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구판절판


교수 : 그러니까, 마리나, 문학의 목적은 그대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네.
마리나 : 아, 그래요? (그녀는 화가 나서 책을 바닥에 던진다) 어쨌든 저는 문학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요.
교수 : 형편없이 어리고 못난 학생이군.
마리나 : (상냥하게) 제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지만, 문학이 무엇을 해줄 수 있죠? 아무것도 없잖아요. 왜 문학 따위를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교수 : 마리나, 자넨 진짜 추위에 떠는 가련한 짐승이 됐군.
마리나 : 그래요, 저는 짐승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교수: 짐승도 영원히 살지는 않아. 유한한 존재야. 하지만 이 책은 영원해. 만일 책을 불태운다면, 불꽃은 겨우 2분 정도 살아 있을 뿐이네.-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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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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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고자 하였던 것이다. 나는 바로 자아로부터 빠져나오려 하였던 것이며, 바로 그 자아를 나는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 없었고, 그것을 단지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것으로부터 단지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그것에 맞서지 못하고 단지 몸을 숨길 수 있을 따름이었다. 진실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수수께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이 되는 별다른 존재라는 이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60쪽

사랑이란 구걸하여 얻을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있고, 선물로 받을 수도 있고, 거리에서 주워 얻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강탈할 수는 없는 거예요.-86쪽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
...많이 듣고 적게 말하였다.-98쪽

그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는 그런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 그러니까 돈이나 사소한 즐거움, 하찮은 체면을 얻기 위하여 애를 쓰고 괴로워하고 늙어가는 것을 보았다.-104쪽

내면에 은신처...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그들 나름의 법칙과 궤도를 지니고 있지. -108쪽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206쪽

말이란 신비로운 참뜻을 훼손해 버리는 법일세. 무슨 일이든 일단 말로 표현하게 되면 그 즉시 본래의 참뜻이 언제나 약간 달라져 버리게 되고, 약간 불순물이 섞여 변조되어 버리고, 약간 어리석게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야.-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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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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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실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이란 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혼미해져 버렸다. 그 하나하나가 자연의 단 한번의 소중한 시도인 사람을 무더기로 쏘아 죽이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단 한번뿐인 소중한 목숨이 아니라면, 우리들 하나하나를 총알 하나로 정말로 완전히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도 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리라.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여러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번 서로 교차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는 하나의 점(點)인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누구 속에서든 정신은 현상이 되고, 누구 속에서든 피조물이 괴로워하고 있으며, 누구 속에서든 한 구세주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있다. -8쪽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始原)의 점액과 알 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
그리고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 어머니들이 같다. 우리는 모두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 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시도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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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언제부터인가 동네에서 서점 간판이 사라졌다'

정말이다.
집주변에 전문대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가 몇 개씩 있는 편인데 서점이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중학생 때만 해도 대학교 주변엔 허름한 음식점 몇 개, 구멍 가게, 그리고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분간이 잘 안가는 서점이 하나 있긴 했다. 주인 할머니가 인상이 무서워 딱 한 번 참고서를 사러 들어갔었지만 그나마도 학교 인근에 술집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면서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아마도 커피 전문점, 필름 인화소, 컴퓨터 부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바뀐 듯 하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넘어가던 즈음, 집에서 2분 거리에 '월계 서점'이라는 간판을 내걸은 서점이 하나 생겼다. 그때는 몰랐지만 없어지고 나니 서운한 마음이 여간한 것이 아니다.
주인 아저씨는 꼭 조 페시를 닮은 체구가 짤다란 분이셨는데 책값 계산할 때 100원씩 에누리 해주면서 어찌나 생색을 내시던지 서점 문을 나서면서 늘 치사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오롯하다.
웬일인지 그곳에 들어서면 코끝을 자극하던 책냄새가 기억난다. 종이냄새, 잉크냄새, 책본드 냄새 등등.
부모님께 받는 용돈만으로 책 사보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아서 그때는 책을 많이 못 샀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존경하옵는 에코님의 '장미의 이름'을 샀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요즘이야 솔직히 동네에 서점이 있다고 해도 인터넷 서점의 할인 행위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겠지만, 90년대 중반에 산 책들만 해도 구입처가 교보,영풍 등 대형서점 일색이 아니라는 사실에 나도 새삼 놀랐다. 지금은 어디인지 기억도 가물한 '천광서점, 인광서점'이 책 안쪽에 쓰여있는 걸 보고 '응? 이게 어디야?'하고 말이다.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시쳇말로 쌔끈하고 자극적이고 그 자체로 하나의 광고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같은 책이라도 동네 서점 서가에 꽂혀 있으면 조금 촌스러워보이긴 해도 다소곳하고 인내가 깃들어 보인다. 반면 도서관의 책들은 너무 진중하고 거만해 보인다.

유브 갓 메일 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무엇이든 구멍가게 형태를 띤 것들은 살아남기 힘든 요즘 세상. '대형'이란 것에 매몰되어 가는 일상들. 슬프지만 기억하고 살자. 작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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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5-05-2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 저편에 사라져버린 동네서점들. 마음 한 구석에 좋은 추억 하나가 상실되어버린 느낌. 세상이 변해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찐한 아쉬움에 한숨이 나오게 되네요ㅜㅜ

부엉이 2005-05-2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마법의 도서관 - 소설로 읽는 책의 역사
요슈타인 가아더.클라우스 하게루프 지음, 이용숙 옮김 / 현암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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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란, 죽은 자를 깨워 다시 삶으로 불러내고 산 자에게는 영원한 삶을 선사하는 작은 기호들로 가득찬 마법의 세계다. 알파벳의 스물여섯 개 철자가 그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합성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철자들이 책으로 가득찬 거대한 서가들과 결코 끝나지 않는,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없이 자라나는 어떤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는 것. 이런 일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고 환상적이며 마법 같은 것이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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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9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