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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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입문서로 읽기 좋은 폭군과 혼군의 현대사

 

 

임신과 육아로 얕고 끊어 잔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아이 발달단계에 맞춰 아기와 같이 보는 그림책이 독서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읽고자 하는 욕망은 크지만 홀몸이었을 때처럼 여유롭고 진득하게 책을 읽을 처지가 아니다보니 쉽게 책을 잡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자고 쉬는 것에 집착하고 예민한데 연말부터 시국 때문인지 노화 때문인지 불면과 질병으로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심신은 피곤해서 자는 아기 옆에서 뒤척이며 시사정치나 역사 유튜브 영상 같은 걸 많이 보았는데 외국의 독재자와 그 정치 일대기를 보며, 사람 사는 건 만국 비슷하며 역사는 돌고 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어차피 요즘 잘 못 자는데 관련된 책도 읽자 싶어 찾던 차에 디페랑스에서 나온 박찬기 작가의 <쫓겨난 권력자>란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KBS에서 오랫동안 국제 전문 PD로 시사 방송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분이라 한다. 300쪽이 채 되지 않는(284) 부담 없는 분량에 무려 19명이나 되는 전 세계의 기라성 같은(?) ‘쫓겨난 권력자들을 담았다. 언론인이 쓴 책이다 보니 가독성도 좋고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구성하였다. 상당수의 권력자는 국민들의 기대를 받거나 실제로도 집권 초기 나라를 잘 다스려 훌륭한 지도자로 국내외에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장기 독재자로 돌변하고 폭정하다 몰락하는 모습은 시기와 지역이 다를 뿐 비슷하다. <쫓겨난 권력자>를 읽으며 부정부패한 독재자는 반드시 몰락한다는 희망을 얻는다.

 

현대사에 전 세계의 주요 쫓겨난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다른 관련 서적을 찾아보게 하는 마중물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적은 분량에 쉬운 설명으로 많은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탁월한 장점인데 그래서 아쉬운 면도 있다. 책 제목에 충실해 쫓겨난시점에 대한 서술은 얼추 되어 있으나 재위 기간 동안 얼마나 악랄했고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는 설명이 좀 부실해서 해당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따로 다른 책이나 영상 등을 찾아봐야한다. 그래도 이 주제와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는 입문서로는 좋은 책이다. 책이 술술 잘 읽혀 저자가 만든 방송과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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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 - 오은영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놀이, 만 5~6세(60~83개월) 편,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
오은영.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 지음, 전진희 그림 / 오은라이프사이언스(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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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 오은영 박사가 엄선한 만5-6세(50-83개월) 놀이 100가지




작년 이맘때 1권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때 2권도 얼른 나오길 오매불망했었는데 1년 만에 드디어 나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숨 가쁘게 읽었다. 기대한 만큼 크게 만족스럽다. 이로써 만3세-6세(36개월~83개월)까지 할 만한 놀이 200개를 단숨에 습득해본다. 이 시리즈가 36개월부터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36개월부터 유아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흔히 36개월 간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36개월간의 영아기엔 ‘교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아들이 다니는 기관(어린이집)을 ‘보육’기관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1권을 읽던 시절처럼 오은영 박사님의 영아기 책, 영아기 놀이 책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아직 없어지진 않는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책이다.



놀이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언어재활사, 인지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과 오은영 박사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검증해 쓴 놀이책 시리즈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도 1권과 구성이 같다. 만 5세 60~65개월, 만 5세 66~71개월 , 만 6세 72~77개월, 만 6세 78~83개월 네 시기로 나누고 각 시기 각 놀이를 신체·인지·관계·언어·정서 다섯 가지 발달 영역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각 놀이마다 다섯 영역의 놀이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도 오각형으로 표시하고 있다. 각 놀이가 한 장(두 페이지)로 간결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준비물과 놀이방법 가이드 등 설명이 충분히 있다. 1권과 연결되는 놀이들도 있다.




