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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연탄길>>. 최근에 독서계를 강타한 바 있는 <괭이부리말 아이들>, <봉순이 언니> 와 같은 부류의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책들의 공통점은 저소득층, 우리 이웃들의 가난과 소외, 어려운 환경하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찾는 과정... 이러한 것들로 요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탄길>. 이 책에서는 아주 짤막짤막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수 십 여 편 실려있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각각의 글들은 그 메시지만 따져 놓고 본다면 좋은 내용이고 아주 감동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을 풀어나가는 전체적인 이야기로서의 글의 문맥과 내용의 서사구조적인 관점에서는 이 책을 읽고나서 아쉬움이 많았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한번 설명해보자. 이 책 내용중에 155~158쪽을 보면 <엄마의 눈물> 이라는 글이 있다. 죽어가는 자식이 있는데 꺼져가는 목숨을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은 쏟지 않고 어머니가 마치 자신이 먼저 죽은 것처럼해서 죽어가는 딸아이를 위로한다는 내용이다. 이것도 위로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한데, 이 책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을 앞에 둔 네 언니를 누군들 위로할 수 있겠니? 차라리 명희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그랬던거야.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네 언니에겐 더 없이 큰 위안이 됐을 테니까.'(<<연탈길>>, 158쪽.)
죽어가는 딸아이를 살릴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러한 매정한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것도 딸에대한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148~153쪽을 보면 자식이 도둑질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아버지가 도둑질을 해 교도소까지 가면서 자식의 도둑질 버릇을 고친다는 내용인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조금은 황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식의 도둑질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아버지가 도둑질을 해 교도서에 들어감으로써 그 버릇을 고치게 해준다는 게 진정한 교육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이철환씨의 이야기대로라면 자식이 살인죄를 저지를까봐 아버지가 살인을 먼저 함으로써 자식의 버릇을 고치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 <연탄길>,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서 감동적인 것도 물론 있지만, 이야기가 억지스러운 것들도 많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이 두 권으로 나왔다는데, 이야기들을 좀 언선해서 책을 한 권으로해서 발행하는 일이 있더라도 글의 완성도가 높은 것들만을 추려모았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