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평범 가쿠다 미쓰요

 

 

 

그냥 사연 많은 여자 정도로 해두죠.” 내뱉고는 아차 싶었다. 일동 신원과 이력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렸다는 표정을 짓고 눈을 한껏 반짝이며 질문과 성토를 퍼붓는다. 노희경 작가가 그랬다. PD들이 여 작가가 담배를 피면 한번 더 보고 이혼했다고 하면 기대를 한다고. 확실히 사연 많은’ ‘여자라는 것은 연애와 예술에 있어 굉장히 주목받고, 본인에게도 꽤 쓸모 있는 정체성이긴 하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수많은 선입견과 오해가 싫다. 그리고 자칭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포장 아닐까, 정말 그런 사람은 이런 표현을 입밖에도 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조용히 여생을 이어가고 싶을 것이다.

 

가쿠다 미쓰요의 <평범>, 표제작을 포함해 평범에 대한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집이다. 드라마화가 되었다기에 독서량도 늘리고 여가로 영상물도 즐길 겸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책을 읽는 것으로만 족하기로 한다. ‘평범을 말하는 단편 두 개가 연달아 이혼을 얘기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이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며 사는 것, 하루 여섯 시간 이상씩 자고 밥을 세 끼 먹는 것이다. 그런 가치관에서 이혼은 완전한 비범이었다. 그리고 생각하는 평범을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이 원하는 평범이란 과연 평범이 맞을까. 이루고 싶고 이뤄야 한다고 강박하는 어떤 ’, ‘로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평범>의 집필 의도와 독서 의도가 대단히 좁게 보였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평범의 정의를 묻고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자기만의 그 답을 만든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 된다!”라고 말하는 띠지의 첫 문장은 공감하지 못했지만 그 아래 인용문에는 매우 공감하였다. “매일매일 충실히 살아가는 거야!” 삶이 반짝반짝 빛났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웬만하면 힘들 것 같지만, 죽음으로 완성될 그 삶의 모양새가 어떻든 매일매일 우리는 우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만큼 충실히 살아간다고.

 

소설 속에서 열심히 만나고 계속 누군가와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보는 게 별로 재밌지는 않았다. 이게 드라마화된 모습은 어떨까나 상상해봤는데 그것도 재밌어 보이진 않았다. 앞서 말했듯 디테일하게는 어느 독자들의 마음을 움찔움찔하게 하는 비범함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그냥 우리가 매일 겪는 이야기를 적당하게 리드미컬한 언어와 무난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제 삶을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때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심신을 가라앉히는 데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살아볼 수 있을까, 이미 살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루스 오제키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 루스 오제키





어린 시절 TV, 영화, 책 등 여기저기서 보고 바다만 가면 빈 유리병에 편지를 써서 그렇게 던졌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나 다른 어른이 쓰레기 투기한다고 등짝 때리러 쫓아오시곤 하였다. 멈출 수가 없었다.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동무들에게 얘기를 꺼내면 다 같은 생각이었다. 왜 한국은 외화의 어린이처럼 큰 나무가 있거나 근처에 큰 숲이 있는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나무 위에 아지트를 못 짓는지 울분을 토하면서 유리병 편지라도 해야지 평등한 세계, 지구촌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러는 먹어서 생산하고, 더러는 분리수거함을 얻은 투명한 빈 유리병에 편지를 넣었다. 바다가 문제였다. 하천이 있었긴 하지만, 하천에서 잘 떠내려가봐야 편지는 한국 사람이 줍게 될테니 슬펐다. 이국 사람이 내 편지를 받겠다는 생각을 접고 사랑과 우정의 낭만적 선물로 서로 유리병을 교환하는 데는 몇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소설에선 유리병으로 밀봉된 편지가 아니라 비닐로 꽝꽝 밀봉된 헬로키티 도시락통이 등장한다. 캐나다 해변가에서 루스는 그걸 발견한다. 도시락통 안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랑스어판이 담겨 있었는데 펼쳐보니 본문은 간데 없고, 속을 다 뜯어낸 뒤 노트로 개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트엔 일본인 소녀 나오의 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루스가 나오의 일기장을 받은 건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염려가 극에 달한 때. 그럼에도 호기심에 나오는 일기장을 한장 두장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할머니와 사이가 좋은 중학생 여자애의 평범한 수다 같았다. 하지만 지코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가미카제 강제징집으로 자살'당한' 아들 하루키1번 때문에 평생 고통을 달래며 승려가 된 초장수노인이었다. 나오에게는 끊임없이 자살'하고 싶어하는' 히키코모리 아빠 하루키2번이 있다. 지코와 나오의 나이를 초월한 의지는 자살했거나 할 것 같은 하루키 놈들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건 나오이다. 끔찍한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 나오가 수취인불명으로 일기장을 흘려보낸 것도 그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알리려 한다는 점에서 나오는 이 일기장을 볼 당신이 내 하느님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일기가 씌어진 시점은 과거이다. 이 일기장은 일종의 '과거로부터 온 구조 요청'이다. 루스는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나오와 그 주변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과연 캐나다의 소설가가 일본의 중학생을 구할 수 있을까. 마법 같고 기적 같은 인연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무슨 의미가 될까.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일본의 대지진은 누구에게나 큰 충격과 영향을 줄 만한 사건이긴 하지만, 작가의 이름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는 것,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닌 정체성 고민을 겪는 왕따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였다. 소재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으며 수출되고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에게 이 소설이 안겨다 준 명성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읽으면서 작가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써야만 했던 소설이란 느낌을 내내 받아서 그 뿌듯함이 더 크지 않았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투정 아닌 '진정 리셋'을 원한다면


