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뭐가 진실인지 어떻게 알아요?"
"사과를 보는 것과 같아. 빛깔이 문제가 아니라 안에 뭐가 들었느냐가 문제지." - P61

"무엇이든 평가를 하려면 자료를 수집해서 정량화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돼."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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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천만의 말씀! 오히려 정반대요. 두운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꾸밈없는 기술이지. 일상언어의 장식이란 말이오." - P30

예언을 해보겠다. 1946년 패트리어트리그 말살로 시작된 사태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지구 자체가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는,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저마다 향유고래와 위대한 루크 고패넌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 전에는. 팬 여러분, 일간지를 들춰보라, 또다른 강, 또다른 도시, 또다른 생물종이 말살당했다는 뉴스가 매일 나온다. 기다려보라, 이제 곧 모든 대륙이 소인 찍힌 우표 신세가 될 테니. 쾅, 아프리카! 쾅, 아시아! 쾅, 유럽! 쾅, 북아메리카! 쾅, 남아메리카! 아, 숨으려 하지 말라, 남극이여! 너 역시 쾅! - P88

그런데 그 게임은 어디서 펼쳐질까? 달의 어두운 면에 조명을 밝히고서? 월터 오말리는 미래를 예감하고 다저스를 화성으로 옮길까? [...] 화성에 커브볼이 가능하다고 믿으시오? 500도를 넘나드는 금성에서 정상적인 투수 로테이션이 이뤄지겠소?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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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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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천지 사방에서 육체의 온도를 재고 있을 때 나는 다른 온도, 우리의 몸을 몸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영혼의 온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영혼의 온도는 몇 도가 적합할까? 영혼이 섭씨 몇 도 일 때 인간은 건강하게 서로 지키고 살리고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까? - P22

그곳에는 나를 괴롭혀온 마음 깊은 곳의 가난함이 없다. 완전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가난함,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것들 속에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가난함. 둘 다 치명적으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외롭게 한다. 그런데 우리에겐 최근 또 다른 가난함이 생겼다. 조회수에 매달리면서 생긴 가난함이다. 조회수와 그에 따르는 수익 창출에 관심을 쏟으면서 우리는 창조성을 많이 잃었다. - P49

인수공통감염이든 기후위기든 알면 알수록 일상의 선택 하나하나에 찜찜함과 불편함이 깃든다. 그러나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이 마음 불편해지는 일이 되는 것에 희망이 있다. 뭔가를 불편하게 여기느냐 아니냐, 그것을 감수하느냐 마느냐, 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가 우리의 행과 불행을 가르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 P75

다행히 우리에게는 무엇을 할 힘과 무엇을 하지 않을 힘이 다 있다(그런데 역설적으로 무엇을 하는 순간을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이고,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은 무엇을 하는 순간이다.)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 이 둘을 합하면 능력이다. - P76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에는 혜성의 꼬리 같은 것이 필수적으로 붙는다. 선택과 행동이다. 페터 한트케는 타인의 뿌리를 뽑는 일은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했다. - P77

이제 돈은 과거에 사랑이 하던 역할을 거의 대체하고 있다. 한 사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자신감 넘치게 하고, 안정되게 하고, 자다가도 웃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신비로운 아우라로 감싸는 그 불가해한 수수께끼 같은 일을 돈이 다 한다. 사랑이 아니라 돈이야말로 초월적인 존재다. - P117

그는 삶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이, 어느 날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고 마는 인생이란 게 좀 끔찍스럽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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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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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의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한때는, 지민도 엄마와 자신 사이에 그런 애착과 복잡한 감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239

엄마가 무너진 계기가 산후우울증이었다는 점에서 지민 자신에게는 일종의 원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자신을 낳지 않았다면 엄마는 자신의 삶을 멀쩡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과 딸인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었다는 생각이 지민 안에서 상충했다. - P240

자신을 고유하기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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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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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버드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자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프레이즈와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시에, 한없이 잡아 늘일 수도 있지.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만큼 길게- 혹은 영원에 다다를 만큼 길게. 시간이란 관념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어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실제로 맞는 진짜 죽음은 철저하게 무거워. 그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져버리지. 완전히 무가 되어버려. 그리고 내 경우, 그 존재는 자신이었어."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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