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의 감성 학교 (월간 정여울 세트) - 전12권 - 오늘 우리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똑똑

 

굳게 닫힌 마음에 누군가 똑똑 노크를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일상에서는 긴장과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우며 살아간다. 상대를 다 알지 못한 채 마음을 다 내어주고는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절망감은 오롯이 내 몫으로 남겨지곤 한다. 이왕이면 마음 문에 대못까지 꽁꽁 박아 그 어떤 노크에도 문을 열어주고 싶지 않을 때, 월간 정여울의 목소리가 마음에 노크를 한다. 겨울 내 닫아 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달라는 소리처럼, 겨울 내 얼었던 산천이 우수雨水로 봄 틔움을 알려주는 소리처럼. 똑똑!!

 

월간 정여울의 감성학교는 에세이와 산문을 넘나들며 감성 넘치는 인문 잡지를 지향한다. 매달 한 권의 인문서를 정여울이라는 이름을 걸고 새롭게 시도한 아날로그 인문잡지이다. 의성어로 이루어진 감성학교제목에서부터 정여울의 감성 인문학이 돋보인다. 똑똑으로 시작하여 도란도란으로 마무리되는 인문잡지를 읽다보니 어느 샌가 풍경이 바뀌어 있고 어둡고 긴 터널의 끝에 다다라 있다.

 

똑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꼽아 보라면, ‘어쩌면에 대한 부분이다. 내 인생의 수많은 어쩌면. 사실 이런 긍정의 단어는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쳐나는 긍정의 말들, 희망고문으로 버터내던 지난 날들을 떠올리면 가끔 화가 나고 후회가 문득문득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나는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걸으면서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수많은 가정들, 어쩌면 잘 하고 있는지도 몰라하며 건네는 수많은 위로의 순간들을 이 어쩌면하나로 버텼는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곳인지도 몰라. 그러니 똑똑!! 문을 열어보자!

 

사고를 제한하지 않고 무한히 확장하게 만드는 단어 중에 '어쩌면'이 있다. 고병권의 다이너마이트 니체를 읽다가 니체야말로 '어쩌면'의 철학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이야말로 미래에 도래할 위대한 철학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부사다. '어쩌면'은 온갖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험에 몸을 던질 줄 아는 자의 부사다. 세계를 의심하며 해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믿고 바꿀 용기가 있는 사람의 부사다. '어쩌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라' 라는 희망을 고취시키는 철학자, 상황이 아무리 나쁠지라도 혹시나 우리가 있는 힘을 다해 부딪히면 달라질지 모르는 세상을 향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철학자야말로 미래의 철학자가 아닐까. '역시나, 짐작하던 그대로 절망적이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 '어쩌면 우리가 삶을 걸고 도전한다면 새로워질지도 모르는 세상'을 긍정하는 자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우둔한 순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월간 정여울 '똑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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