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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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여울의 2콜록콜록은 치유에세이다. ‘콜록콜록아플 때 나는 소리인 것처럼 마음에 감기가 걸렸다면 치유의 약이 되어준다. 겨울 내내 기침을 달고 살다가 봄소식이 들리니 기침이 사라졌다. 겨울과 기침, 그 연관성을 잘 모르겠지만, 콜록콜록 기침이 날 때마다 가슴 한켠도 저리듯 아팠더랬다.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지만 나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일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책에만 매달리며 겨울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가족이든 연인이든 스승이든 상관없이 그의 아픔이 온전히 내 이름이 되는 순간의 고통을 고스란히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일을 멈출 수 없기에 반드시 너에게서 나에게로, 그녀에게서 그에게로,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건너가야만 한다. 당신의 아픔이 존재의 굳건한 장벽을 뚫고 마침내 내 심장에 도달했을 때, 사랑은 일시적인 감정을 넘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차원으로 비약한다.-p13

 

돌아보니 그랬다. 내 사랑은 언제나 나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머물러만 있는 사랑은 물이 고이면 썩듯이 심장에 고여 찔러댔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스승이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에는 나의 굳건한 벽을 깨어 타인에게 흘러들어가야만 아프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 나의 아픔에만 집중하다보니 타인도 나만큼이나 아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니 내 심장을 찔러댔던 것은 나라는 자아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공감이라는 일러스트를 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자가 절벽에 떨어진 여자를 구하기 위해 내민 손을 잡았다. 남자는 바위에 깔려있고 여자의 팔은 독사가 물어 서로가 무척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원망한다. 서로가 내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너는 힘을 내지 않는 거지.’ 하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는 일이다. 서로 좋은 사람이었다가 돌아설 때는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고, 그 틀어짐으로 인해 마음 아파한다면 상대의 깊은 곳에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같은 고통을 가지고 있고 말하지 않아도 같은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불혹이 넘어서야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나에게만 집중했던 것들이 타인에게 건너가 그 속의 아픔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뿐만 아니라 가장 어두운 시대에도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 - J.파머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는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라 노래했다. 예전에는 그 뜻을 잘 몰랐다. 콜록콜록을 읽으면서 왜 인간이 기침하는 존재인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삶이 지속되는 한 인간은 슬프고 아플 수밖에 없는 존재다. 사랑하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건너가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굳건한 서로의 장벽을 뚫어야만 하는 관문을 거쳐야 이를 수 있다. 콜록콜록, 기침하고 있다면 다가오는 봄햇살에 마음문을 활짝 열어두어야만 한다.

 

무명도/이생진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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