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황은 참담했다. 합리적인 지식을 따르면 삶을 부인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신앙에서도 이성을 부인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나에게 이성을 부인하는 것은 삶을 부인하는 것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합리적인 지식에 따르면, 삶은 사악하고 사람들도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굳이 살 필요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과거부터 줄곧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 나 자신도 삶이 무의미하고 사악하다는 걸 오래전에 알았음에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말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비관적 생각에서 벗어나려 엄청나게 노력해 몇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그런 문제를 아예 생각하지 않던 어린 시절의 무지함으로 회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골치 아프게 생각할 것도 없이 무작정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에 사악하고 무의미한 삶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다. 톨스토이는 세 번째 방법을 나약함과 동일시하며 “이 범주에 속한 사람들은 죽음이 삶보다 낫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성적으로 행동할 힘도 없고 자살로 그 망상을 끝낼 힘도 없다.” 라고 말했다.


그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탈출 방법만이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네 번째 방법은 삶이 사악하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깨닫는 순간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매우 강인하고 논리적으로 일관된 사람들만이 이렇게 행동한다. 삶은 결국 멍청한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축복이 더 크다는 것,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은 이 멍청한 장난에 작별을 고한다. 밧줄에 목을 매달거나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심장에 칼을 박거나 달리는 기차에 뛰어드는 등 멍청한 장난을 끝낼 방법은 많다. 


-『12가지 인생법칙』 중에서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대문호의 반열에 성큼 올라섰을 때 그는 화려한 갈채를 등진 채 신과 인간 구원 문제를 탐구하고, 청빈, 자비, 금욕과 단순한 삶을 열망하면서도 물질의 풍요와 안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빠졌다. 톨스토이는 자기모순과 혐오감이 주는 고통에 빠져 한때 자살을 염두에 두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독서에 매달리며 해답을 찾으려 했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뜻밖에도 평범한 농민들의 삶에 크게 감동을 받는다. 결국 그는 삶의 쾌락을 포기하고 노동과 고행하는 삶을 받아들인다. 정신적 위기를 겪은 후 톨스토이는 도덕적인 주제를 담은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하며 모든 재산을 가족들에게 주고 모스크바 빈민굴에 들어가 가난과 굶주리는 사람들 편에서 글을 쓰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남은 생을 바쳤다.

삶은 고통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삶의 비관적인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톨스토이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죽음을 천착하는 것에서 비롯됨을 깨달았다. 우리가 고통받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고통에 집착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비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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