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음 Touch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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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핑크의 부드러운 색감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가슴과 등을 맞대어 손 끝에 전율을 느끼 듯 편안한 일상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온기로 서로를 느끼며 나란히 누운 이불속은 왠지 포근하기만 할 것 같다.
피곤했던 일상을 치유받는 것 같이 고된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선물하는 느낌에 무척이나 설레기도 했다.

그림의 구도와 윤곽을 표현하는 작가의 스케치가 포함되어 작품활동을 옅볼수 있었고 채색 작업을 통해 포샵기술까지 보여줘 작가를 가까이서 만나 대화를 나눈 착각을 하기도 했다.

 

 

Zipcy라는 예명으로 활동중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삶의 스토리를 '닿음'이라는 설렘을 주었다. 서로의 시선을 마주 하고 손을 포개며 입술을 쓸어주는 순간까지 두 사람의 시선과 몸짓에도 언어를 전하듯이 디테일하게 표현된 섬세한 느낌이 무척이나 좋다. 나른한 오후의 멍때리며 무언가를 직시하는 눈빛과 눈을 감고 사색을 하며 입꼬리의 미묘한 움직임까지 느껴져 보는내내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손끝으로 만지는 감촉과 눈빛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쉽사리 다음 페이지로 넘겨지지 않았던 책장 또한 바로 전에 보았던 안락함의 여운이 남아서 그랬을까 싶다.

섬세한 감각으로 머릿결부터 눈빛 하나하나 간절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다문 입이나 살짝 열린 입술 사이에서 하루의 일상을 속삭이듯 표현한 그림에 푹 빠져들었다. 주말 아침 비추는 햇빛에 눈을 찌푸리며 일어나 여유있는 일상을 지내는 지금... 따뜻한 바닥의 흔적에 이불 속에서 밖으로 나오기 싫어 아이들과 뒹굴며 책을 보고 영화 한편을 보는 지금의 일상에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작지만 소소한 이 행복이 '닿음'과 함께 전해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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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이야기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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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상 인명의 피해와 재산의 피해가 가장 컷던 제2차 세계대전은 사소한 민간의 계층에 이르러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붙에 궁지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 중에 '고아 이야기'는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살기위한 삶의 고투를 절실히 보여주는데 두 여인이 갖는 비밀스러운 의심과 애정의 처절함에 눈물을 젖게 만들었다.

전쟁 반발이후 친절과 사랑이라고 느꼈던 노아는 독일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안 부모는 노아를 매몰차게 쫒아내고야 말았고 시간이 지나 출산을 한 노아는 아이를 뺏기고만다. 결국 노아는 그곳에서 도망쳐나와 기차역에서 근근히 청소를 하며 지내는데 우연히 정차해 있던 기차의 한칸에 사슬퍼렇게 얽혀 산처럼 쌓여져있는 엄청난 신생아들을 발견하고 그나마 숨쉬고 있는 한 아이를 품에 안고 도망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한편 유대인이였던 아스트리드는 장군급 독일군과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전쟁 후 상관의 강요로 아스트리드와 이별을 하게 되고 유명한 서커스가문이였던 아스트리드는 부모의 생사는 알지 못한채 경쟁 상대였던 노이호프의 권유로 그곳 서커스단원으로 몸을 숨기게 되었다. 노아가 품에 안고 도망친 아이 테오는 차디찬 눈밭에 쓰러졌고 그들을 발견한 서커스단원들의 구조로 아스트리드가 속해있는 그곳에 함께 머물게 된다.

의심 가득한 시선과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두 여인의 사투를 보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평화로운지 다시금 느끼게 한다. 시대적 배경과 걸맞게 움츠린 어깨가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지만 두 여인만의 특별한 배려와 사랑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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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조기준 지음 / 피오르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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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를 실현한 현명한 어머니 슬하에 공자의 사상을 이은 맹자는 유학의 교육학자였다. 저자는 공자가 식상하다는 이유로 맹자의 책을 손에 들었고 맹자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흔이라는 불혹의 나이는 인생에 있어 어느정도의 삶의 질이 형성되는 시기라고는 하나 주위를 둘러보면 예전과는 무척이나 달라져 있어 쉬이 말을 꺼낼수가 없다. 책에서 말하듯 마흔즈음엔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을 것이고 승진을 하여 사회적 지위가 생겨 어느정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중요한 요지는 내가 진정한 나로서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경제적 여유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만큼에서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하게 한다. 타인의 삶을 비교하여 자신을 끌어 내리지도, 끌어 올려 자만하지도 말것이고 자신의 방향을 굳건히 잡되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지않고 내면의 힘을 내어보라 응원한다.

