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실학파들중 가장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이덕무였다. 박지원은 성품으로 보나 글로 대하나 성품 곧음과 뜻을 알기 쉬운데 반해 이덕무는 존재감도 없을 뿐더러 박지원의 글에도 짧게 등장하곤 했다. 그나마 실학파였던 당시 박지원,박제가, 유득공과 교류가 있어서 그렇지 그들과의 교류마저 없었으면 아마도 이덕무의 존재를 우리가 책으로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이덕무는 40년동안 오로지 책을 읽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고 다른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글들은 무척 깊은 수준의 문장이었다고 하는 걸 보아 이덕무의 독서의 깊이를 어림짐작할 뿐이다. 이 책은 이덕무가 직접 쓴 글들을 발췌하여 원본 글을 수록했고 편역자가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감동스러웠던 것은 내가 블로그를 만든지 1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 책을 접하여 감회가 새롭다는 사실이다. 나는 사실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것도 아니고 글을 쓰는 재주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어렸을 적부터 하나 잘하는 것이 있었다면 책을 읽는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의 친언니가 워낙 책을 좋아해  책읽기도 난 잘하지 못하는 구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서로 책을 권하는 좋은 사이지만 어릴 때 꿈이 많은 시절엔 그런 것도 고민거리가 되었다. 다 크고 나서도 일하느라 바쁜 나날이었지만  짬짬이 책을 읽어오던 중 서울에서 이곳 시골로 전입을 하게 된 것이 나의 본격적인 책읽기의 시작이다. 시골엔 친구도 없고 무엇보다 지역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에 적응에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그 중 유일한 낙이 책읽는 것이었다.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사투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울과 시골의 문화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짐도 여러 번 싸곤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점점 적응해 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는데 블로그가 너무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웃과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을 사귀고 마음을 나누다보니 책은 뒷전이고 어느 날 컴퓨터중독자처럼 변해가는 나자신을 보게되었다. 주객이 전도가 된 것이다. 또한 책의 본질은 이해하지 않고 권수가 목적이 되는 우를 범하는 짓도 하게 된 적도 있다. 책을 읽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으로서의 나자신을 돌아다 보게 해주는 책 <책에 미친 바보>를 읽으며 참으로 많은 것이 부끄러워졌다.

 

독서는 입신과 같으니 당연히 처음과 끝의 순서를 잘지켜야지 아무렇게나 할 것이 아니다. 지금 선반위에 있는 몇 권의 책을 대강 훑어보고 곧 싫증이 나서 팽개쳐버린다면, 거칠고 엉성해서 앞에서 잊고 뒤에서  잃고 할 것이니 학문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리고 깨달은 또 한가지의 사실은  책읽기가 인격형성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책읽기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책읽기가 자신의 인격을 높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근 블로그를 하다보니 책을 그냥 읽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책읽기가 나의 생활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서 책이 주는 하나의 진실에 귀를 귀울이는 진정한 책읽기를 해야하겠다.  그 점에서 나는 블로그를 시작할 때 다짐한 것이 있었다. 어떠한 일에도 일희일비(一喜一非)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실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후하게 대하지 말고, 나를 헐뜯는 사람이라고 해서 야박하게 대하지 말아야 한다.한가지 헐뜯음을 들었다고 해서 화내거나 자포자기하지 말며 외려 자신의 몸을 반성하고 잘못을 고쳐야 한다.

 

책 읽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덕무가 전해주는 책읽기를 읽으면서 진정한 책읽기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하는 아주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나온 나의 책읽기를 돌아보게 하며 앞으로는 정말 더 풍성하고도 올바른 책읽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나도 책에 미친 바보가 되고 싶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

모름지기 벗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

책과 노닐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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