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열린책들 세계문학 294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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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1950년대 쿠바에서 펼쳐지는 가짜 스파이 스릴러

 

 


 

냉전 시대 끝물에 태어나 10대가 되기 전까지 반공교육을 받은 ‘낀 세대’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과거의 기억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보니 ‘빨갱이’, ‘공산주의’, ‘멸공’ 등의 단어가 늘 불편하고 거리감이 있다. 책을 선택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아바나의 우리 사람> 소재를 보고 너무 끌렸다. 냉전 시대의 스파이 스릴러라니, 게다가 코미디 요소까지 있다니.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평소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은 믿고 보고 모으고 있는 터라 출판사의 안목과 선택에 기대가 가서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다.


 

1958년 발표된 영국 소설 <아바나의 우리 사람>, 영국 태생으로 평생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한 그레이엄 그린의 사후 저작권을 스위스의 한 출판사에서 독점하고 있어서 검색해보니 스위스에서 사망했다고.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견 작가 시절의 작품이다 보니 힘과 패기도 넘치고, 문장과 전개가 노련하고 뻔뻔하다.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역자 후기와 출판사 책 소개 글까지 열심히 읽어봤는데 작가가 실제로 공산 당원 가입 이력도 있고, 영국 비밀 정보 요원 활동도 했었다고. 


 

<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쿠바 혁명 직전인 19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펼쳐지는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의 좌출우돌 활동기이다. 쿠바에서 진공청소기 판매상을 하던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가 돈이 궁해 얼떨결에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촌극의 향연이다. 가짜 요원들을 만들고 가짜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어쩌다 겹친 우연들에 그 보고서의 내용이 실제가 되어 버리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여버린다. 그래서 스릴러지만 코믹한데, 마냥 웃을 수 없는 시대 풍자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그레이엄 그린의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었지만 실제 유명세와 작품 수에 비해서 턱없이 덜 소개된 편이다. 그레이엄 그린은 소설가면서 극작가, 문학 평론가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아바나의 우리 사람>도 영화화하면 재밌었겠다 싶을 정도로 책을 읽으면서 영상이 쉽게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하였다. 이제라도 이 작가를 알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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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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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

내가 작가고 생의 끝을 예감했다면, 마지막에 어떤 책을 쓸까. 아주 오랜만에, 폴 오스터의 이름을 들었다. 그는 적당히 지적 허영을 부리며 쉴 새 없이 읽고 쓰고 말하던 내 스물을 채우던 작가 중 하나였다. 그의 대표작들의 내용이 이제 잘 생각이 나질 않는 지금 <바움가트너> 출간 소식으로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가슴이 뛰고 흥분하였다. 열린책들에서 2025년 4월 정영목 번역으로 출간한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 사망 1주기에 맞춰 내놓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폴 오스터를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일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그가 동시대를 산 인물이었다는 게 생경하다.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가 죽기 1년 전 완성하고 발표한 소설이다. ‘정원사’를 뜻하는 주인공의 성씨처럼 이 소설은 뭔가 식물 같다. 10년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어느 날 연거푸 실수와 사고를 겪으며 문득 아내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내를 기억하는 일로 바움가트너는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아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거나 바움가트너의 전공이 철학이라는 등의 설정이 폴 오스터가 이 소설에 자신을 많이 투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25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주 어려운 문장도, 손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줄거리도 아니지만 책에 계속 집중하고 읽는 중간 중간 여러 생각에 빠지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게 문학의 힘이구나 40년 넘게 끊임없이 책을 완성해 온 작가의 내공이구나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노년과 사별한 나의 삶을 자꾸 상상하고 주인공에 이입하며 책을 읽었다. 젖먹이를 키우며 문학도, 청춘도, 좋아했던 작가도 까맣게 잊고 살았던 일상에 <바움가트너>를 읽었던 2025년의 봄은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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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 공작소의 띠부띠부 꾸미기 놀이 - 내 마음대로 꾸미는 나만의 띠부띠부책
아르미 박사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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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 공작소의 띠부띠부 꾸미기 놀이] 

