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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의 고요를 가르며 세상에 나왔을 때, 삶의 고행은 시작된다. 천혜의 요새인 에덴동산에서 삶에서의 위험요소들을 제거해 주는 보호막은 선악과로 인해 깨어져버렸다. 인간에게 천형과 같은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한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을 철떡 같이 믿으며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무한긍정의 피드백으로 존재자체에만 의미를 두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은 태어나면서 씌워주는 또 하나의 페르소나에 불과하다.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사랑을 하는 존재로 사는 것이 인생을 더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누구나 존재로서 의미를 부여받고 싶어 하지만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천형으로 혼돈의 세상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 삶을 완성해가야만 한다. 방황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무의미한 삶을 의미있게 해준다.
태초는 혼돈에서 출발한다. 그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추구하며 질서정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칙이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질서라는 규범 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서로 다른 삶의 규범들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다면 충돌에서 오는 고통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다. 질서정연한 사회 구조 안에서 나만의 삶을 견고히 쌓아 올릴 수 방법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조던 B. 피터슨은 12가지 법칙으로 소개하고 있다.
자연의 이치는 인생의 법칙보다 더 오래된 필연의 법칙이다. 인류는 엄청 오랜 시간을 자연과 공생하여 왔으며 자연의 이치를 통해 삶을 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그 가운데 공룡보다도 더 오랜 생명력을 지닌 바닷가재의 이야기가 인생 법칙 첫 번째인 ‘어깨를 펴고 똑바로 걸어라’이다. 무려 3억 5천만 년을 넘게 이 땅에 살고 있는 바닷가재의 생존법에는 인생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정립해야 하는 이치가 있다. 생명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서열 구조.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뇌에서 먼저 자각한다. 수컷의 우두머리가 된 바닷가재는 스스로를 권력자로 인식하며 위풍당당하며 세로토닌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반면 짝짓기에 실패한 바닷가재는 어깨가 위축되며 세로토닌 수치도 낮다. 이것은 인간의 법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열이 낮은 인간은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며 짝짓기에 실패한 바닷가재와 같이 세로토닌 수치도 낮다. 이는 서열구조를 뇌에서 먼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데 스스로를 서열 구조에서 상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충분히 인생을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서열 구조 상위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며 어깨를 펴고 똑바로 걷게 되면 뇌에서 승리자로 인식하여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주며 질병과 고통을 겪을 확률도 낮추며 수명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지배 구조에 익숙한 사회 구조 속에서 서열 1위가 된다는 것은 육체보다 정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스스로를 서열 상위로 여기며 어깨를 당당하게 걷는다면,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지금 현재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게 된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니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아는 것, 좋은 삶의 출발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생의 법칙 4는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이다. 우리 내면에는 우리를 잘 아는 비평가가 살고 있다. 내면의 자아는 시시때때로 선택의 기로에 있거나 갈등에 봉착하거나 삶의 난관에 부딪혔을 때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그러나 이때 자아비평가는 내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혹한 자기 부정과 비관적인 말을 쏟아내며 스스로를 가혹한 채찍질을 해댄다. 이런 냉혹한 자기비판에 휘둘리다보면 좌절과 부정이라는 현실에 굴복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나 자신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결국 자아 비평에 빠져 자신의 삶을 부정하여 더욱 고통에 빠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그것을 이겨내려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와 내면의 자기비판에 귀기울이지 말며 오직 어제의 나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마음이 병드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기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며 첫 번째 법칙 ‘어깨를 바로 세우고 당당해야 하는 것’이 인생의 뼈대처럼 견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삶에서 어쩌면 가장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었던 판사 이반의 삶을 왜 톨스토이는 ‘단순하고 평범해서 끔찍한 삶이라 하였을까. 여기에 피터슨이 정답을 말해준다. 아무 문제없이 잘 사는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 한다. 모두에게 미소를 짓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해 본 적은 없으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며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도 모르고 물고기 떼의 작은 존재처럼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한 번도 타인에게 솔직한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 스스로에게도 솔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던 이반 일리치의 삶은 그래서 끔찍하다 표현된다. 이반은 귀족으로 가장 순탄한 삶을 살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진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진짜 모습조차도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하며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생의 법칙 7인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가 왜 중요한지를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미친 사람만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있다. 모래 위에 지은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의 외관은 사상누각처럼 포장될 수밖에 없다. 인생 제 1법칙에서 뇌에서 스스로를 상부 구조에 위치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라는 말은 정신적인 면이 곧 인생을 지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내면에서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사랑받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왔는가. 하지만, 그것조차 사상누각이었다. 타인의 욕구에 맞춰주기 위해 시간을 탕진해 왔다는 것을, 그래서 우린 종종 상처받은 아기새처럼 굴었다.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지 않은 채 나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법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한 존재이기 이전에 사랑하는 존재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나’라는 존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