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풀려나가곤 한다. 정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각뿐일 때는 제대로 그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요구에 따라 농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 말투를 흉내 내야 할 때처럼 몸이 굳어버린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외려 생각도 쉬워진다. -18쪽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가구들은 자기들이 안 변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정 환경은 우리를 일상생활 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인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20쪽

일상적인 일 속에서는 이르지 못했던 높이에서 우리 삶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럴 때면 주위의 낯선 세계가 은근히 도움을 준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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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1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외려 생각도 쉬워진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공감되는 글귀들입니다. 부엉이님 일은 많이 적응되셨죠?
감기 조심하세요^^

부엉이 2006-11-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덕분에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우려했던 바대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것두 차차 늘려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배혜경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KBS 1FM 명연주명음반 만섭 오빠 ^^;;
저 미소만큼이나 부드러운 목소리.
요즘은 두시부터 네시까지 안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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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의 책
고진석 지음 / 갤리온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미용실에 머리하러 갈 때마다 들르는 서점이 있다. 동생이랑 같이 간 날, 내가 먼저 끝나 서점 안을 서성이고 있다가 우연히 들춰보게 된 책이다. 답을 제시하기 위해 해 놓은 질문들이, 살면서 늘 궁금하게 생각했거나 한번쯤 의문을 품긴 했지만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란 결론을 내렸기에 생각을 포기한 그런 질문들이었다.
목차를 주욱 훑다가 이런 질문이 눈에 딱 들어왔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데, 어떻게 잘 거절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읽기 전에 머리를 스쳐가는 예상 답변은, 실제 거절을 해야만 할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멘트같은 정말 실질적인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답을 읽고 나니, 허를 찔렸다고 해야할까. 요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뾰족한 답도 아니네 하고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일견 이 시시껄렁해 보이는 대답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거다.
생각해 보면 결국 거절을 하지 못하는 심리는, 거절을 했을 때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혹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를 싫어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대부분은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는 가능성이 반반인 확률에서 부정적인 경우가 늘 우세하다. 거꾸로, 거절 잘 하는(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의 기술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내가 거절했다고 나를 싫어한다면 그런 사람과는 관계가 끊어져도 좋다고 생각할만큼 강심장인걸까? 지나치면 자기본위적인 것일테고, 적절히 잘한다면 자신감 있는 사람이랄 수 있을까. 좀 다른 얘길지 모르지만,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는 영화 같은 데서 보면 늘 파멸에 이르러 한탄하는 인간에게, 악마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강요한 적 없노라고. 적당한 때 거절하고 적당한 때 물러섰다면 너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참 얄밉기도 하지.

또 하나 눈에 띄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살을 뺄수 있을까?'였다. 빈곤한 여행을 다녀온 후, 한국에 오면 뭐든 잘먹어야지 하는 결심이 나잇살과 겹쳐져 도무지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비만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 게으름 때문에 찐 살이란 생각이 들어 늘 빼야겠다고 다짐만 하던 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심리적인 데서 원인을 찾고 있었다. 바로 욕구 불만족. 도파민은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데, 이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은 주로 설탕 같은 살을 많이 찌게 하는 것들이다. 그럼 도파민이 분비되서 즐거운 걸까, 즐거우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걸까.  물론 답은 후자일거다. 배고픔은 위가 아니라 뇌가 느끼는 거라는데, 결국 정신적 허기증이 위의 허기증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을 거다.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은 결국 인생의 허다한, 그리고 궁극적인 질문의 대답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 한다. 가장 먼저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군들 사랑해 줄 것이며, 내가 나를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들여다 봐줄 것인가.
어제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슬쩍 흘려 들은 말. 사주와 궁합을 보러 가자는 병희(고현정)에게 철수(천정명)가 말했다.
우리가 결혼할 건데 우리가 알아서 해야지 왜 남한테 물어보냐고. 
우린 스스로 너무나 불안한 존재들이라서 가끔 남의 도움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결국 해답을 찾아야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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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자세히 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로 완전 연출된 사진.