자신이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간에 그 삶은 타인이 아닌 나의 삶이다.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그런 삶이 아니란 말이다. 공부를 시작한다던지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마흔은 아직 늦은 나이가 아니다. 어쨋든 평생을 공부하고 생각하며 고뇌하는 삶이 인간의 삶이므로 마흔쯤이야 오히려 단단한 나를 만들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뇌리에 새겼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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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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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다름없이 아이들 하교시간이 되어 느즈막히 때웠던 점심 설거지를 하고 간식을 준비하려는 참이었다. 하교하던 아이를 뒤따라 들어와 거실한가운데 배를 깔고 누워버린 꾀죄죄한 아기고양이를 보고 기겁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 동물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아니 사실은 동물과 곤충이 솔직히 무섭다. 학생때 인도에 있는 강아지가 무서워 크게 한바퀴돌아 20분이나 늦게 도착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지금 마당에 작은 강아지와 함께 있는데 그나마 그 친구는 순한기질이라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라니.. 또 꾀죄죄 한데다가 비쩍 마른 모습에 내칠수도 없는 모습을 한 고양이, 길고양이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졸졸 뒤따라 들어온 고양이라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막무가내의 동물들과 함께 지낸 무레요코의 에세이로 어쩌면 무뢰해 보이기까지 하는 아저씨 고양이와 인간의 공공의 적인 모기와의 소통도 보여주는데 작은 미소 한가득 심어준다. 책 속의 아저씨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따라 들어온 고양이를 어찌하지 못해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집에 돌아온 남편은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 검사를 받은 뒤 먹지못해 약해진 것 뿐이라는 다행스런 결과를 가지고 왔다. 당장 먹일 수 있는 고양이 먹이와 따뜻한 수건으로 시커먼 먼지를 제거하고 하루를 보내게 두었는데 요놈이 아예 들어앉아 버렸다. 이름을 지어주면 정이 생겨 나중에 헤어지기 힘들어진다는 책속의 말처럼 했어야 했는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집에서 함께 하기로 했고 날이 갈수록 덥수룩해 지면서 살이 오를때쯤 열린 문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멋대로 들어와 자리차지하고 마음차지하더니 멋대로 나가버렸고 서운해 하던말던 '난 모르겠수다.'라고 아저씨 고양이처럼 무심했다.

주위의 사물이나 동물, 그리고 식물들과도 대화를 하며 작가만의 스타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힐링이다. 아마도 작가는 소녀감성을 지닌 모든 일에 수줍게 미소짓는 사람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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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생충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시온 그림, 현정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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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다. 작은 흔들림에 상처를 받고 큰 아픔에 무너지는 인간은 온전한 자신을 믿지 못하는 구석이 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시린 겨울과 느슨하게 멍한 눈을 하고 홀로 서 있는 그녀는 왠지 외롭게 추운 겨울에 대항하듯 서 있는것 같다. 아직은 어려보이는 소녀의 한 손엔 책을 들고 있지만 어딘가로 향해있는 눈빛만큼은 너무나 공허하고 추워보여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희망적이여서 잠시만 혼자 내버려두어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는 순간, 손잡아주지 못한 마음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책은 다른 이와는 연결할 수 없고 적응하지 못하는 남녀의 사연이다. 결벽증이란 단어가 딱 맞게 인간관계를 극도로 피하고 하루에도 수십번을 닦고 또 닦아내도 덜어지지않는 불결함은 병적으로 표출하여 사회생활조차 힘든 상황인데다 일상도 보낼 수 없는 거부감이 쉼없이 침식해 자신마저 온전치 못함을 아는 코사카는 어느날 찾아온 불청객 이즈미에게 자신의 상황을 듣게 된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했기때문에 집에서 약간의 불법적인 일을 했던 코사카의 약점을 잡아 이즈미는 비슷한 사유로 등교거부를 하고 있고 불량끼가 있는 사나기 히지리라는 소녀를 돌보라는 억지스런 권유를 했는데 두 사람은 다가올 서로의 미래를 알지 못했다.
고장난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은 '벌레'라는 기생충인데 인간의 뇌에 침투하여 숙주로서 지배한다는데 사랑 또한 자신의 의지가 아니란 비밀을 안고 두 남녀의 스토리는 눈살을 찌푸릴정도로 안타깝게 진행된다.

누군가에게 세뇌되어 지배를 받는 삶은 과연 어떤것인지 솔직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사랑은 거짓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철썩같이 믿었는데 참신한 소재로 내가 ... 내가 아닌것처럼 지배되는 이야기에 인정하고 싶지않은 마음이 더 컷다.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단정하기란 쉽지 않지만 마음이 가는대로 몸이 움직이는 원초적인 이상이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이야기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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