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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의 반란
스티브 리처즈 지음, 장서연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오바마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며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는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당시 가장 많은 검색 후보자였다는 사실만으로 빅데이터의 정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허나 트럼프가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여론조사는 클린턴의 우승을 예측하였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있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는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여론조사의 결과와는 전혀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다. 거기에 또 아웃사이더들의 갑작스런 부상은 세간을 더욱 놀라게 했다.
아웃사이더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 이들의 행보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는데 박원순은 최초의 3선 시장이라는 기록을, 이재명은 민선 5·6기 경기도 성남시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민선 7기 경기도지사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의혹과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박원순의 아들 박주신은 병역비리의 논란을 일으키고는 아직 영국에서 귀국한 적이 없다. 이재명은 성남시장직에 있을 때 있었던 사적인 문제에서부터 공적인 문제들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아웃사이더들의 등장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웃사이더들의 혜성 같은 등장과 함께 이슈몰이에 성공하면서 주류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당의 정체성을 지닌 정치인들이 성공하던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행보인 것이다. 이들은 많은 주요 정당들이 정체성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모두 혜성처럼 등장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정치와 사회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트럼프가 그러했고 캐나다의 쥐스탱 총리,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 등 이들은 모두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
매끄럽지 못한 패턴의 경계 역시 중요하다. 민주주의 세계에서 아웃사이더들은 위협적일 만큼 강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약하기도 하다. 그들은 권력을 쟁취했고 역사적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정권에서 멀어져 있을 때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마치 동네의 테니스 초보자가 윔블던이나 US 오픈에서 승리하는 것에 비견될 만한, 정치 초보자들의 예외적인 성과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웃사이더들은 무기력하고, 허술하며, 일관성이 없고, 경험도 일천한데다가 종종 어리석기까지 한데, 이는 정치인으로서 진중하게 여겨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피해야 할 자질이다. 그들은 대의명분이나 이상을 변덕스럽게 지지하지만 그것을 쌓아 나갈 견고한 기반은 없다. 그들의 목적은 종종 분명하지 않으며, 공개적으로 내부 분열이 드러나기도 한다. 정치인으로서 그들은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절망적이다. -P17
아웃사이더들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고난체험의 선봉에 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웃사이더들은 생각만큼 정치를 알지 못했고 이들을 시험에 빠뜨리는 문제들이 현대에는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혜성같은 등장에도 그들 앞에 산재해 있는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주류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받았다. 반이민 행정명령 이행과 국가안보보좌관 임명, 오바마 케어의 폐기를 요구하는 주류정치인들을 다루어야 했고 그리스의 치프라스 역시 권력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큰 벽에 부딪힌다. 이들은 모두 권력의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 세계의 모든 정치인들이 세금과 복지에 신경을 쓰지만,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유권자는 어디에도 없으며 공공의 복지서비스는 누구나 최상으로 누리고 싶어 한다. 이런 유권자를 설득하는 방법을 아웃사이더뿐만 아니라 주류 정치인들조차 모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 정책 발표로 나라가 시끄럽다. 안그래도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는 연금은 50조라는 천문학적 부도를 맞이할 것이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파격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남시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끝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전 국민들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렸고 현 경기도지사를 지내는 작금에도 그의 걸음걸음마다 구설수가 난무했다. 이 책에서 비춰지는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는 딱 그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같은 세계의 아웃사이더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이것을 시대의 흐름이나 정치기조라 보고 싶지는 않지만 왜 아웃사이더들에 대해 국민들이 열광하는지에 대해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웃사이더들을 향한 시선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 앞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문제가 산재되어 있다. 세계화와 그에 따른 4차 혁명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아 하는 생존의 문제들과 세금과 복지는 어떻게 배분해야 평등해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웃사이더들의 번성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고민한다는 것이다. 주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나 정당 정체성에만 신경을 쓰느라 아무도 우리 앞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고민할 여과가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내부 분열을 거듭하며 민생은 뒷전이라는 것이 문제다. 정체성을 상실한 채 침몰하고 있는 정당의 분열에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만을 보낼 뿐이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들은 -그들이 비록 불안정해보이고 정치적으로 서툴러 보일지 모르지만 - 국민들의 고민을 적어도 이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웃사이더의 반란은 국민의 필요를 충족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