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성커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중독]은 2003년에 발표한 성커이의 첫 장편소설이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문단의 집중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으며 제1회 중화권 문학 및 미디어 대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그 후 제14회 광동성 신인작가상과 제8회 광동성 루쉰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표지부터 눈길을 끌게 된 이 책은 첫 순간부터 중독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그것은 바로 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섹스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좌이나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모든 여성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여성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시선때문에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시대는 1990년대로 경제발전을 위해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다른 지역보다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도시 선전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휩쓸린 젊은이들의 욕망은 겉잡을 수 없이 분출되기 시작하는데  자유로운 성의식과 이제 껏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점점 여성위주의 성문화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중독]은 여인 좌이나와 상고머리 첸진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좌이나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속에서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내포한 성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좌이나의 친구 쑤만은 이혼했지만 남성의 노리개가 아닌 성의 주체로서 자유로운 성을 즐기며 살고 있고 여성들 사이에서 당당하고 독립적인 성공한 싱글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여성 위안시린은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여성으로 나온다. 자신의 성자유를 위해 흑인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지만  자신의 위치를 당당히 찾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여인 좌이나와 상고머리 첸진은 처음부터 무언가 어긋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서로 엄청 싸워대면서도 결혼하게 된다. 도시 선전에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좌이나는 생각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둘 사이는 깨소금나는 신혼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 그러던 중  변호사 좡옌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지나치게 현실적적이면서  여자는 무조건  부엌일을 해야한다는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첸진과는 달리 좡옌은 합리적이고 매너가 좋았으며 좌이나에게 잠자고 있던 성을 일깨워준다.첸진과 이혼하고 좡옌과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좌이나에게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좡옌의 딸 좡이신이었다. 첸진과 이혼날짜를 받아놓고 좡옌과의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할 때 첫사랑이었던 지무랑거가 좌이나 앞에 나타난다.그러나 완벽할 것 같았던 지무랑거와의 사랑도 한낱 꿈처럼 사라진다.

 

'아름다운 사랑이든, 행복한 결혼이든 멋진 나이트가운과 같아. 얼마나 많은 욕망이 그 안에 감춰져 있다가 벼룩처럼 튀어나와 나이트가운의 안팎으로 기어 다닐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결국 좌이나의 사랑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인생여정처럼 그녀가 성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안에 숨겨져 있던 성적욕구와 숨겨진 욕망을 발견하게 되지만 인생이 완벽하지 않듯 사랑 또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처럼 보여진다.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활짝 개이는 날이 있는 것처럼 인생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수하게 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것과 같이  좌이나의 긴 사랑여정은 그렇게 인생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성커이작가의 [중독]은 현대인들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현실을 통찰하고 있으며 언어적인 유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직설적이면서도 거북하지 않고 화려한 듯 보이지만 소박하다.마치 여성이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함을 내포하고 있듯이.... 이 소설이 통속적인 것 같은데 통속적이지 않은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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