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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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날씬하고 게다가 지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며칠 전 드라마 <미스티>를 정주행하면서 앵커 고혜란의 역을 한 김남주의 모습이 딱 현대에 어울리는 여성- 욕구와 욕망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여성들이 가장 추구하려자 하는 욕구는 아마도 날씬하고자 하는, 이뻐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닐까한다. 다이어트가 열풍이고 살이 찐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혐오감마저 느껴진다. 유명연예인들이 펼쳐친 다이어트 비법과 살빼는 방법과 다이어트 식품들은 과열양상을 띨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매일 아침 저울에 올라설 때 키로수의 변화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큰 엉덩이와 나온 배를 감추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는 하루를 보면 외모에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것 같다.

 

『욕구들』의 책을 읽다보니 이상하게 밥이 먹히질 않았다. 캐럴라인 냅 저자는 오랫동안 거식증을 알았고 20년 가까이 알콜의존증에 시달렸다. 그래서일까. 먹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과 살이 찐 사람들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혐오가 한없이 불편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페미니즘과 여성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느낌이 안타까우면서도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았다. 사회적 영향과 문화적 간극을 결국에는 극복하지 못한 채 책을 덮어야만 했다. 성적인 욕구와 페미니즘과의 관계, 사회적 시선에서의 여성성이 가지는 성적인 집착들이 다소 공감하기가 어려운지라 마지막까지 읽어내진 못했다. 42살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한 저자의 예민함과 날카로움, 생을 관통하였던 의존과 강박증에서 벗어날 방법을 결국은 찾지 못하였던 걸까.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음식을 거부하는 걸 무척 객관화하고 싶어하고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자신의 몸을 보며 희열을 느낄 때, 정녕 스스로의 관습과 강요되고 학습된 억압된 것들을 풀어내는 자유를 작가는 무척이나 사랑했던 것 같다. 늘 지금보다 멋진 삶을 꿈꾸고 이쁘고 날씬하고 지적인 여성이 되고 싶지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며 사는 삶은 생각해 본적이 없기에 저자와 나와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던 책이라는 거.  

 

 

욕구는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삶에서 풍요의 감각과 가능성을 느끼고자 하는, 쾌락을 경험하고자 하는 더욱 싶은 수위의 소망에 관한 것이다.-p18 

자유는 권력과 같지 않다-p77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구체적 질문은 더욱 커다랗고 벅찬 질문들-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누구와 자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원할 것인가?-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p94

하나의 불안(체중)을 여러 불안(남자, 가족, 일, 허기 자체)을 맡아주는 장소로 삼고, 극도로 야위고 수척해지는 것을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피해가는 일종의 지름길이자 우회로로 삼으며,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한 모든 허기들을 한데 모아 그 핵심을, 처리해야 할 한 가지 욕구를, 단 하나의 욕구를 추려내는 전략이었다.

정확히 그것이 굶기가 이뤄내는 일이며, 무엇이 되었든 강박이 이뤄내는 일이다. -p99 

영혼보다는 몸에 관해 걱정하는 것이 더 쉽고, 문화가 여자들에게 제시하는 좁은 정체성의 틈새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처음부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쉬우며, 사회적으로 승인된 욕망의 제단에서 예배하는 것이 모든 열정의 표현과 모든 욕구의 만족까지 고려해 자신만의 제단을 건설하는 것보다 쉽다. 다시 말해서, 음식과 쇼핑과 외모 같은 것에 엄청나게 골몰하는 것은 허기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기보다는 허기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어마어마한 노력이다.-p109 

더 날씬해지고, 더 예뻐지고, 옷을 더 잘 입고자 하는, 그러니까 다른 존재가 되려는 이 충동은 무엇일까?-p109 

그것은 안정을 심히 뒤흔드는 일이자 정체성의 끈을 서서히 풀어버리는 일이었다. 정박지에 매어둔 어두운 바다로 둥둥 흘러가고 있는 걸 지켜보는 것 같달까.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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