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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
내가 작가고 생의 끝을 예감했다면, 마지막에 어떤 책을 쓸까. 아주 오랜만에, 폴 오스터의 이름을 들었다. 그는 적당히 지적 허영을 부리며 쉴 새 없이 읽고 쓰고 말하던 내 스물을 채우던 작가 중 하나였다. 그의 대표작들의 내용이 이제 잘 생각이 나질 않는 지금 <바움가트너> 출간 소식으로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가슴이 뛰고 흥분하였다. 열린책들에서 2025년 4월 정영목 번역으로 출간한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 사망 1주기에 맞춰 내놓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폴 오스터를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일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그가 동시대를 산 인물이었다는 게 생경하다.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가 죽기 1년 전 완성하고 발표한 소설이다. ‘정원사’를 뜻하는 주인공의 성씨처럼 이 소설은 뭔가 식물 같다. 10년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어느 날 연거푸 실수와 사고를 겪으며 문득 아내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내를 기억하는 일로 바움가트너는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아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거나 바움가트너의 전공이 철학이라는 등의 설정이 폴 오스터가 이 소설에 자신을 많이 투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25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주 어려운 문장도, 손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줄거리도 아니지만 책에 계속 집중하고 읽는 중간 중간 여러 생각에 빠지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게 문학의 힘이구나 40년 넘게 끊임없이 책을 완성해 온 작가의 내공이구나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노년과 사별한 나의 삶을 자꾸 상상하고 주인공에 이입하며 책을 읽었다. 젖먹이를 키우며 문학도, 청춘도, 좋아했던 작가도 까맣게 잊고 살았던 일상에 <바움가트너>를 읽었던 2025년의 봄은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