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 에메 세제르 선집 4
에메 세제르.프랑수아즈 베르제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 그린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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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통일된 듯 보인다한국에서 마시는 스타벅스는 중국에서도 같은 분위기와 같은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포르쉐와 볼보 같은 자동차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폰은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오징어 게임은 24개국에서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다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물결과 온라인이라는 커뮤니티 발달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역사의 이면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제국주의논리에 희생당한 시간들이 존재한다이처럼 세계가 빠르게 획일화 될 수 있었던 건 식민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제국주의를 앞세워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터널을 지났기 때문이다우리나라도 일본이라는 제국주의자의 발에 걸려 넘어져 무려 35년이나 식민지로 살아야했다아직까지 과거청산은커녕 일본의 사과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중이며 보상 역시도 받지 못하였다가해자는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잘 살아가는데 피해자들은 아픈 상처 어루만지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와 일본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에메 세제르의 글을 보면서 아픈 손가락만 같았던 식민지 시대의 무거움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콜롬버스가 발견한 이래 원주민들은 대부분 학살당하였고 노예가 되었다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노예무역과 노예제도를 겪었던 에메 세제르는 식민지 기숙학교를 다녔고 어린 나이에 프랑스에 유학을 갔다그는 프랑스에 유학을 간 걸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한다반면 마르티니크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싫어했다해방과 가능성희망의 약속을 가슴에 품고 사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식민지 국민으로 살고 있다는 일종의 폐쇄된 감정과 협소함이 자신을 옥죄였던 시절프랑스 유학은 그야말로 자유와 성공의 길이 열려있는 기회였다반대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물음의 답은 프랑스의 공산당원이 되는 것이었다그러나프랑스 공무원들의 인종차별 앞에서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흑인이라는 사실만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오히려 에메 세제르는 뼛속까지 프랑스인으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우리나라와는 반대로 프랑스의 문화 세례를 받으며 그는 마르티니크 사람보다는 프랑스인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것 같았다게다가 마르티니크인들은 독립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들은 독립을 위한 수단이나 재정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에 독립할 자격조차 없다고 했다식민지 국가들의 입장이 모두 다르듯이 에메 세제르처럼 식민지 국가가 모두 독립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이미 마르티니크는 워낙 원조에 익숙해져 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다결국 에메 세제르는 많은 비판을 받게 되지만 프랑스에 마르티니크인을 모든 면에서 프랑스인과 동등하게 해달라는 법안은 폭발적인 인기와 지지를 받는다. 2001년 노예무역과 노예제도가 폐지되면서 배상이 새로운 접점이 되는데 에메 세제르는 그 배상에 대하여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하기도 한다과거의 아픈 경험은 배상이라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되며 역사이자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것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그는 경제적 보상보다는 과거 희생에 대한 도덕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다인권선언문이 모든 인간이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는 진보적 성과를 우리들에게 가져온 것처럼 우리 모두는 자신과 타인을 위해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에메 세제르의 주장이다우리가 역사에서 이해해야 할 것은 각 민족마다 고유한 문명·문화·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야만·전쟁·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을 주장하는 권리에 맞서 싸워야 한다근본적인 것은 휴머니즘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발전에 대한 권리이다본질은 바로 거기에 있다.



마르티니크에서는 보호장비 없이 농약을 뿌리다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넘쳐난다프랑스와 마르티니크의 만남은 원주민을 학살하고 아프리카 노예를 이주시켜 농장에서 강제로 일하게 하였다지금도 프랑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르티니크 섬의 사람들은 저임금으로 바나나농장에서 일하는데도 에메 세제르는 마르티니크 사람들의 인권이나 복지보다는 프랑스의 복지와 제도권 안에서의 평화를 주장하는 것이 상당히 센세이션하다어쩌면 같은 국가의 국민들을 위해서 인권과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싶었다존중과 평화프랑스인이 되는 것이런 것들은 사실 피상적인 문제들이 아닌가그러나약간 시선을 틀어보면 프랑스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프랑스는 관용과 존중이 정신적 지주가 되는 나라이다어쩌면 그의 주장을 보면 매우 프랑스다운 똘레랑스의 나라다운 사고이다같은 식민지국가였던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누군가 일본을 이해해야만 하며 배상은 불가능하다라 주장한다면 아마 그는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프랑스의 사상가의 자유로운 생각과 주장은 관용의 틀 안에서 식민지 시대가 남긴 것정신적인 유산부분을 더욱 크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


관용이라는똘레랑스의 취지를 다시 떠올려보게 한다타인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것에 대한 존중타인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를 인정해주는 권리에 대해 관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우리 사회는 어떠한가자신의 생각과 성향이념이 다르면 이단으로 단정해 버리고 사이비로 몰아 공격한다이런 극단적인 편견을 심리학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이라 하는데 작금의 한국사회는 집단자폐 스펙트럼 환자처럼 군다. “나는 흑인이다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문장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프랑스령 식민지 국가이면서 흑인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의 일생의 문장은 그렇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흑인 인종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프랑스 공산당원이 되었고 끊임없이 는 누구인가에 답을 해야만 했던 주인공일본의 식민국가로 살아왔지만 일본을 무척이나 싫어하며 일본제품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중인 작금의 우리나라가 되새겨 봐야 할 문제들정말 필요한 건 존중받기 위해 존중하는 에메 세제르의 똘레랑스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우린 한국인이고 한국인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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