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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메이저 인생을 꿈꾸며 하루하루 인생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그러한 메이저 인생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26일날 방영된 뉴스를 보니 방학을 한 달 여 앞둔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단결석을 하면서까지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어쩌면 초등학교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메이저 인생을 향한 인생 경주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건 유아학습시장이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의 현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다른 집 자식과는 뭔가 차별화되는 교육에 대한 열망, 다른 집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학원을 네 군데 보내면 내 자식은 학원을 다섯 군데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열에 대한 과열현상.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메이저 인생을 꿈꾸며 한 발 한 발 나아갈려고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마치 내 앞에서는 나의 몸을 저 멀리 날려버릴 듯한 거대한 바람이 앞에서 불어오고 있지만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메이저 인생을 붙잡기 위해 힘들게 발걸음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상황이 얼핏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손 앞에 닿을 것 같은 그러한 메이저 인생에 대한 꿈은 발 걸음을 한 걸음씩 앞으로 점점 나아갈수록 손에 잡힐 듯 하다가도 막상 잡히질 않는게 솔직한 나의 현실 같이 느껴진다.
나는 은희경씨의 <마이너리그>(창작과비평사,2001)라는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 인생에 있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만수산 4인방' 또한 메이저리그 인생을 꿈꾸면서 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메이저는 어차피 한정된, 선택받은 소수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건 우리사회가 점차 중산층이 사라지고 80대 20의 사회구조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지적처럼 누구나 다 메이저가 될 수 없다는 사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현실이다. 즉, 우리는 누구나 메이저를 꿈꾸지만 메이저가 될 수 없는 그러한 사회적 딜레마가 원초적으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책의 내용만을 보면 '승주','조국', '형준'은 사업을 실패함으로 인해 우리사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마이너 인생을 사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다른 생각이 들었는데, 비록 '만수산 4인방'은 메이저 인생과는 거리가 먼, 인생에 있어서의 실패를 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결론을 짓지만 우리사회는 어쩌면, 저러한 마이너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메이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더 돋보이지 않겠는가 하는 당연한 생각을 한번 해보았다. 운동경기를 보아도 패자가 있기 때문에 승자가 있는 것처럼 우리사회에서 마이너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어쩌면 메이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존재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메이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마이너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피와 땀의 가치를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사회가 10대 후반에 한번 치른 시험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가 아닌, 누구나 노력여하에 따라 메이저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그러한 노력을 좀 게을리 했을 경우 다시 마이너가 될 수 있는, 그러한 좀 더 다이나믹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면 그건 나의 지나친 희망사항일까?
예를 들면 서울대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딱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여러가지로 유리하다. 아마도 실질이 아닌 껍데기를 더 숭상하는 사회 분위기 탓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서울대라는 간판이 아닌, 실질을 더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의 조성. 메이저리그의 진입을 위한 공정한 경쟁과 룰이 제대로 갖추어진 사회. 이러한 것들이 먼저 선행되어야 이 땅의 메이저리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진정한 존경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