치타부 띠부띠부 놀이 도안 10선, 양 많고 귀여워요






아이가 세 살이 되었다. 형편이 되는 한 모유수유 24개월, 엄마 가정보육 36개월은 채우고 싶어 올해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아직 두 돌이 안 되어서 내겐 한없이 아기인데, 세 살이 되니 세상이 아이 교육을 놓고 마구 우리 가족을 흔든다. 아이 자체도 작년과 달라져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려는 욕구가 커지고 훨씬 활동적이다. 잘 해낼 수 있다 맘속으로 외치고 애써 평정심을 고르며, 매일 오늘은 아기와 뭘 하나 이것저것 책과 인터넷을 찾아본다. 2025년 2월 시원북스에서 출간한 <아르미 공작소의 띠부띠부 꾸미기 놀이>는 그런 요즘 고민 속에 아이에게 새로운 엄마표 놀이를 선보이고자 들인 책이다.



이 책을 만든 아르미 박사는 한국어와 영어로 아르미 공작소(Armii Craft) 채널을 운영하는 공작 유튜버다. 치타부, 햄동이, 버터, 크림, 버찌, 오디 여섯 캐릭터가 나오고 당연히 여섯 다 아르미 박사가 만든 오리지널 캐릭터인지 알았는데 이미 있는 유명한 캐릭터들이었다. 2025년 3월 말 기준 유튜브 구독자만 150만 명이 넘는 치타부와 친구들인데 아르미 박사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이 캐릭터들은 느낌이 또 달랐다. 책 제목처럼 <아르미 공작소의 띠부띠부 꾸미기 놀이>는 아르미 박사가 제공한 도안들을 잘라서 직접 띠부띠부(띠고 붙이고 띠고 붙이고) 놀이를 하는 책이다.



책만으론 띠부띠부 놀이를 할 수 없고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도안을 투명박스테이프나 손 코팅지로 코팅을 해서 쓰는 걸 권장하고, 도안을 자를 가위가 필요하다. 도안을 붙였다 떼기(띠부띠부) 위해 양면 풀테이프가 필요하고, 배경을 연결하거나 소품 파츠를 조립할 때는 얇은 투명테이프가 필요하다. 도안이 코팅되어 있으면 보드마카를 썼다 지웠다 하며 좀 더 즐겁게 갖고 놀 수 있다. 아르미 공작소 유튜브 영상들을 보니 도안을 코팅 없이 그대로 쓰거나 시중의 일반 손코팅지보다 훨씬 얇은 코팅지를 쓰는 것 같았다. 책에는 일반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손 코팅지 보다 부드럽고 날카롭게 잘리지 않는 PVC 재질의 손 코팅지라고 되어 있는데 찾아보니 쿠팡 등에 아르미 공작소에서 직접 제작한 각종 손 코팅지를 판매하고 있다.



A4 크기로 책을 제작해 최대한 도안을 큼직하고 코팅하기 편하게 만든,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알고 보니 타 출판사에서 작년에 <아르미 공작소의 가게놀이>, <아르미 공작소의 입체 가게놀이> 두 권의 책이 나왔고, 이 책이 세 번째 책이라 한다. 코팅을 해도 20개월 아기가 즐기기는 집고 관리하기 힘든 작은 파츠도 많고 해서 좀 더 커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블라인드백 등 이런 종이 공작 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고 관련 도안이나 놀이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가 아르미 공작소 말고도 많다는 사실을 이번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아이를 위해 들였다가 귀여운 것 좋아하는 어른이인 엄마가 더 신나고 즐거웠던 책이다. 아까워도 열심히 오리고 열심히 갖고 놀아야겠다. <아르미 공작소의 띠부띠부 꾸미기 놀이>에는 아르미 공작소 유튜브에는 없는 미공개 도안 10개가 담겨 있는데 책만 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게 설명이 되어 있지만 QR코드 만들기 동영상까지 첨부하였다. 그래서 나처럼 띠부띠부씰만 알고 띠부띠부 놀이는 몰랐던 독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도안들이 하나하나 너무 귀여운데 양도 방대하다. 처음엔 도안이 10개라니 아쉬웠는데, 책을 펼쳐보니 10개여서 다행일만큼 파츠가 엄청 많다. 19,800원에 한창 갖고 놀 수 있는 책이다. 아이와 놀이 아이템(프로그램) 고민인 양육자나 교사, 귀여운 것 좋아하고 손으로 꼼지락 거리는 것 좋아하는 어린이부터 어른이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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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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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지브리가 직접 쓴 지브리 40년사





