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지 마라.

-더글러스 딘

 

서울을 떠나 온지가 얼추 십년이 되어간다. 서울, 익숙한 도시이지만 낯설기도 한 도시를 스케치하여 오랜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책을 만났다. 누구라도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읽는다면 서울의 다른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서울에 살 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면서 오랜만에 과거의 기억속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나는 심각한 길치다.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인지는 몰라도 심각한 길치이기 때문에 집과 회사, 집과 학교 외에 다른 곳을 가는 것을 무척 공포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일례로 명동에 십수년을 출퇴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명동의 지하도를 매일같이 헤맸었으니...작년에 간만에 서울에 가는 길이 있어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는데 이제는 길치가 아닌가부다 했는데 웬걸 ? 지하철을 반대편에서 타서 한참을 돌아야했다. 다행히  2호선이 순환선이니 망정이지 ... 그때 지하철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들로 인해 지루한줄은 몰랐으나  서울의 변화된 모습이 무척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여전히 서울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책이 무척 재미있는 것은 역사와 함께한 이야기 때문이다. 서울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 광화문을 시작하여 경북궁의 이름을 지은이가 개국공신 정도전이라는 사실과 함께 태조를 추억하는 장면이 무척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여기서  정도전에 관한  이야기는 수진궁에서 다시 나오는데 그림도 익살스럽지만 한시대를 풍미하며 조선 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그의 행적들이  이방원에 의해 흔적조차 없어졌으니 사람의 운명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후에 정도전이 살았던 집터가 수진궁이 되어  예종의 둘째아들 제안대군이 살게 되면서  제안대군이 여성기피증으로 인해 결국 장가를 가지 못하고 죽자 그가 몽달귀신이 되어 떠도는 소문으로 수진궁은 한때 공포의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진궁이 있던 자리의 어느 까페에 앉아 스케치한 그림. 몽달귀신이 보이죠 ^^ )

 



 대오서점 내부 종로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낭만에 취해 눈오는 날 명동성당을 거닐어 보는게 꿈어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오는 날 크리스마스이브에 명동성당에 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가본 사람은 다 안다. 넘쳐나는 인파로 인해 낭만은 찾을 수 없고 그저 시끄럽고 번잡스러움에 질려버리는 건 고사하고 깔려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왜 난 바보처럼 그런 곳들만 다녔을까? 책에서 소개해주는 멋진 곳들은 가보지도 못한 채 서울은 언제나 번잡하고 복잡한 곳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정말 좋은 곳,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봐야겠다.



이순신 장군이 있는 광화문 광장 ,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넓은 도로, 세종로도 거닐어보고 종각 사거리에 있는 보신각 종도 조금 더 봐둘걸 하는 후회가 밀려 오기도 한다. 늘 여유없이 앞만 보며 걸었던  내 서울생활을 돌아보며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그 땐 왜 서울을 사랑하지 못했을까.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다는 것을!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안에는 역사이야기와 함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도 세세하게 나와있다. 서울의 건물들이 보여주는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의 모습들을 삽화로 그려주고 있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 두가지를 모두 충족해준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서정적인 스케치를 통해 표현해내고 있어 그림과 이야기 모든 것이  너무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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