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비록 네가 똑똑하지도 정직하지도 않고,
비록 네가 거짓말쟁이고,
이기적이고,
개자식이라도
난 널 미치도록 사랑해.

-밀란 쿤데라,<느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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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다 알지 못한 채 마음을 내어준다.
상대를 다 알고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
알면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다.
가까워지면 찔러대는 고슴도치처럼...
알지 못하기에 내어준 가슴에 가시가 박히더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우리의 생이 사랑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랜 습관처럼 사랑에 길들여져
마음을 내어주지만
다가가면 찔려대는 가시에
상처받고 슬퍼하는 숙명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제는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사랑이 깊다고 하여 헤어짐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며
나의 사랑이 깊다고 하여
어그러진 인연의 조각을 다시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때로는 기억처럼 흐르는 강같은 사랑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랑했던 기억이 비록 허상일지라도
깨지 않는 꿈으로 남겨두어야 하며
누구나 다 그렇게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아픔 하나 정도는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을
다 알지 못한 채 마음을 내준 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추억처럼 빛을 내듯이
길고 어두운 생의 터널을 밝혀줄 사랑 하나 정도는
가슴속 깊은 곳에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을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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