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아야 케마 지음, 김시완 옮김 / 마주한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자. 과거 '보릿고개'로 상징되던, 기본적인 식생활 문제의 해결조차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물질적으로 모든 것은 과거보다 많이 풍족해졌으며 우리의 일상적 삶도 보다 더 많이, 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노력들로서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다른한편에서, 보다 풍요로워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역설적으로 '비움'과 '버림' 의 삶이 회자되고 유행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에 나는 아야 케마의 저서 <비움>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비움' 이라는 명제와 관련해 곰곰히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 21세기의 현대사회를 과거 근대사회와 구분해, 아톰의 사회에서 비트의 사회로 옮겨간다고 흔히 말한다. 오늘날의 사회는 그만큼 과거의 아날로그적인 측면보다는 디지털적인 요소가 많이 산재해 있으며 그러한 디지털적 사고와 행동은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를 너무나 많이 변화시켰다.

기술문명의 발달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그리고 그러한 미디어로인해 변화되는 우리의 삶. 나에게 있어서 '비움' 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비움>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를 내심 괴롭혔던 것은 이 책이 가슴으로 안 읽혀진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 책을 진정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나라는 인간이 너무나 많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잉크로 인쇄되어 활자화된 글자하나하나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고나할까?

'비움'. 웬만한 정신적인 수양을 한 종교인의 도덕적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는이상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비움' 의 삶을 현실에서 체화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아야 케마의 <비움> 이라는 책은 나에게있어 미완성의 여지를 남겨준다. 앞서 말한 이 책에 대한 '미완성의 여지' 란 이 책의 활자화된 글을 글 자체로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여러 번 다독하는 것으로도 이 책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야 케마가 말하는 '비움' 의 삶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비움' 의 삶을 가질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 그건 솔직히 가능하지도 않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 정도만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 인간이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인 것을 인정하는 선에서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비움' 의 삶을 독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야구에서도 홈런을 치고자 하는 의욕이 너무나 앞서면 삼진을 당하기 쉬운 법이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면 좋겠다고나할까. 모든 사람들이 완벽한 의미로서의 '비움' 의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비록 큰 홈런이 아니더라도, 작은 안타라도 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한다.

이 책을 읽고 나 또한, 나의 작은 일상생활 하나하나부터 '비움' 의 삶을 살아갈려는 노력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예를들면,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 나이 많은 노약자나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삶과 같은 것을 보다 완벽히 실천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철학자나 종교인이 말하는 '비움' 의 삶은 그 자체는 담론적 성격으로서 거창한 것 같지만, 진정한 비움의 삶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작은 일 하나하나부터 몸소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든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비움의 삶을 살기위한 좋은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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