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빛 - 아픈 마음의 뿌리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수업,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창재 지음 / 아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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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이 필요한 이유


현대인은 누구나 조금은 정신병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정신병리적 증상으로 인해 고통 받거나 심연의 트라우마를 자각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 더 큰 마음의 병을 떠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를테면 아무 문제가 없던 것들이 마음에 병이 들면 평평한 세상에 양각처럼 돋을새김으로 다가와 평화로운 관계에 갖은 이유로 스스로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의 실체는 시기심으로 또는 신경증으로 또는 수치감으로 씰줄과 날줄처럼 교차하여 정신분열증의 계보를 써내려간다. 그러다보면 내면은 정신의 노예가 되어 만신창이 되고 격정에 휩싸이게 되며 더 나아가 피해의식에 망상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파탄을 맞는다. 정신도 육신처럼 좋지 않은 감정에 마음을 맡기게 되면 파국으로 자신을 나락에 떨어뜨린다. 결코 남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써 정신줄을 잡고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복잡한 현대라는 파도위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건 현대인이면 누구나 다 겪는 감정이다. 현대란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하듯이 유동하는 근대, 즉 끊임없이 움직이며 정신을 위협하는 살아있는 것들의 전쟁이다.



한때 유행가 가사였던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라는 말처럼 ’나‘라는 주제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연구해야 할 주제이다. 가끔은 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철학이 삶을 알게 해주는,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해주는 학문의 역할을 해왔다. 반면 뿌리는 철학으로 시작하였지만 ’정신분석‘은 삶에 심층적으로 다가가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정신분석가이며 프로이트정신분석교육원 원장인 이창재는 『심연의 빛』에서 고통스런 마음의 뿌리를 탐색하려는 진지한 영혼들과 심리상담사들에게 정신분석이 다차원의 인생길을 열어주고 해쳐가도록 돕는 구체적 힘을 안내하고 싶다 전한다. 에릭 에릭슨이 “인생의 각 시기에는 정신의 발달을 위해 애써 대결해야만 하는 고유 과제가 있다.”라는 말을 했다. 따라서 각 시기의 발달 통과의례를 잘 이겨낸 이들이 온전하고 성숙한 정신을 소유하게 된다. 반대로 발달 통과 의례를 잘 거치지 못하였을 경우 성격장애나 악성자기애나 신경증자라는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한 때 나도 모르는 마음의 병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저 남들의 감정 없이 떠드는 농담조차 나에게는 가시 돋힌 말로 들린 적도 있었고 타인을 좋은 마음이 아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 적도 있었다. 자존감은 바닥치고 과거는 종종 수치스러움으로 떠올려지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엄청 괴롭혔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내 정신의 약한 부분이 만들어낸 판타지였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멈추고 심연을 들여다보면 나약하고 어리석은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이 정신분석의 여정이다. 



저자는 성격장애는 특정 상처로 인해 자아 기능이 일부 저하된 것이 아니라 ‘부인’과 연관된 정신의 ‘구조적 결함’에 기인한다고 한다. 정신의 뼈대인 ‘정신 구조’의 변환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정신에 어떤 결함이 있음을 스스로의 힘으로 직면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성격이 불편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한다. 그 불편감은 열등하고 불길한 징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지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의 소유자라는 징표라는 것이다. 아울러 의지와 무관하게 유년기와 사춘기에 운명처럼 구조화된 자신의 특정 정신성을, 지금 이 순간에 운명과 대결하여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가끔 잠 못 이룰 때  팟캐스트 ‘크라임’이라는 오디오를 듣는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랍지만, 그들 대부분이 정신병적 증상을 오래 앓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정신분석이 불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지고 있지만, 정신병적 증상에 대한 치료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정신을 분석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는 건, 일생의 문제인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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