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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지배하는 개들
로랑 제라 글, 모르슈완느 그림, J-P 뒤부슈 채색,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6월
평점 :
대통령이 갖는 의미는 무었일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한 나라의 국가원수. 각 나라 정부의 최고통치권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말고, 대통령과 관련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대통령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사람으로서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통할 정도로 일반인들이 느끼는 인간에 대한 감정과는 그 괴리가 아주 컸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나는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 이라는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발행 된 책으로서 각 나라 정치지도자들을 개에 비유한 그림 책이다. 개. 우리가 평소 부정적인 의미로서, 일상생활에서 욕을 할 때 사용하는 단어속에도 들어가는 단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개' 에 비유하는 이러한 책이 나온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의의는 상대적으로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많이 진척되었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은 프랑스에서 발행 된 책이지만 한국에서도 이러한 책이 번역되어 소개될 수 있다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인물에 대해서 2페이지를 할애하는 형식인데, 일러스트 그림과 그에 대한 각 인물의 해석으로 구분되어져 책이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안타까움은 이 책이 각국 지도자들과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등장인물이 되는 각국 지도자들의 선정에서부터 어느 정도 책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소박한 생각이라고할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언제쯤 전 세계 지도자들을 칭찬하는 책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희망섞인 의문을 가졌었다. 전 세계 정치지도자들을 개에 비유하던 아니면 다른 동물에 비유하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서 전 세계의 각국 지도자들이 모두 존경을 받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 이라는 책이 좀 더 다른 형태로 발행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생각이라고할까. 언제쯤 그런 세상이 올까?
이 책과 관련해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책의 구성과 기획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프랑스 특유의 지적 전통과 관련된 창의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프랑스내 정치인들을 동물로 풍자한 또다른 동물학 개론서(?)를 발행했다고하던데, 그 책도 원서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면 다음에도 책을 꼭 사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지만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세세한 부분도 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한국의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특이사항: 가끔 신물이 날 정도로 종이신문을 씹는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아서 언론과의 법정다툼에서도 재판부로부터 승소팥결을 받은 것과 관련된 언급이 없다보니, 이 책의 내용이 전 세계에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사실이 전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보완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뒷표지에 수피교 시인의 글이 있는데, '동물은 무지로 인해 구원받았고, 천사는 이성을 통해 구원받았다. 그리고 인간은 이 둘 사이의 경계를 오가고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으로부터 비롯된 각국 지도자들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 우리 인류에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경고의 의미로서 나는 수피교 시인의 글을 이해했다. 아무쪼록 전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이 좀 더 평화를 사랑하고 지구촌 가족 모두에 대한 연민의식을 가져서 보다 살기좋고 아름다운 지구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