만5-6세는 이제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다닐 시기다. 만3-4세 때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훨씬 발달해서인지 놀이의 난이도가 1권보다 더 높다. 1권을 읽을 때는 이제 막 아기가 뒤집기 시작할 때였지만(6개월) 지금은 뛰어다니고 이미 꽤 많은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을 소화하며 어린이집을 갈까 말까 고민할 때(18개월)가 되어서인지 더욱 와 닿고 책이 잘 읽힌다. 나처럼 최대한 길게 가정보육을 하려고 계획하는 양육자에게 특히 많은 도움이 될 듯싶다. 우리 집의 경우 만3세 이전의 아기와 집에서 이런저런 놀이들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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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 - 효율적으로 일하고 유연하게 관계 맺고 싶은 당신을 위한 45가지 이야기
강호걸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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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전공자인 저자는 졸업 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심리학이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 회사라고 말하며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6장에 걸쳐 45가지 심리 법칙을 회사 생활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설명한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에 ‘만화’라고 되어 있어서였다. 독서와 지식습득의 욕구는 여전히 왕성한데 엄마가 잡고 있는 모든 물건을 입에 넣고 패대기치며 확인해야 성에 차는 젖먹이 아기를 키우면서 책 읽기가 영 힘들기 때문이다. 아기 읽히려 고른 그림책을 읽는 걸로 주로 욕구를 해결하는 틈틈이 아기가 잘 때 시간 싸움하며 활자들을 읽기 때문에 빨리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요즘 책 선택의 우선 기준이다.



카시오페아 출판사의 인문교양 브랜드 오아시스에서 출간한 <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 안타깝게도 ‘만화’가 있긴 하지만 ‘만화만’ 있는 책은 아니었다. 만화와 글이 1:9~2:8 정도로 만화는 매 챕터(매 심리법칙)를 시작하며 짤막하게만 실려 있다. 이 정도 양이면 삽화가 좀 있는 일반 교양심리서 수준이라 책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게 좀 의아하고, 심리학 만화를 원한 독자는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했던 두 번째 이유, 사회(회사) 생활에서 직접 써먹을 수 있는 실용 심리학인 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부분에서 공감하며 쭉쭉 읽히는 글과 만화여서 독후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의 만화는 나름의 서사도 있다. 취업준비생 최도진이 가까스로 34전33패만에 가까스로 입사해 사회초년생 생활을 시작하고 회사에서 이런저런 빌런(?)들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때 저자가 등장해 “이 상황은 무슨 심리법칙입니다” 하며 다시 사례를 들고 친절하게 심리학 용어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책이 전개된다. 책을 읽으면서 표지 문구처럼 심리학을 잘 알았으면 직장생활이 좀 더 수월했을까 싶다. 심리학이 엄청 재밌는 학문이었구나 싶으며, 최도진처럼 이력이 적은 회사원일수록 더 도움을 얻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한다.



실패할 것 같을 때 밑밥을 깔면 안 되는 이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청소 등 잡다한 일에 시간을 뺏기는 이유는 ‘자기 불구화(어떠한 과제를 앞두고 실패에 대비해 잡다한 구실을 만드는 것)’ 때문이야. 부장님이 그렇게 ‘라떼’를 찾는 걸 심리학 용어로 ‘회고 절정(중년과 노년기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우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초기 성인기의 사건들을 더 중요한 것으로 느끼고 더 생생하게 느끼고,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음)’이라 표현해. 이런 식이라 직장 생활을 한번이라도 해본 독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강호걸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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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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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x청춘]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단편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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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부터 수년 동안 요절한 천재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꿈을 진지하고 집요하게 품었다. 그래서 한 동안 요절한 작가의 책을 탐독하였다. 그 중 상당수는 자살한 작가들이었는데 자살한 작가들의 책을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삶에 대한 집착과 의지가 강해졌고 그렇게 되자 자연스레 자살한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실격』의 이 문장은 지금도 강렬하게 머릿속을 맴돌지만, 『인간실격』과 『사양』은 좋아하지만 다자이 오사무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집안 배경이라든가 기행에 가까운 비범한 삶에 많은 자살 시도 등. 그런데 참 이상하다. 꽤 오랫동안 일본 문학을 읽지 않다가 ‘청춘’을 말하는 이 선집 세트를 보았을 때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소설이 궁금해서 짚어들었다. 


