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강의 신비
손현철 글.사진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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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과 모래톱을 잘 봐 두세요. 결코 다시 보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4대강 정비 사업(약칭, 4대강 사업은 2008년 하반기부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녹색 뉴딜 사업이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2012년까지 총 14조 원을 투입해 노후 제방 보강과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친환경 보(洑) 설치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어렸을 적 모래를 가지고 놀았다.두꺼비에게 헌집줄게 새집달라는 노래를 하던 시절이 있었고 모래에  발담그며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정부는 모래와의 싸움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바로 4대강 사업이란 미명아래...

 

예로부터 모래는 부질없음과 허무함의 표상으로 아주 하찮은 대우를 받아왔다. 더더군다나 2009년 한반도의 미래는 더더욱 큰 골칫거리로 떠오른다. 4대강 사업을 살리기 위해서 제거해야 할 대상 1순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하찮은 모래에 대해서 진정한 모래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되는 책이 나왔다. 바로 <모래강의 신비>이다. 그 하찮은 모래가 생태계, 특히 하천에서 모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에  대해서 옛선인들의 글과 자료를 통해 저자는 모래가 한반도의 기원이자 기틀이 되어왔음을 말해준다.

 

모래는 자연 수질 정화필터다.

저자는 자료를 통해 우리 강의  수질이 깨끗한 이유는 모래의 오염 물질 제거 기능, 자연 정수 기능 때문이라고 말하며  모래톱이 한반도의 중요한 지형이며 생태적, 문화적으로 모두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우리가 그 남아 있는 모래의 강을 마지막으로 목격하고 증언할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것과 함께 모래강 순례를 시작한다.

 

하천 형태학, 지질학에서 모래톱의 사전적 정의는 "하천이 흐르면서 운반된 토사가 퇴적돼 강바닥보다 높아진  지형." 이다.





마른 갈대는 저녁 모래톱에 바스락거리고

기러기 떼는 가을 하늘을 가로질러 나누나

-서거정 [사가시집] 59권 중에서 -

 



 

한반도 모래강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성천은 낙동강의 지류로,

경상북도 봉화군, 영주시, 예천군을 관통하며 흐른다.

총 110킬로미터의 여정을 거치며 1800제곱킬로미터의 유역에서

끊임없이 토사를 공급받아 모래의 강으로 탈바꿈한다.





내성천은 강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걸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강이자, 한반도의 표정이 가장 다양한 강이다. 시시각각 모래의 등을 따라 갈라진 물결이 흐르는 곳, 장마철과 집중호우기간을 빼면 모래가 물보다 더 많은 사막의 물줄기, 모래강의 대명사,내성천.

 

영국,독일,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유럽 선진국들은 강바닥을 준설했을 때 생태에 미치는 악영향, 즉 하도를 침식시키고 교각 등 구조물을 위험에 빠드린다는 것, 수질이 나빠지고 주변 지하수가 고갈된다는 것 등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책에는 그런 과정들을 실제 사고들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모래에서 싹이 날까? 로 시작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모래에서는 싹이 난다라는 말을 끝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모래는 생명의 시작과 함께 우리네 조상들이 모래톱을 일궈 논밭을 만들어왔으며 그 위에 서원과 정자를 지어 학문을 닦았음을, 물을 머금고 있는 모래는 생명을 가져왔음을 , 모래가 물과 바람을 타고 내려와 지상 곳곳에 자신의 진지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의 한반도는 모래강이라는 생명을 품고 흘러 왔음을 말해준다.

 

한반도의 모래와 모래강은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이란 미명아래 행해지는 것들은 결코 이길 수 없는 무모한 도전, 패배로 끝날 수 없는 우둔한 행동이라 봐야 한다. 모래의 무한한 생명력을 무시한 결과는 아주 먼 훗날에나 확인이 가능할 터이지만 우리 세대는 아마도 4대강 사업을 방관한 책임을 다음 세대들에게 들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살 곳의 모래를 파내서 환경을 파괴한 동참자가 된 것이다. 그것은 모래가 주는 생명의 의미를 모른 채 살았던 잘못이기도 하다.<모래강의 신비>는 환경과 직면하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깨닫게 해주면서도 모래강을 통하여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모래가 가진 생태학적 의미와 함께 문학적인 접근과 더불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모래강과 모래톱을 보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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