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그랬다. 천지 사방에서 육체의 온도를 재고 있을 때 나는 다른 온도, 우리의 몸을 몸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영혼의 온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영혼의 온도는 몇 도가 적합할까? 영혼이 섭씨 몇 도 일 때 인간은 건강하게 서로 지키고 살리고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까? - P22

그곳에는 나를 괴롭혀온 마음 깊은 곳의 가난함이 없다. 완전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가난함,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것들 속에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가난함. 둘 다 치명적으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외롭게 한다. 그런데 우리에겐 최근 또 다른 가난함이 생겼다. 조회수에 매달리면서 생긴 가난함이다. 조회수와 그에 따르는 수익 창출에 관심을 쏟으면서 우리는 창조성을 많이 잃었다. - P49

인수공통감염이든 기후위기든 알면 알수록 일상의 선택 하나하나에 찜찜함과 불편함이 깃든다. 그러나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이 마음 불편해지는 일이 되는 것에 희망이 있다. 뭔가를 불편하게 여기느냐 아니냐, 그것을 감수하느냐 마느냐, 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가 우리의 행과 불행을 가르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 P75

다행히 우리에게는 무엇을 할 힘과 무엇을 하지 않을 힘이 다 있다(그런데 역설적으로 무엇을 하는 순간을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이고,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은 무엇을 하는 순간이다.)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 이 둘을 합하면 능력이다. - P76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에는 혜성의 꼬리 같은 것이 필수적으로 붙는다. 선택과 행동이다. 페터 한트케는 타인의 뿌리를 뽑는 일은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했다. - P77

이제 돈은 과거에 사랑이 하던 역할을 거의 대체하고 있다. 한 사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자신감 넘치게 하고, 안정되게 하고, 자다가도 웃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신비로운 아우라로 감싸는 그 불가해한 수수께끼 같은 일을 돈이 다 한다. 사랑이 아니라 돈이야말로 초월적인 존재다. - P117

그는 삶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이, 어느 날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고 마는 인생이란 게 좀 끔찍스럽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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