  

 

뭐 하는 사람일까. 숱하게 이름을 들었지만 처음 그의 책을 읽어봤다. 철학자일까, 선생일까, 어떤 전공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해져 인터넷 검색을 했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로는 그의 사람 됨됨이만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 전공은 사회학이지만 문화인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선다고 한다. 인권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인이라고 한다.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란 도발적인 책 제목. 제목만 보곤 급진적인 진보 운동(혁명) 담론을 담은 책인 줄 오해하였다. 그러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글이면서 어떤 면에서 그 선언의 일원이 되어 리셋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책이었다. 다분히 중의적인 책.

  

 

리셋(reset), 다시 맞추다, 다시 제자리에 넣다,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 저자가 말하는 리셋의 프레임을 세상에 씌우니 일베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담론들이 좌우 상관없이 묶여지고 읽힌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조하며 내뱉는 노오력’, ‘헬조선’, ‘노예’, ‘수저따위의 말들을 내뱉는다. 이 단어들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진을 빼놓는 것 같아 듣기 싫으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다. 이 단어들이 불편한 이유는 이 상태에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 같이 죽는 종말만을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저자의 표현으론 리셋이다. 방법론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원점으로 돌아가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 저자는 나는 역사의 힘을 믿는다.’는 문장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래서 진보를 믿는 진보주의자고 낙관주의자라는 저자가 보는 한국 사회는 어떤지 궁금해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문장은 유려하고 간명했다. 그리고 일독하는 동안 적잖이 당황했다. 어디를 밑줄 쳐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과 전부 밑줄치고 싶은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하여 책을 거듭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선독자로서 감상은, 이 책이 궁금하다면 그냥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불안하면 목차 정도만 보고 말이다. 별로 두껍지 않거니와 술술 읽힌다. 현대 사회 중에서도 지금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의 이야기다. 모두의 감정이다. ‘싸그리 망해버리라며 리셋을 갈망하는 조울증적인 화병, 근대부터 내려온 유구한 사회화의 전통 속에 성장했지만 마주한 건 어떤 국민도 보호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저 가만히 있어야하는 순교자적 나르시시스트 국민이 되어버린 자신이다. 너무나 슬픈데 존중받아본 적이 없어 어떤 것이 결핍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가 다다른 결론은 한국은 민주주의가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가 세상을 리셋하고 싶어 하는사람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리셋하되 성공적인 리셋을 위해서 짚을 것을 잊지 말고, 리셋(전환)의 지점을 분명히 알라는 것이다. 여러모로 뜨끔하고, 막연히 어떤 기분이 들지만 설명할 수 없었고 깨닫지 못했던 것을 풀어줘서 탄복하였다. 맞다. 쉽게 읽히나 편하지 않은 책이다. 역시 답 없이 분석과 통찰에 주인 책이지만 다른 그런 책들보단 좀 나은 이유는 그 분석과 통찰 속에 담긴 대상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포기하지 않는 희망 같은 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리셋의 속성은 자학이 아니라 연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삼킨 청춘을 오늘에 토한 소설

 

 

