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바나의 우리 사람] 1950년대 쿠바에서 펼쳐지는 가짜 스파이 스릴러

 

 


 

냉전 시대 끝물에 태어나 10대가 되기 전까지 반공교육을 받은 ‘낀 세대’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과거의 기억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보니 ‘빨갱이’, ‘공산주의’, ‘멸공’ 등의 단어가 늘 불편하고 거리감이 있다. 책을 선택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아바나의 우리 사람> 소재를 보고 너무 끌렸다. 냉전 시대의 스파이 스릴러라니, 게다가 코미디 요소까지 있다니.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평소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은 믿고 보고 모으고 있는 터라 출판사의 안목과 선택에 기대가 가서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다.


 

1958년 발표된 영국 소설 <아바나의 우리 사람>, 영국 태생으로 평생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한 그레이엄 그린의 사후 저작권을 스위스의 한 출판사에서 독점하고 있어서 검색해보니 스위스에서 사망했다고.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견 작가 시절의 작품이다 보니 힘과 패기도 넘치고, 문장과 전개가 노련하고 뻔뻔하다.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역자 후기와 출판사 책 소개 글까지 열심히 읽어봤는데 작가가 실제로 공산 당원 가입 이력도 있고, 영국 비밀 정보 요원 활동도 했었다고. 


 

<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쿠바 혁명 직전인 19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펼쳐지는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의 좌출우돌 활동기이다. 쿠바에서 진공청소기 판매상을 하던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가 돈이 궁해 얼떨결에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촌극의 향연이다. 가짜 요원들을 만들고 가짜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어쩌다 겹친 우연들에 그 보고서의 내용이 실제가 되어 버리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여버린다. 그래서 스릴러지만 코믹한데, 마냥 웃을 수 없는 시대 풍자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그레이엄 그린의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었지만 실제 유명세와 작품 수에 비해서 턱없이 덜 소개된 편이다. 그레이엄 그린은 소설가면서 극작가, 문학 평론가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아바나의 우리 사람>도 영화화하면 재밌었겠다 싶을 정도로 책을 읽으면서 영상이 쉽게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하였다. 이제라도 이 작가를 알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