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가 바꾼 일상 가운데 하나가 TV없이는 살아도 넷플릭스  영화없이는 못 산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즐거움, 바로 영화이다. 영화는 스토리 거대공장이다. 정말 인간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나오는 영화는 그 자체로 센세이션하다. 더욱 매력적인 건 한 번의 생을 여러 번 살게 하는 느낌적느낌? 경험하지 못했지만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느낄 수 없었지만 느끼게 되는 나와 타인의 묘한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매력의 끝판왕이다.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 나의 최애영화는 영화는 『데몰리션』이다.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냉장고를 분해하는 것으로 아내의 삶을 이해하려던 주인공의 서툰 표현방식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서이다. 아픔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어서인가. 우리는 언젠가부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눈물을 흘려야만 슬픈 건 아니다. 그러나, 슬프면 울어야한다. 그래야 안 아프다.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기에 우리는 모두 가슴에 큰 멍울하나 끌어안고 사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차마 알아채지 못한 아픔을 우린 언젠가부터 트라우마라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트라우마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후유증을 남긴다. 일차적으로는 몸에 남겨진 후유증이 여러 증상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삶이 힘들어지면서 이차적인 심리적 후유증이 지배하게 된다.”

 

MBC TV에서 방송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 실화탐사대 》의 재방송을 보았다. 세입자의 협박으로 집주인이 공포에 떨며 제보한 것인데 1층에 살고 있는 세입자는 매일같이 2층에 사는 집주인에게 죽인다는 협박문자를 보내고 마주치기라도 하면 몸싸움으로 하며 집을 나가라고 소리지르기까지 한다. 자신이 사는 집에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며 문단속도 여러 번 하며 외출도 잘 하지 않고 집에서 사는 기척도 없이 지낸다. 전문가는 그 여자를 보며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는데 우울증과 조증을 오가는 정신병이다. 과거의 무언가가 그녀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며 그녀의 과거를 조사해보니 집에 관한 트라우마가 결국은 그녀를 집주인이라는 망상과 집착을 가져온 것이라 한다. 내면 깊숙이 자리잡아 자신도 모른채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는 그 깊숙한 내면의 상처를 끌어올리게 하여 비로소 치유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병든지도 모른채 살아가고 있는 건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란 어찌할 수 없는 필수불가분의 것이다.”

 

《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은 25편의 영화로 트라우마와 함께 설명되어진다. 세 가지 카테고리로 트라우마의 정의와 증상, 트라우마의 치유까지 과정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삶이 다른 것처럼 영화에서 다루는 트라우마의 종류와 증상도 다 제각각이다.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유아기의 트라우마, 전쟁으로 외상성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스나이퍼, 아버지로부터 폭력과 학대로 인해 자기비난에 빠져 사는 천재의 이야기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처방전을 받아볼 수 있다. 트라우마를 겪지 않고 살아갈 순 없다. 또한 트라우마 없이 살아가는 사람 또한 없다. 다만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트라우마를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거나 알면서도 방치하여 병을 키우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심리학과 영화의 만남으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트라우마와 만나는 작업이 그래서 필요하다. 울지 못하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욱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기에.

 

“트라우마가 어떻게 당신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당신의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을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그 증상 때문에 당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