어느 날 강가를 산책하다가 가족들에게 말도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강에 빠져 죽은 줄 알고 사색이 되어 찾는 가족들의 품으로 아무 일 없었던 듯 돌아왔다고 한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을 품고. 그리고 6개월 동안의 퇴고 끝에 창작과 비평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 투고했고, 당선하였다. 금태현, 54세 신인 작가의 간략한 등단 경위이다. 인간의 마지막 직업은 작가다.” 작년 초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블로그에서 봤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 수상자들은 모두 40대 이상이었고, 한 분은 신인상인데도 50대였다고 한다. 흔히 산문은 영재의 문학이 아니라고들 한다. 세상과 인간을 깊이 꿰뚫고 글로 풀 수 있는 것은 연륜 없이 재능만으로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 등단할지 아득한 채 태어나지 못한 작가로 사는 것은 참 녹록지 않다. 죽은 아들 불알도 아닌 태아나 정자를 더듬고 주무르는 부모의 삶이란. 흔히 늙은 신인 작가가 그렇듯 금태현 작가 역시 여러 편의 소설 완성작을 가진 상태에서 등단하였다. 호기심과 성장욕으로 시작한 등단작 분석은 작가의 이력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은 전형적인 똘똘한 등단작이다. 창작과 비평이 좋아할 소재와 문제의식이다. 분명 현시대가 다뤄야 할 문학 주제였음에도 완결력 있는 일반’‘장편소설로 나오지 못했던 코피노에 대한 소설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를 현재 한국 문단이 사회문제를 소설로 푸는 데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심사위원들은 395편이나 응모되었으나 다수의 작품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내지 못하거나 동의하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된 것과 달리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은 서사가 노련하다고 평했다. 십분 공감하였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 받고 인상적인 것은 생각해본 적 없는 ‘63년생의 문장이었다. 심사평과 당선 소감을 읽고 소설을 읽다가 책날개를 다시 확인하였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코피노 청년의 한 동안을 다룬 이 소설에서 청춘을 묘사하는 태도는 20대 작가들처럼 생동한다. 부모나 선생의 시선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 나이의 문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을 한 건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하였다. 

청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삼키는 것이 아닐까.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심신적으로 인생에서 청춘은 시기가 있지만 그 시기가 지난다고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제 청춘을 놓지 않는다면 언제든 그 모습을 불러낼 수 있다고. 쉰 살이 넘은 대한민국 울산 토박이 금태현이 그린 스무 살 필리핀 세부아노 하퍼. 작가와 하퍼는 같은 오늘을 사는, 완전한 동시대인이다. 누가 누구의 과거나 미래가 아닌 채 같은 시간을 산다. 어디까지가 취재일까.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의 정의에 충실한, 현실에 있음직한 허구의 이야기이다. 망고스퀘어는커녕 필리핀과 일본을 잘 모르는 독자도 어떤 불편함이나 이질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이국의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그 어떤 편견도 담겨 있지 않다. 처음 읽을 땐 전형적인 소재를 비전형적으로 전개하는 전체적 구성에 눈이 갔다. 그런데 다시 읽을수록 문장이나 문단 단위로 눈이 멈췄다. 어떤 심사평이나 당선 소감보다 개개의 문장과 행간이 작가의 모든 실력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분명 편하게 읽었음에도 잠깐 무서움이 엄습했다. 

하퍼는 이제 갓 성인이 되었을 뿐인데 사는 꼴이 소위 표현하는 막장이다. 배운 것 없고 할 줄 없는 게 없다고 유투브에 돈될 만한 영상을 마구 올려 광고수익으로 먹고 사려다가 번번이 저작권 위반의 쓴맛을 본다. 결국 그에게 돈 같은 돈을 벌게 해주는 밥벌이는 마약 배달 같은 뒷골목 심부름이나 소매치기. 유흥가에 있다가 도망쳐 미스 필리핀에 나간 베렌을 잡아오라는 심부름을 맡으면서 그의 인생이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에 빠지고, 오랫동안 헤어진 어머니와 재회하고. 하지만 인생은 그 순간에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 없듯,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얼마간의 하퍼의 일상일 뿐이다. 우리에게 확실한 것은 오로지 삶은 계속된다는 명제일 뿐. 가족을 버린 것은 한국인 아버지가 아니라 필리핀 어머니고, 사랑은 극적으로 인생을 바꾸지 않는다. 순간엔 비범했던 행보도 평범으로 남는다. 예상대로 전개되지도 무겁지도 않은 코피노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본 대로 쓸 수 있는 눈을 가진 작가인 것 같아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금태현은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을 통해 삼킨 청춘을 오늘에 토한다. 우리는 무엇을 응답할 것인가. 수많은 시절의, 수많은 청춘이 이 청춘에 얽히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OCAT(두캣)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가톨릭 사회 교리서
YOUCAT 재단 지음, 김선태 옮김, 유경촌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캣DOCAT]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청년을 위한 가톨릭 사회 교리서

