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더 1 브론크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스테판 툰베리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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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난무하는 세상그런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묘연하다도처에 널려있는 폭력 앞에서 사랑이나 평화라는 말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하다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과속하며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어쩌면 현대의 가족들의 모습이 아닐까그만큼 우리는 가족이란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채 무턱대고 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반장과 부반장을 해왔고 늘 친구에게 둘러 싸여 있었던 막내가 최근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학교에 여러 번 오가다보니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남의 이야기인줄 알고 있었는데 내 아이의 문제가 되고  보니 학교 폭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새삼 느낀다. 가해자 부모들과 미팅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은 학교 폭력이 왜 해결되기 힘든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일 같이 또래들과의 노는 즐거움에 빠져있던 아이는 자신의 친구들이 좋은 친구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친구들을 멀리 하기 시작했다. 집단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그 집단에서 왕따가 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아이와 친한 모든 친구들과의 관계를 교묘히 끊어놓았고 전혀 모르는 아이들에게조차 전화로 협박을 받는 일까지 있었다. 점점 고립되던 아이는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현재는 학교와 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아이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던 것을 가족에게 쏟고 있다. 어쩌면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지능이 훨씬 높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는 더욱.  이제 더 이상 자신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아이에 대해 집단적인 따돌림은 교묘했고 치밀했다. 성인이라면 이미 자신들의 인생에 대한 플랜이 짜여져 있고 계획이 되어 있기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학교 폭력은 가정과 가정이라는 집단의 문제이기에 더욱 난제로 남겨진다.  게다가 어린 나이의 학교 폭력이라는 것은 정신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문제였다.  자신의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집단이었지만 피해를 당하는 내 아이는 혼자였다. 그럼에도 아이는 잘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읽게 된 범죄스릴러 더 파더 1.2』 는 상당히 의미깊게 다가왔다. 


가해자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집단폭력을 가했다는 자체를 믿기 힘들어했다. 눈앞에서 거짓말을 태연히 하고 있는 아이의 말이 분명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를 두둔하였고 되려 선생님이 아이에게 거짓말을 시켰다며 선생님께 화를 내는 가해자의 부모들을 모습을 보며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현대가족의 복사판을 보는 기분이었다. 눈앞에서 내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면 분명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교육임에도 그 부모들은 그러지 않았다. 거짓말을 두둔했던 것이다. 그것도 선생님의 탓을 하면서. 세상은 메아리다. 자신이 한 모든 것은 언젠가 자신에게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미성숙한 성인들이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었다.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 말에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아이를 사랑하는 것에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믿음도 필요하지만 사회인으로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주어야 하는 역할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곁가지도 잘라주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레오아빠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우린 가족이다

가족은 서로를 지켜주는 거야,-p146

 

가정폭력이것은 상상이상의 고통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강한 연대와 소속감을 가지며 사회인으로 성장하기까지 가족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다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정폭력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축적되어 곪아서 어디서부터 메스를 대어 고름을 짜내야 할지 모르는 지경에 다다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소설보다 현실이 더 잔인하다는 것을가족범죄단 사건은 비단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  스웨덴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밀리터리 갱’ 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 가족범죄단이었던 '밀리터리 갱'은 소설에서는 '특수부태'로 분했다. 

 

미움과 사랑은 한 가지 감정에서 출발한다문득 그런 생각이 확신을 만들어주는 소설이라고나 할까아버지 이반은 그러한 사람이었다. 자식을 사랑만큼이나 미워했다.아니면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거나. 반듯하고 조용하고 신중했던 맏이 레오에게 아버지란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랑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미워하면서도 가족이란 집단에 속했을 때는 누구보다 강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향해 폭력으로 소통하는 남자였던 아버지 이반은  레오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죽도록 맞고 돌아온 날상대를 한 방에 제압하는  싸움법을 알려준다.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맏이로서의 책임감과 동시에 아버지로부터 동생들과 엄마를 지키는 역할까지 해야 했던 레오에게는 아버지는 스승이면서도 적이었다. 이반은 아내가 도망치려 할 때마다 심하게 폭행을 가했고 아내가 가출하여 외할아버지 집으로 피신하였을 때에는  외할아버지 집을 불태워 버렸다. 모든 것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 가정폭력범과 방화범으로 교도소에 갔을 때만 빼고 아이들은 가정폭력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감옥에 갔다 온 후, 더러움과 게으름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아버지의 아파트에 레오가 간 이유는 이반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였다. 이반은 레오가 강도단 두목이 된 것은 까마득히 모른 채 그저 성공한 사업가 흉내를 내는 레오의 돈을 무덤덤히 받아들였다. 

 

이반은 자신이 되고 싶었던 모습을 갖춘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레오는 자신이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가진 한 남자를 보았다.-p180

 

레오를 쫓던 형사 브론크스에게도 레오와 같은 트라우마가 있었다아버지의 폭력에 지쳐 아버지가 잠든 사이 아버지를 죽인 형과 형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죽였을 것이라는 무서운 자책감속에서 살아가는 형사이다브론크스에게도 가족이란 깊은 상처였고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사랑하는 여인을 눈앞에 두고도 떠나보내는 성장만 했지 성숙하지 못한  상처투성이의 남자다은행털이범 레오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이끌린 것은 어쩌면 둘은 오랫동안 폭력에 길들여진 상처받은 영혼의 동질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메아리이다범죄자가 된 아들을 보는 아버지 이반도 여느 아버지처럼 아픔을 느꼈다그러나자식에 대한 사랑법을 몰랐던 아버지 이반은 다시 레오의 범죄에 가담하는 것으로 어긋난 부성애를 보여준다레오가 자신을 괴롭히던 하세를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폭력을 행사했을 때하세의 아버지가 레오의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병원에서 생사를 오가는 아들을 대신해 찾아온 하세 아버지에게 이반은 위협을 가하며 폭력을 행사한다. 그것이 아버지 이반이 할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이였고 사랑법이었다. 어쩌면 레오가 자신인 행사한 폭력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였더라면 레오의 미래는 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더 파더 1.2를 읽으면서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 어쩌면 일그러진 현대의 가족사랑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를 고민케 하는 소설이다. 며칠 전 뉴스에  '어차피 망한 인생 돈이나 훔쳐서 폼 나게 살자' 라며 고가의 차를 수십 대 훔친 청소년들이 검거되는 사건이 있었다.  자포자기의 삶희망도 꿈도 없는 청소년들의 근원적인 문제는 가장 큰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가족들이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대가족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부모로 산다는 것, 그것은 정말 얼마나 큰 과업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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