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벗과의 대화
안대회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안대회 교수의 <벽광나치오>를 무척 감명깊게 읽었는데 지인께서 <천년 벗과의 대화>를 보내주셨다. 언제나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해주는 안대회 저자의 책, 한번에 읽기는 아깝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마음이다.

 

 벽광나치오에서 보여준 인물들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벗들의 이야기는 안대회 교수가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야기로 옛 책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이들을 살아 숨쉬게 하며 천년 전의 지인들이지만 그들의 삶과 현대인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또한 사회가 변하고 많은 것이 변했다하여도  시대가 추구하는   진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천년 벗과의 대화를 통하여 조금이라도 삶의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 번 쯤은 걸음을 멈추고 삶을 사랑하기를, 긴 호흡으로 우리 인생을 바라보는 계기를 줄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였음을 서문에 밝힌다.

 

 누가 내 꿈을 이루어 줄까? 의문형으로 된  이 기발한 문장은 홍길주란 19세기 문인의 저술[숙수념 (孰遂念)]을 우리말로 ?긴 것이다. 누구가 나타나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 주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표현이면서도 내 꿈을 성취시킬 자 아무도 없다는 절망의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다.홍길주는 마흔 즈음 장년기에 이 저술을 완성하였는데 나이 40이 다 되어 그저 책일고 글 쓰는 문사로 허무하게 노쇠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후에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상상으로라도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이 흥미로운 저술을 남겼다. 내 나이 사십이 다 되어가는데 .....나도 예전에는 꿈이 있었는데 ... 홍길주의 마음이 십분이해가 간다.  그리고 연암 박지원의 벗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진정한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진정한 친구라면 함께하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가 천박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함께하는 행동이 더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의기투합했다고 해서 모두 좋은 친구는 아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친구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친구를 사귀되 친구와 진실되게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그린 내 모습 에서는 심노승이라는 정조, 순조 연간의 문인이 있었는데 [자저실기]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폭로하였다. 그가 자신의 신변잡기에 관한 모든 것을 미화시키지 않고 모든 것을 폭로한 이유를 그는 '죽은 뒤에 자제들에게 맡겨 놓으면 제 어른의 아름답지 못한 치부를 감출 것이 분명하고, 남에게 맡기면 곡해를 하기 쉽다. 죽기 전에 스스로 속임 없이 진실되게 쓰는 것이 차라리 낫다. 혹여라도 진실이 아닌 사실이 발설되면 농부가 잡초를 뽑아내듯 솎아 내면서 자신의 진면을 드러내고 싶다."

진실되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의 내 모습을 바라 볼 줄 아는 거, 나자신을 미화시키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아침은 언제 오는가 , 이 장에서는 슬픈 이야기들이 많다. 이광사의 부인의 죽음으로  인해 처절한 시를 남기게 된 이야기, 진달래꽃에는 이광수의 처절한 한이 그대로 배여있고 시대의 불운을 타고난 향랑의 자살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병리 현상 자살에 대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돌아보게 하며 소통이 가로막힌 사회에서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자살이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이 아닌 사회에서 방조자가 된 적은 없는지에  대해 떠올려 보게 된다.

 

오늘 내가 밟고 간 발자국 에서는 시를 말하는 정치가로서 시인 이항복을 만나볼 수 있고 실학의 선구자로서 알려진 이수광의 지봉유설과 함께 당시 잡학이라하며 천시하였던 학문에  대한 애정을 엿볼수 있게 된다. 언제한번 기회가 되면 지봉유설을 읽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들은 것에만 사로잡혀 작은 지식으로 천하의 온갖 이치를 다 파악하려 하니 될 일인가?

 

마지막장 가던 길 멈추고,는 이 책의 마지막 장으로 윤동주보다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이언진이란 천재시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스물 일곱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시는 사후 100년이 지나서도 아껴 읽는 독자들이 많았으니 과히 천재시인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스스로 자서전을 쓴 심노숭이 병상 일지, 이유신이 그린 [행정추상도] 를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그림 속 장자에 앉아 있는 선비들의 마음을 비슷한 시대의 문인 이용휴의 살구 나무가 있는 산자락 밑의 호젓한 집을 위한 글에서 찾아 보는 데 늙은 살구나무 아래 작은 집 한채에서 협소하고 누추하지만 넒은 세계를 바라보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마음을 이용휴의 시에서 그림은 행정추상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정자에 놀러 나온 선비들의 모습에서 그런 여유와 호기가 느껴져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천년 벗과의 대화>에서 만난 이들은 잘난 사람들도 아니고 시대에서 인정받았던 인물들은 더욱 아니다. 그저 백성이란 이름으로 살아간 서민들이다. 역사가 항상 기록했던 인물들이 아닌 그저 저서로 전해져 내려오던 인물들과 책 속의 한줄로 존재했던 이들을 벗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킨 이 천년 벗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동안 마음에 스며든 가을의 여유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좋은 책 언제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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