 

 


교보문고의 출판브랜드 북다에서 ‘청춘’이란 주제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12편과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12편을 엄선한 선집 세트를 만들었다. <다자이 오사무x청춘>은 1934년부터 1943년 발표한 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수록작인 『생각하는 갈대』는 소설이 아닌 아포리즘 모음이다. 출판사 책 소개 글에 『인간실격』을 뺀 점을 강조한 게 인상 깊었는데 『달려라 메로스』 같은 유명작도 포함되어 있다.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수록작 중 동반자살을 주제로 한 『우바스테』에 나오는 문장이자 이 책의 부제이다. 생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존모하고 아쿠타카와상을 받는 걸 간절히 소망했지만 수상하지 못했던 다자이 오사무. 마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톱니바퀴』 문장에 화답하는 듯한 문장이 있어 흥미로웠다.


 


각자 청춘의 상과 청춘을 대하는 감정이 다르다. 나는 그때의 체력은 탐나긴 하지만 청춘이 그립고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난하고 피로한 시절이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과 <다자이 오사무x청춘>은 표지는 싱그럽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 청춘을 마주하는 책이었다. 모두 일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이긴 한데 청춘이 다 가기 전 스스로 청춘을 접은 작가들의 청춘 소설 선집이라니 읽으면서 기분이 이상하긴 하다. 온 감정이 요동치고 불완전한 청춘의 편린들을 담뿍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선집 세트이다. 컬러로 복원한 20세기의 망자 사진들을 21세기에 보며 그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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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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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 단편 12편


 



 


오랜만에,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밤들을 한 동안 보냈다. 몇 해 전부터 청춘이 점점 내게서 멀어지고 스스로를 청년이라 부르기 겸연쩍다가, 엄마가 되고 확신이 들었다. 더 이상 이 두 단어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청춘이 지났음을 확신하는 때에, 아기를 겨우 재우고 매일 밤, 청춘을 말하는 외국문학을 한 장 두 장 읽고 내 지난 청춘을 반추하는 일탈은 너무나 짜릿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청춘은 일본문학과 조금 닮았구나 하고 느꼈다. 시간을 뛰어넘어 일본문학, 특히 현대 일본문학 특유의 정서가 있는데 그래서 일본문학을 즐겨 읽었던 때가 사춘기부터 30대 초반까지였고 그 이후부터는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아 이래서 좋아하던 때가 있었지, 책을 읽으며 과거의 기분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렸다.” 수록작 중 『톱니바퀴』에 나오는 문장이자 이 책의 부제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은 원래 있는 책이 아니고 교보문고의 출판브랜드 북다에서 ‘청춘’이란 주제로 엄선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 선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두 작가의 ‘청춘’을 말하는 단편 선집을 냈고 세트로 구매 시 ‘그들(두 작가) 틈에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적어두라며’ ‘청춘 노트’가 동봉되어 있다. 일부 표현을 현대식으로 변형하고 옛날식 단위도 가급적 현대식으로 환산해 표기하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청춘>은 1917년부터 1927년 사이에 발표한 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 현대문학을 읽는다면 지나칠 수 없는 ‘아쿠타가와상’의 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들. 어린 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들을 보며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탄복하였더랬다. 그런데 그도 다자이 오사무처럼 30대에 자살로 요절한 작가였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옛날에 그의 소설들을 읽을 땐 그걸 크게 의식하지 못하였는데 그가 죽은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어 그의 소설들을 다시 보니 글에 특유의 예민함과 불안함, 나약함들이 가득 보인다. 꼭 ‘청춘’이 주제여서가 아니더라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글을 ‘찍먹’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분량과 무게감의 선집이다. 그래도 나는 이 두 작가의 소설 사이에 나만의 청춘을 기록할 자신은 아직 없다. 디자인이 매우 예뻐 장서욕을 자극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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