 



 

이 시대에 혁명가가 아닌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저의 선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여러분에게 청년 교리서 <YOUCAT>을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YOUCAT>과 이어지는 책으로, 교회의 사회 교리를 담은 <DOCAT>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DOCAT>이라는 제목에는 행동하는 것이라는 뜻(to do)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해 줍니다. 이 책은 복음으로 먼저 우리 자신을, 이어서 주변 환경을, 마지막으로는 세상 전체를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사용 설명서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나는 교회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요즘 계속 고민하는 질문으로 성소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성소는 반드시 성직의 소명에 한한 것이 아님에도 서원 강권을 많이 받아왔기에 외면하고 미루던 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회심과 신심단련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유캣YOUCAT> 시리즈의 사회 교리판 <두캣DOCAT>의 출간과 북토크 소식을 듣고 행사에도 참여하고 책도 재빨리 읽었다. 3, 4년 전 쯤 사회 교리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알았다. 하지만 시간과 위치가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 <두캣DOCAT>은 청년들을 위한 사회 교리 입문서로 사회 교리의 역사와 관련 문건을 소개하고, 문건들을 잘 발췌하고 정리해놓아 사회 교리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어떻게 공부를 해나갈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유캣YOUCAT>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총 328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사회 교리는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교리의 개념을 잘 모를 뿐 우리 대부분은 이미 사회 교리를 실천하고 있다. 그리스도인 각자가 교회요 사도로 세상에모범이 되고 기여하는 모든 것, 예수의 가르침대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모든 행동이 사회 교리다. 1891년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 이래로 구체적으로 성문화하였을 뿐, 전 교회 역사 내내 강조되어온 것이다. 사회 교리하면 정의 구현을 위한 시위 등 교회 소수파의 진보좌익 운동으로 오해하는 이도 많은 것 같은데 <두캣DOCAT>은 그런 오해를 바로잡는 좋은 사회 교리 안내서가 되어준다. 보통 사회교리가 크게 관심 있는 연대와 구호, 노동과 환경 뿐 아니라 현대 종교의 정치경제사회적 역할과 윤리와 생명 등 범위가 넓다는 것도 <DOCAT>을 읽으며 배웠다.

 

이 책으로 깨달은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사회 교리는 세속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며 별따로 만들어진 추가 교리나, 단순한 행동 강령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경과 가톨릭 교리와 사회 교리는 단단히 맞물려 돌아가며 그리스도인들의 정신 고양을 촉구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두캣DOCAT>은 다른 유캣YOUCAT’ 시리즈처럼 청년을 위한책이다. 청년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서술도 쉽고 사진 자료도 많으며, 휴대하기 좋다. 한창 심신적으로 혈기왕성해 질문이 많은 청년들을 위해 주석과 함께 알면 좋은 글과 말이 빽빽하게 담겨 있다. 지난 930일 명동성당에서 열렸던 출간 기념 북토크에 참여하며, 청년이 아닌 신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 적잖이 놀랐지만 그 이유를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다. 비단 청년 뿐 아니라 사회 교리에 대한 배움의 수요가 참으로 많은데 이런 단비 같은 책이 너무 뒤늦게 나왔다고 말이다. <두캣DOCAT>은 청년이 읽으면 가장 좋지만, 시력이 좋고 마음이 열린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현재의 자신의 교리 지식 전반과 생활 태도를 진단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고, 앞으로의 신앙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듯싶다.

기독교는 복음의 종교고 전교의 종교이다. 그래서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를 막론하고, 기독교를 떠올리면 온 사방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부르짖는 이를 떠올리며 전도를 못마땅해 하고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신학적 의미부여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성경에서 예수의 제자 부르심과 사도들의 초기 전도를 보면 들을 귀 있는 자는 듣고’, ‘와서 보라정도로 메시지가 아주 간명하다. 그리고 생활로 하느님 나라와 말씀을 보여 준다. 성경에서 그리스도인의 모범으로 제시되는 사람들의 모습도 예수의 치유를 받고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드는 시몬의 장모나, 남의 혼인 잔치에 떨어진 포도주를 걱정하는 성모처럼 단순한 선함이다. <두캣DOCAT>은 온갖 영성 체험과 각종 단체 활동, 성경과 교리 공부 등은 열심히 하다가 잊기 쉬운 그리스도인 정신의 기본을 기억하고 찾게 도와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