가적인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의 불확실한 상황과 비슷하다. 
 

현대인들은  살인에 대한 공포로 불안해 하고 있다. 저자는 살인의 역사에서 유럽의 살인이 과도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와 책에서 보여주는 유럽과는 환경과 사회가 많이 다르지만 살인이 점점 공포가 되고 있는 현실은 같다고 본다. 실제로 소개되는 사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보여지는 비슷한 살인사건들이 있다는 것을 보아도 인간의 거쳐오는 모습들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현시대의 살인의 흐름은 어디쯤 왔으며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 라는 말처럼 살인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위치와 되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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