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나는둔감하게살기로했다
#와타나베준이치
불혹의 정점에서 내 마음 근육을 만져본다. 얼마나 단단해졌을까? 세상살이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마음에도 근육이 생겨 이제 웬만한 일에는 놀랄 일도 없을 것 같건만 여전히 상처받는 체질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같은 일을 겪어도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같은 해에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친구 둘이 있는데 한 친구는 일상의 복귀를 쉽게 하는 반면 다른 한 친구는 여전히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한 친구는 둔감하고 한 친구는 민감한 걸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이란 존재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단면적인 부분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둔감한 부분과 민감한 부분이 부분적으로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첫 페이지에 둔감력 체크리스트가 실려 있다. 체크를 해보니 예민함이 꿈틀대는 씨앗이 좀 있다고 한다. 내가 예민한 부분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불편해 할 때 그 원인을 쉽게 눈치 채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둔감하다는 소리는 잘 듣지 않는다. 하지만 둔감한 부분은 베개만 대면 곧바로 잠 잘 정도로 무척 깊이 잘 잔다. 게다가 청각이나 시각, 후각 등 어느 면에서나 뛰어난 부분이 전혀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안고 있으며 소심한 편이라 마음 쓰이는 일이 있으면 고민을 며칠 내내 하곤 한다.
성격이 극과 극인 두 딸을 보면 둔감함 성격과 민감한 성격의 차이를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큰 아이는 소심하고 예민하여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면 견딜 수 없어 한다. 관계가 한 번 틀어지면 회복하는 방법은 없이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반대로 작은 아이는 감정에 있어서는 무척 둔감하다. 관계가 틀어지면 자신이 먼저 다가가 화해하고 사과하며 고민자체를 하지 않는다. 언젠가 큰 아이가 그런 둘째 아이한테 ‘ 너는 친구가 너의 뒷담화를 하고 다닌 걸 알면서도 먼저 사과할 수 있어?’ 그랬더니 작은 아이는 ‘ 뭐 어때! 나도 하는데 ’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관계에서의 소심함과 민감함을 벗어나려 노력하는데 그런 성격조차도 타고나는 것이 반이니, 그저 작은 아이의 둔감함이 부러울 따름이다.
정형외과 의사였던 와타나베 준이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둔감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경우를 예를 들어 ‘둔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일들이 둔감한 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상처 또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민감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의 다른 반응을 보면 오히려 둔감함이 삶에 보탬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둔감함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민감한 사람에 비해서 적기 때문에 당연히 피가 돌고 있는 혈관 역시도 건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장육부와 마음이 민감한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면 맛있게 식사했다는 생각보다는 반찬투정과 깨작대는 모습에 도리어 밥맛을 잃은 적도 많다. 그 친구의 미식평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평소 식사태도로 봐서 소화기관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는 것은 자명한 일, 위장병을 달고 사는 친구였다. 조금만 둔감해도 위장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생각하는 것은 민감이 병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감정이나 감각이 둔한 사람이 당연히 스트레스가 덜 할 수도 있겠지만, 책에는 둔감한 사람이 모든 부분에서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다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둔감하면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회생활에서 보면 둔감한 사람은 업무에도 같은 태도인데다가 둔함으로 인해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그래도 둔한 사람이 마음이 편하고 상처를 덜 받는다는 말에는 십분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둔감이라는 마음 근육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몇 자 정리해 보았다. 불혹이후의 삶을 이전보다 덜 상처받고 살려면 자발적 둔감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내가 알면 좋지 않은 일을 굳이 알려하지 말 것,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면 애써 생각하지 말 것,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면 그냥 잊을 것.
이건 어쩌면 살아가야할 생존전략인지도.^^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아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