애꿎은 코스모스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나.



우리 옆집 정원. 집은 똑같이 지었는데, 우리 아부진 조경에 전혀 신경을 안 쓰시고, 옆집 아저씨는 조경에만 신경 쓰신다. 아저씨가 잔디 깎는 날은 손님 오는 날. 참고로 동생이 동영상 찍는 줄 모르고 웃기게 걸어보라 해서 춤추고 난리 부르스를 떨었는데, 저 집에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터.



나무에 올라 보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_-;;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는 경운기.
설마 했는데 정말 시동이 걸려 앞에 있는 사과나무로
돌진할 뻔했음.

 




월간 <어린이문학> 잡지를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거기 어떤 일본 아동문학가가 나와서 하는 얘기가,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싶어서 유치원엘 입학했단다. 입학한 첫날 아이들과 눈싸움이며 스모를 하며 신나게 놀아주는데, 그만 허리를 삐끗해서 담날부터 몸져누웠단다. 처음엔 이 아동문학가의,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그런데 또 든 생각은, 굳이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우린 누구나 과거에 어린이였고, 다만 어른이 되면서 그 기억을 잃어가는 것 뿐인데.
그러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기억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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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0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나를 기억해내면 되는 일... 그걸 잊기가 쉽지요. 아이들과 부딪힐 때면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로 합니다.^^ 님! 앞치마 두른 모습이 예뻐요.^^

부엉이 2006-11-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대문 사진이 좋아요. 사무실 뒤로 보이는 뒷산에 단풍이 울긋불긋 들기 시작하는데, 제 마음도 울긋불긋 엉덩이도 들썩들썩 하네요~
 
[VCD] 사랑을 놓치다
미디어마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벌써 6년 전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날렵하고, 그럭저럭 상태가 괜찮았던 설경구가, 마치 현실의 시간 그대로 나이들어 버린 것 같았다. 아내가 될 뻔했던 여자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려 폐인이 되어 버린 설경구의 후일담 같은.
너무 능청스럽고 징그럽게 실감나는 연기를 하는 설경구가 오히려 내가 있는 현실을 더 생경하게 만들어서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식빵에다 맥주를 마시는, 막 사는 인생의 정수를 보여 주는 듯한 장면이 왜그리 가슴 찡하게 다가오던지.
누가 나더러 그랬다. 송윤아 눈가에 비치는 다크써클만 닮았다고. 것두 감지덕지 해야하나? 그래서인지 송윤아를 볼 때마다 다크써클만 보였었는데. 캐릭터 영향도 있겠지만, 서른 중반의 송윤아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야구 중계를 듣다 보면, 타자나 투수나 어깨에 힘빼고 던지거나 칠 때 좋은 성적이 나온다던데 송윤아에게서도 힘을 빼고 뭔가를 비워낸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촌스런 이름 상식이에 걸맞지 않는, 모래시계 재희의 환생이라고나 할까. 이기우의 캐릭터는 딱 그랬다. 크고 든든한 느티나무 같은. 나는 연수(송윤아)가 우재(설경구)를 놓아 버리고 상식(이기우)을 잡기를 바랬는데. 어쨌든 사랑을 놓치는 일을 현실에선 더 많이 겪지 않나. 그래서 내겐 이 영화가 또 하나의 판타지일 수밖에 없나보다.

2000년만 됐어도, 난 유치하다며 이 영화를 쳐다도 안봤을 거다. 근데 요즘은 왜이리 이런 로맨스가 살갗에 와닿는지. 그래도 몸이 아프면서 나이듦을 느끼는 건 싫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나이듦은 저절로 수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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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윤아의 연기가 좋더군요. 정말 놓쳤으면 더 여운이 있을 것 같으네요. 님도 나이드나봐요 ㅎㅎ

부엉이 2006-10-1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가봐요~^^

연잎차 2007-10-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저에게도 판타지일 지 궁금해요!

부엉이 2007-10-1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한 영화예요~ 기분 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