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일기 - 우리시대 문장가 안정효가 안내하는 성장과 성숙을 위한 사색의 문장들
안정효 지음 / 지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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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를 어쩌면 ‘읽는 삶’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자마자 읽기로 시작하며 읽는 것으로 잠이 든다. 읽고 또 읽고 또 읽는다. 그 읽음의 삶에서 나를 위한 읽음은 얼마나 될까. ‘나를 위한 읽음이란’ 읽음이 실제로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어쩌면 읽는 것의 반이상은 읽고 흘려버릴 뿐 삶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다. 나를 위해서 읽는다는 의미는 어쩌면 읽음이 영혼의 피와 살이 되는 깨달음의 영역이아닐까.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성찰이 없는 삶은 가치 없는 삶이라 하였다. 읽고 쓴다는 것은 성찰의 일부이다. 읽고 씀으로 인해 삶을 성찰해 온 것은 인간의 오랜 역사로 자리 잡은지 오래이다. 읽는 것이 읽는 것으로 끝나버리면 성찰이나 깨달음의 영역까지는 다다르기 힘들다. 그래서 카프카는 책이 도끼같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읽는 일기』는 도끼 같은 책이다. 그것도 수많은 도끼들이 가득하다. 바쁘다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정신없이 지내곤 하였는데 그나마 가끔 짤막한 글들의 에세이나 감성적인 산문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키곤 하였다. 쓰는 일기와 읽는 책의 조합인 『읽는 일기』는 바쁜 이들에게 선물처럼 읽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읽었었는데 솔직히 읽는데 일 년 걸린 것 같다. 연암 박지원이 오래 전 글을 쓰는 건 자유지만 아무나 책을 쓰면 안 된다라는 말을 했었다. 깊이 없이 가볍게 책을 쓰는 것을 경계하란 의미였다. 현대에도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구나 깊이 있는 책을 쓰는 건 아니다. 안정효의 글은 그에 부합되는 책이다. 알차고 깊이가 있어 한 번에 읽기 아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읽기에 오래 걸리곤 한다. 

 

경구나 좋은 문장이 가득한 책을 좋아한다면 『읽는 일기』를 추천한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경구나 명언들을 사색하듯 쓰여 있어 매일 일기처럼 읽기에 좋았다.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순간에 가져다주는 적이 없다. 모험이 물론 찾아오기는 하지만, 시간까지 맞춰주지는 않는다. -「인도로 가는 길」E.M 포스터

 

인생이 우리에게 시간을 맞춰주지 않으니 우리가 인생의 시계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

 

곤충이 허물을 벗을 때마다 성장하듯 인간은 자신의 정신적인 허물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성숙하는 동물이다. 허물벗기는 변절이 아니다. 올바른 삶의 길을 탐색하며 시시각각 때를 맞춰 방향을 바꾸는 감각은 성장의 당연한 조건이며 삶의 본질이다. 잘못을 찾아내지 못하고 변할 줄 모르는 인생이 오히려 발육부진을 미완성의 상태에서 답보하거나 정제한다.-p37

 

핸드폰으로 더욱 익숙해진 읽음의 삶 속에서 성찰과 사색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다가온 『읽는 일기』는 유익할 뿐 아니라 습관처럼 책을 읽고 쓰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장들이 많다. 한동안 책읽기를 멀리하고 있을 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 위로를 받았던 건 다름 아닌 지혜의 한 문장이었다. 일기를 쓰는 습관처럼 한 문장씩 읽는 것으로 나를 위한 읽음을 하다보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성찰로 마음이 가득 차는 것을 느끼게 된다. 머리를 도끼로 내리찍는 것과 같은 감동과 깨달음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위한 읽음’이 완성되는 것이다. 카프카가 말한 도끼같은 책, 그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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