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그는 치열하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욕을 생각했다. 그러고는 시끄러운 미식축구를 고래고래 중 계하는 라디오를 끄듯 생각의 흐름을 딱 끊었다. - P47
기억 속 어딘가 종을 울려 별이 내리쬐는 풍경 속 소풍 장면을 건져올리는 이름이었다. - P51
치맛자락이 바람에 날려 허벅지에 찰싹찰싹 휘감겼다. - P58
여러 곳을 전전하며 소다수 판매원, 벨보이, 웨이터 로 일했고 지난 사 년간 택시를 몰았다. 모두 서비스가 좋으면 팁을 받는 직업이었지만, 일자리를 계속 옮겨 다니다 보니 신경이 너덜너덜해져서 멀쩡하게 몸이 남아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 었다. 결혼은 시간이 없어서 생각도 못 했다. 수중에 남은 돈 이십오 센트가 없어서 여자를 영화관에 데려갈 수도 없었다! 어 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버릇처럼 일만 열심히 했다. 그리고 지난 몇 달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정신적 위기에 다다른 그는 목적지를 향해가듯 저축을 했다. "목적지가 있어야 해." 밤에 마지막으로 택시 문을 닫으면서 혼잣말처럼 내뱉어 말하곤 했다. 온종일 사람들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면서, 정작 그는 가구 딸린 허름한 셋방 말고는 갈 곳이 없었다. 작은 마을과 마음의 평화, 이것이 목적지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했다. 서른 넷이니 아직도 삶에서 뭔가 이룰 시간이 있었다. - P63
피트는 몸집이 큰 남자였지만 분홍빛 손은 정교했고, 몸을 우아하게 쓸 줄 알았다. - P64
실제로 그는 너무 들떠서 생각할 힘도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만끽해본 적이 없었다. - P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