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밑줄

예컨대 프로이트는 한 남자가 시도 때도 없이 마리아!라고 외치는 틱 증상을 보이자, 정신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환자는 학창 시절 마리아라는 소녀를 좋아하여 항상 마음속으로 ‘마리아’라는 이름을 되뇌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도중 이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틱 증상은 몇 십 년이 지나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뒤에도 지속된다. 지나치게 억압하려 했기에, 과도하게 통제하려 했기에 오히려 ‘마리아’라는 짓눌린 이름은 틱이라는 증상 또는 실수를 통해 무의식의 고통을 드러낸 것이다.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수백 번 다시 해도 무의식이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 전속력으로 도망치다 제일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이 바로 내가 피해 달아난 그 사람 또는 그것이 된다.”

이렇듯 마음속 이야기는 ‘증상’이라는 무기로 우리의 신체를 공격한다. 정신분석의 키워드는 ‘인정’이다. 그것이 아무리 견디기 힘든 고통일지라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 사람만 없었어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라면서 불행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나에게 선택권이 있었음에도 용감해질 기회, 진정한 나 자신이 될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 거기서 우리의 슬픔이 시작된 것이다. 타인이 내 삶을 쥐락펴락한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둔 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나를 보듬고 쓰다듬기 시작해야만 치유는 가능하다. “세상과의 싸움이 가능해진 상태, 정신분석은 그것을 치유라고 부릅니다.” 치유는 ‘행복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행복을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상태에 가깝다. ‘행복한 사람’이 되게 만든다기보다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신분석의 진정한 목적이다. 착한 척, 기쁜 척, 행복한 척하지 않기. 바로 그 솔직한 받아들임에서 진정한 치유는 시작된다.

-월간정여울 『달그락 달그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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