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영화

뉴욕의 한 번화가, 무겁게 내려앉은 밤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목격자는 38명
그러나,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광경을 보고
모두가 침묵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제노비스 사건이다.
여성의 도와달라는 소리는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어둠 속에 묻혀갔다.
제노비스가 죽어갈 때 침묵하던 다수는
제노비스가 죽고나서야 범인에 대한 증언을 했고
이 사건으로 긴급구조대 119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심리학자들은
제노비스 신도롬 또는 방관자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해진 사람을
도울만한 책임을 덜 느끼게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토대로 한국판 <목격자>가 개봉되었다.
영화는 이성민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어렵게 새집을 장만한
기쁨에 들떠있는 행복한 모습에서 시작한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회식을 한 후 늦은 귀가를 한 날,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여자와 인사를 나눈다.
베란다앞에서 감회에 젖어 아파트 앞 풍경을 보고 있던 이성민.
우연히 광장에서 한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컴컴한 베란다에서 범인과 눈이 마추친 순간, 눈을 질금 감고 모든 것이 지나가길 바라며 폰을 찾았지만 떨리는 공포에 놓치고 만다. 이때라도 이상민이 살인현장을 신고했다면 여성은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여성이 이미 죽었다는 생각에 아내와 아이를 보며 모른 척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잔인한 폭행에도 여전히 살아있던 여성이 힘들게 손가락을 들어 신고를 하려 폰을 누르는 순간 지켜보고 있던 범인에 의해 더욱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이후 경찰조사가 시작됨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목격자들..

급기야 아파트 내에서는 아파트값이 폭락한다는 이유로 살해사건을 은폐하길 원하며 주민들은 경찰조사에 협조하지 말아달라는 전단지가 돈다.
그러던 중 새벽 4시에 불이 켜져 있던 집들과 목격자들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고 공포에 떨던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아래층 여자가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자며 이성민을 찾아온다.

그러나, 자신은 아무 것도 본 것이 없다며 냉정하게 보내고 만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보니 아래층 여자의 폰이라 바로 따라간 이성민은 살짝 열린 현관문 사이로 살인범이 아래층여자를 죽인 것을 목격하게 된다.

방관과 무관심만이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던 이성민은 이때부터 살인범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싸워야 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위협이 가해지자 자신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으며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공포가 살인자의 추격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살인범과의 벌이는 긴장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며
아래층 여자의 실종전단지를 돌리는 남편의 슬픔을 철저히 무시하며 아파트값을 떨어뜨린다며 항의하는 주민들을 통해 현대인의 극단적 이기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노비스 사건과 교차하여 최근 일어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역시 떠올리게 되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들이 현장을 떠나지만 않았더라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또한 살해현장을 찍는 사람들은 있어도 신고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숱한 방관의 장면들이 영화와 오버랩되면서 나 역시도 방관과 무관심이란 병에 걸려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떠올려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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