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타인을 비난하기 전

타인을 갖가지 증오 표현으로 공격하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누군가를 항상 마음 깊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훨씬 어렵고 섬세한 일이다. 그것은 지성과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순수하고 투명한 마음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진심 어린 존중과 배려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타인에게 진심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은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감을 키우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믿음과 공공선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준다.

-월간정여울 『반짝반짝』중에서

링컨의 젊은 시절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젊은 시절 링컨은 사사건건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상대방을 비난하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조롱하는 편지를 써서 길에 흘려놓고 가기도 하였고 변호사 개업을 하였을 때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글을 신문에 자주 실었다. 이로 인해 링컨을 평생 원수로 품고 살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 링컨이 타인을 향한 공격과 비난을 멈춘 사건이 일어났다.
사치를 즐기고 호전적인 성격의 아일랜드 태생 정치가 제임스 시일즈를 비난하는 내용을 ‘스프링필드 저널’에 익명으로 투고하였는데, 불같이 화가 난 제임스 시일즈는 범인을 찾아내었고 결국 링컨에게 결투를 요청한다.
결투를 하면서 심장이 오그라든 경험을 한 링컨은
타인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 사건으로
“ 남에게 심판받지 않으려거든, 남을 심판하지도 말라.”가
링컨의 좌우명이 되었다. 링컨은 이후 자신을 악평하던 이를 요직에 앉히기도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정치가가 되었다.

타인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결국
화약고 주변에 불꽃을 던지는 행위와 다름없다. 자존감이란 화약고를 건드려 폭발하기 쉽다. 그 폭발은 사람의 생명도 앗아가기도 한다. 신조어 중에는 벌레 ‘蟲’충 자를 붙여 사용한 단어가 많다.

온라인상에 타인에 대한 혐오와 부정의 표현을 담아
상대방의 틀린 맞춤법이나 발음을 고쳐주면 ‘진지충’이라는 비난을, 아이를 데리고 카페를 찾는 엄마들은 ‘맘충’이라는 비난을,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할아버지를 ‘틀딱충’이라 비하한다.
자신과 취향이나 습관이 맞지 않을 때 언제든지 ‘충’자를 붙여
비난과 혐오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링컨이 남을 공격하고 비난하기만 하였을 때,
제임스에게 받은 결투로 그 행위를 멈춘 이유는
자신이 비난을 하면 상대 역시도
더 큰 비난으로 자신을 비난하게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맘충’으로 비난을 받자 반대로 ‘애비충’이 생겨나듯이
혐오는 고스란히 혐오를 부르는 대상에게 옮겨가 다른 갈등을 만들어낸다.
칼라일은
“위대한 인간은 소인을 다루는 방법으로 그 위대함을 나타낸다.” 라고 말했다.
남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남을 존경하고 배려하는 것은 지성과 감수성이 필요하다. 비난은 바보도 할 수 있지만 깊은 인격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깊음은 쉽게 갖출 수 있는 인격이 아니다. 돌아보면 한때 나도 타인의 비난과 공격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타인의 비난에 참을 수 없었고 공격에 분노를 느꼈지만, 그러한 대처 역시도 부메랑으로 돌아와 다시 나를 더 깊은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하였다. 그때 알았다.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있었던 건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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