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기록, 남자 간호사 데이비드 이야기 - Be a Warrior, not a Worrier
유현민(데이비드) 지음 / 인간사랑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느 젊은 연예기자의 수필집 제목이었다. 서점에서 스치듯 한 번 보았을 뿐인데 뇌리에 강하게 박힌 문장이었다. 가끔 나에게 과한 열정을 기대하는 이들을 향해 한 번쯤은 외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열정 페이라는 말이 있듯이 때론 열정을 담보로 지불해야만 하는 노동력이 삶을 지치게 만들 때도 있다. 열정이라는 말은 좋지만 열정을 요구하는 사회 시스템은 사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버거운 짐덩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곤 한다. 열정적으로 일을 한 누군가에 대한 보상이, 열정의 댓가가 주는 삶의 풍요로움이 지금의 내 모습보다는 훨신 좋아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역시도 늘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하지만, 이 열정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열정의 뒤에 숨겨 있는 길고 긴 인고의 절박함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게다가 나의 꿈을 조롱하는 이들의 시선까지 감내해야 하는 인내의 시간들이 때론 고통과 슬픔, 좌절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그렇게 열정이라는 이름 뒤에는 견뎌야만 하는 다른 시간들이 또 존재한다.


『7년의 기록, 남자 간호사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읽으면 꿈을 이루기 위해 수반되는 그 모든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직업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남자간호사는 거의 보기 드물다. 게다가 데이비드는 자신이 간호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생활을 시작하였다. 현재 미국 최고의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유현민은 통역과 강연, 거기에 온라인을 통하여 남자간호사로서 한국 간호 발전을 위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열정의 기록을 보면 남다른 무언가가 보였다.  한국사회에 남자간호사는 그야말로 소수자( 숫자가 적었기에 minority) 집단이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소수로서의 삶에 불만을 갖고 불평을 갖기보다 ‘수적으로 열세이기에 그저 ‘Minority’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드물고 귀하다고 생각하기에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며 ‘Rarity’로서의 삶을 즐기는 사람.‘ 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내었다. 


몇 년 전 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아니 살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이 있다는 나름의 치기였는지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열정적으로 배움이라는 것이 푹 빠져 지내기도 해봤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시기와 때가 있듯이 나이듦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종종 좌절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 공부를 하는 일은 녹록치 않았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공부를 하는 나자신을 겨냥한 열등감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의 모순이었음을 알았다. 또래 친구들은 사회생활과 다른 취미로 바쁠 때 그들과는 고립되며 꿈을 성취해나간다는 것은 매우 고독한 일이었다. 목표라는 것도 그렇다. 좋아서 하는 일은 목표가 없어도 성취가 가능하고 좋아서 하다보니 하나하나씩 무언가를 이루어 갔다. 꿈이 있어서 일을 이룬 것이 아니라 하다보니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어쩌면 내 나이에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열정의 결정체인지도 모른다. 젊은 데이비드의 7년간의 간호사 여정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삶을 지치지 않고 개척하는 열정이라 생각한다. 너무 높은 꿈을 꾸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무엇이라도 이루어져 있다는 것. 열정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