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년의 공부 -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필요할 때, 맹자를 읽는다
조윤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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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여전히 맹자가 유효한 이유


덥다 못해 뜨거운 6월의 태양아래 그동안 공부하던 모든 과정을 마쳤다. 만감이 교차하며 공부의 의미를 새겨보던 중 맹자의 『 이천 년의 공부』를 한 자 한 자 읽어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현재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은 동양철학이었다. 공자에서 맹자, 채근담, 사기, 관중, 한비자, 손자 등 동양철학은 하나의 층위를 이루며 내면을 단단하게 해주었다. 물론 여전히 외부의 환경에 따라 흔들리고 상처받고 있지만, 동양철학을 알지 못하였을 때의 나와 현재의 나는 상황에 따른 이해나 대처가  확실히 달라져 있음을 느낄 때, 철학이 삶에 작동하는 긍정의 피드백이 상당한 힘이 되어줌을 깨닫곤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용기가 필요하다. 젊었을 때는 용기가 분기탱천하여 어떤 일에도 두려움이 들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어떤 일에든 머뭇거리게 된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였을 때 주저하였던 것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은 반드시 있기에 두려움으로 주저앉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 같다. 


맹자가 제나라에서 왕의 책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고향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이다. 맹자가 관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자, 제선왕은 맹자를 붙잡지 않았다. 맹자를 떠나보내기는 아쉽지만 맹자를 따르는 무리들이 많아 곁에두기에는 부담스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맹자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 제자 충우는 ‘군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라며 맹자가 귀향하는 게 된 것을 원망하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맹자는 ‘천하를 태평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시대에 오로지 나밖에 없는데 누굴 원망하겠냐는 말을 하였다. 이 일화를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데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 바로 이런 자긍심이 아닐까 했다.


살아가다보면 모든 일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일희일비한다면 마음이 상할 뿐 아니라 사기가 떨어져 새롭게 도전하기도 어렵다. 또한 실망해 자책하거나 자존심을 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두 번의 실패로 자신의 가치를 편하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 나는 큰일을 할 수 있다.’ 는 당당한 자신감과 ‘나는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의로운 확신이다. 당당한 자신감과 의호운 확신, 이것이 어려운 상황의 타개책이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p46


극단의 물질주의와 오염된 성공주의가 지배하는 세태에서 맹자가 말하는 인자무적仁者無敵: 인자는 적이없다)는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자가 말하였듯  ‘관대하게 대하면 많은 사람을 얻게 되고, 신의가 있으면 백성이 믿고 따르게 된다. 민첩하게 하면 공을 이루게 되고, 공정하게 하면 사람들이 기뻐하게 된다(논어). 


혐오를 부추기고 자신과 다른 타인이 쉽게 증오의 대상이 되어 상처를 주고받는 삶이 일상이 된 작금의 시대에 맹자의 인자무적과 여민동락, 반구저기의 정신은 혐오를 사랑으로, 증오를 연민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이제까지  타인을 향한 혐오의 증오의 화살을 나에게로 돌리게 되면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 나의 관점에서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공감의 힘은 내면을 다스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현대에도 맹자가 유효한 이유이다.


《채근담》에는 “문장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연스러울 뿐이다.”라고 실려 있다. 이 문장은 말과 글을 넘어 세상의 모든 일에 적용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지나치게 남다른 것을 추구하다보면 오히려 보편성을 잃고 복잡해진다. 핵심을 짚지 못하고 증언부언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은 극치에 도달하면 단순해지고 본질에 충실해진다. 단순함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최상이다. 말과 학문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깊은 뜻이 담긴 말이 가장 좋은 말이다.

“말이 비근하면서도 가리키는 바가 깊으면 좋은 말이고, 지키는 것이 요약되어 있으면서 베푸는 것이 넓으면 그것이 좋은 도다. 


맹자가 가르쳐주는 말과 수양의 최고 경지다.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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