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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는 불편하지만 페미니즘은 해야 해
김지우 지음 / 인간사랑 / 2019년 2월
평점 :
워마드와 페미니즘, 두 단어가 동음이의어가 되어 가고 있다. 몇 년 사이 여성혐오로 인한 사건사고가 심심치 않게 터진다. 페미니스트는 한때 기울어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평등을 주장하는 합리주의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워마드라는 극단적인 여성 집단이 페미니즘과 함께 하자 비뚤어진 성차별주의자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메르스와 이갈리아와 합성어로 만들어진 ‘메갈리아’는 메르스가 발병하던 당시 메르스를 옮긴 최초의 사람이 여자라는 여성혐오글이 한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시작되었다. 여성이 메르스를 옮겼다는 글에는 남성과 여성들이 서로를 혐오하는 난장판이 댓글로 이어졌고 이때 설전을 벌였던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사이트가 ‘메갈리아’다. 이들은 여성을 혐오하는 일베라는 극단적인 사이트와 대립하였고 한남과 6·9 등 남성혐오 단어를 생산하였다. 이후 내분으로 인해 메갈리아가 해체되면서 워마드 사이트로 서식지를 옮기게 된다. 어찌보면 기형적이어 보이는 메갈리아와 워마드 집단은 한국여성재단에서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변화의 축으로 인정받는다. 이들은 메갈리아를 가장 동시대적이며 가장 솔직한 여성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3세대 페미니스트’로 분류하였다고 한다. 이런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여성 집단주의가 현재 페미니즘의 변질된 형태의 역사이다.
이수역 여성혐오 폭행사건은 단순 술자리 시비에 불과하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로 인해 이들 워마드의 기폭제가 되었다. 화장을 안하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맞았다는 여성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남성을 처벌해달라는 글을 올렸고 하루만에 20만명이 참여하여 이슈화 되었다. 이후 드러난 진실은 여성이라서 일어난 폭행이 아니라 남성혐오 발언으로 시비가 붙어 불거진 사건이었으며 청원을 올렸던 여성은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보였으나, 사회적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사건에 대한 발언이 난무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으나, 사회적 접점은 찾지 못한 채 페미니즘은 뜨거운 감자로 남겨졌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 단순 사고에서 나아가 여성혐오 폭행사건으로 둔갑하여 포털사이트에서 빠르게 이슈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의 파급력을 이용할 줄 알았던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사이트가 주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성 혐오가 팽배한 사회에서 분노와 갈등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춰 기형적인 여론을 형성한 결과이다.
『워마드는 불편하지만 페미니즘은 해야 해』 는 현사회의 여성의식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는 책이다. 워마드와 페미니즘이 동음이의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에서 결국 이들의 기형적인 여성주의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비뚤어진 성차별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가 얼마나 넘쳐나는지 신조어를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결혼을 한 후 자신의 이름은 사라지고 구누구 엄마로 불려 00맘, 00맘으로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던 문화에서 언젠가부터 맘에 벌레 蟲충 자를 붙여 ‘맘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식들을 위해서 물불을 안가리는 일부 몰지각한 맘들을 향한 공감이 모성애 영역마저도 벌레 충이라는 혐오의 접미사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페미니즘 단체들은 워마드와 선을 그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만 이유 없는 불편함은 거부해야 한다. 혐오는 군중을 선동해 ‘내 편’으로 만들기엔 좋은 수단이지만 정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만 만들뿐이다. 페미니즘과 워마드의 결별은 앞으로 페미니즘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주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것이 페미니즘을 더 오래 지속하는 길이다. -p214
여성들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혐오의 중심에 여성이 있고, 여성을 남성과 대립하는 존재로서 부각시키며 남성과의 차이를 차별이라는 배척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하는 워마드의 방식은 위험해 보인다. 파울로가 말하였듯이, 이분법적 사고는 악마의 셈법이다. 1과 2라는 숫자에는 소숫점과 무한대의 숫자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유명연예인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도 증가한다. 삶에는 여성과 남성의 삶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삶이 존재한다. 차별과 배척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혐오를 혐오로 대항하다보면 다양한 사회에서 공존의 의미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워마드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려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극단의 이분법에서 탈출하여 여성인권을 위한 합리적인 젠더 주의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