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정의란_무엇인가

1.정의롭지 못한 사건서술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줄을 서 있는 일반적인 줄서기와는 달리 프리패스라 크게 쓰여 있는 줄에는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줄을 서는 맨 앞줄로 다가가보니 프리패스를 이용하려면 요금을 더 내어야 하며 온라인으로 한 시간 전에 신청가능하다 적혀있었다. 과거 마이클 샌델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말하였듯이 자본주의 사회가 시장경제 체제로 바뀌어 가면서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세상을 목도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돈으로 무엇이든 사는 행위를 너무도 당연한 행위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거부감이 전혀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인지도 모른다. 도덕이라는 가치와 개념은 점점 무감각해지며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를 시장경제 사회라 샌델은 정의한 바 있다. 실제로도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던 사건 사고들이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것만 보아도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시장경제가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놀이공원의 프리패스와 같은 새치기권 판매행태를 보면서도 돈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당연시되는 사회분위기가 향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칠 도덕적 논리까지도 걱정이 되는 이유는 돈이 생활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 프리패스는 왜 정의롭지 못 할까
최근 수 십 년 동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시장사회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과는 달리 비경제적 재화에 가격을 매기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도덕적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이클 샌델은 시장논리가 ‘도덕논리‘로 설명되어야 하며 경제학자들 역시도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모든 것을 사고판다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위기의식이 대두되는 이유를 말하자면, 두 가지이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 때문이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상품화가 됨으로 돈이 소중하게 자리잡게 되면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프리패스가 정의롭지 못한 것은 이처럼 불평등과 부패가 깔려있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정의를 "모든 도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비교조차 안 될 만큼 가장 신성하고 강제적인 것.“ 이라고 했다. 반면 존 로크는 ”인간의 자연권을 어느 국가도 넘어설 수 없는 매우 강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의 관점은 한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안에 작동하는 불평등과 불의를 해결하는 데서 나타난다. 하지만 정의가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가치가 토론되면서 도덕적 주체의 반성대상이 된다. 때문에 정의 개념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적용 시점에 따라 상이한 평가가 가능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정의는 ‘한계’를 가진다고 하였다.

위와 같이 정의는 사회적 약속과 책임, 도덕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도덕적 가치를 무시한 정의는 정의가 될 수 없다. 프리패스에 깔려있는 불평등과 부패에 길들여 자란 어린아이들은사회적 약속과 도덕적 가치를 돈보다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자연적으로 인간은 물질 아래로 두고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당연시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본주의보다 더 심각한 시장경제인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3. 대안은 있는 것일까?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프리패스와 같이 편리한 기능은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허나, 우리가 더불어 아름다운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편리함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 불리우는 부탄은 여행객들의 증가로 자국민들이 농사일에 전념할 수 없다고 하자 여행객들 수를 제한하였다. 돈보다는 국민들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가치의 문제인 것이다. 도덕적 가치가 모호해지고 이제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부분까지 돈이 모든 삶에 파고들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도덕적 가치와 돈의 가치를 구분할 줄 알아야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프리패스가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불평등과 부패라는 경계해야 할 시장논리가 담겨있듯이 불편하더라도 정의의 길을 추구하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한다. 불평등은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오고 정의는 노력해야만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인생우화』에는 바보들이 사는 헤움마을이 나온다.
지상에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모아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든 다음 다시 지상에 내려보내겠다고 한 신의 심부름으로 천사들은 바보들을 모았다. 그러나, 한 자루에 담기에는 세상에 바보가 너무도 많아 산을 오르는 중간에 자루가 터져버리고 만다. 그곳은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마을이었는데 신은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바보들끼리 모여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지켜보자고 한다. 이때부터 헤움에는 세상에서 어리석은 바보들이 모두 모여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이웃마을의 부유함이 부러웠던 바보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세상의 정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부 이하일과 양복장이 이체크를 보내 정의를 구해오라 한다. 배를 타고 가던 중 보물처럼 아끼는 상자에 정의가 있다고 듣자 100달러를 주고 사왔다. 정의를 사 왔다는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자, 그때서야 상자를 열어본 이들은 썩은 생선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은 긴 여행으로 정의가 부패했다 생각하며 정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가 구입한 정의에서 악취가 나는 이유는 세상 어디나 정의가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정의를 바로 세워야합니다.˝

결국 정의는 현실에서 추구해야만이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정의는 부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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