수많은 만화영화가 내 어린 시절을 채웠다. KBS에서 제작해 돌려 틀어주는 애니메이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본 것이었고 주말 아침을 책임지는 디즈니물이 있었다. <빨간 머리 앤>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했다. 특유의 그림체와 색감,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경과 음식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공급되는 문화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일본 것이 많은 시대에 미성년 시기를 보냈다. 전쟁을 겪었으나 반전과 평화를 외치고 자국을 비판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2013년 작 <바람이 분다>부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과 가치관에 동의할 수 없어 신작을 기대하지도 찾아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많은 작품에 열광했고 여전히 남은 애정이 있다. 그래서 지브리 스튜디오 40주년을 맞아 나온 <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출간 소식에 반가워하며 책을 찾아봤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멤버이자 현 대표이사인 스즈키 도시오가 책임편집을 맡은 책이다. 원서는 2023년에 출간했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40주년을 맞아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까지 포함하여 27개 작품의 제작담을 총 망라하였다. 스튜디오 지브리 스튜디오는 첫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을 성공하면서 탄생한다. 도쿠마 쇼텐 출판사는 직접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하고,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 소속이었던 미야자키가 퇴사해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을 뜻하는 기브리(GHIBLI)를 회사 이름으로 한다는 게, 발음을 ‘지브리’라고 잘못 알고 이름 붙인다.



<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가 아주 길지는 않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행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기술과 시장 확장의 신기원을 열어가는 길이었고 생각보다 대성공이었다는 초기작들의 관객수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고 놀랐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40년, 50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를 쓴 책인 만큼,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하지 않은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와 <반딧불이의 묘>가 동시 제작‧상영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좋아한다면, 여기서 만든 작품을 하나라도 봤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532쪽) 작품 하나 당 분량은 많지 않아서 읽기 힘들지 않았다. 각 작품별 메인 카피나 제작기, 흥행 성적 등 몰랐던 뒷이야기를 아는 재미에 독서 내내 흥미진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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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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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입문서로 읽기 좋은 폭군과 혼군의 현대사

 

 

임신과 육아로 얕고 끊어 잔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아이 발달단계에 맞춰 아기와 같이 보는 그림책이 독서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읽고자 하는 욕망은 크지만 홀몸이었을 때처럼 여유롭고 진득하게 책을 읽을 처지가 아니다보니 쉽게 책을 잡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자고 쉬는 것에 집착하고 예민한데 연말부터 시국 때문인지 노화 때문인지 불면과 질병으로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심신은 피곤해서 자는 아기 옆에서 뒤척이며 시사정치나 역사 유튜브 영상 같은 걸 많이 보았는데 외국의 독재자와 그 정치 일대기를 보며, 사람 사는 건 만국 비슷하며 역사는 돌고 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어차피 요즘 잘 못 자는데 관련된 책도 읽자 싶어 찾던 차에 디페랑스에서 나온 박찬기 작가의 <쫓겨난 권력자>란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KBS에서 오랫동안 국제 전문 PD로 시사 방송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분이라 한다. 300쪽이 채 되지 않는(284) 부담 없는 분량에 무려 19명이나 되는 전 세계의 기라성 같은(?) ‘쫓겨난 권력자들을 담았다. 언론인이 쓴 책이다 보니 가독성도 좋고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구성하였다. 상당수의 권력자는 국민들의 기대를 받거나 실제로도 집권 초기 나라를 잘 다스려 훌륭한 지도자로 국내외에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장기 독재자로 돌변하고 폭정하다 몰락하는 모습은 시기와 지역이 다를 뿐 비슷하다. <쫓겨난 권력자>를 읽으며 부정부패한 독재자는 반드시 몰락한다는 희망을 얻는다.

 

현대사에 전 세계의 주요 쫓겨난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다른 관련 서적을 찾아보게 하는 마중물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에 쉬운 설명으로 많은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탁월한 장점인데 그래서 아쉬운 면도 있다. 책 제목에 충실해 쫓겨난시점에 대한 서술은 얼추 되어 있으나 재위 기간 동안 얼마나 악랄했고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는 설명이 좀 부실해서 해당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따로 다른 책이나 영상 등을 찾아봐야한다. 그래도 이 주제와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는 입문서로는 좋은 책이다. 책이 술술 잘 읽혀 저자가 만든 방송과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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