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꾼다. 자주 꾸고 많이 꾼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작품을 그의 ‘문학 결정체‘라 불리는 [샤이닝]으로 첫 대면을 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지루함과 공허함을 탈출하기 위해 차를 타고 무작정 달리다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숲길에 차는 처박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소설의 주인공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숲길로 차를 몰고 왔는지 이유를 떠올려 보지만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됩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차가 지나 온 길을 떠올리며 차를 이 숲길에서 꺼낼 트랙터가 있을 만한 농가가 있었던가를 기억해 내려하지만 스쳐지나간 집들이라곤 헛간 지붕도 절반은 내려앉은 낡고 허물어져가는 집들뿐 사람이라곤 본 적이 없으니 눈까지 내리는 지금, 저 앞 숲속에 작은 오솔길이라면 어딘가로 이어질 테고 분명 거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차 열쇠를 돌려 엔진을 끄고, 재킷 주머니에 열쇠를 넣고, 이제 움직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밭을 걷기 시작합니다. 눈 위에 찍힌 내 발자국. 도움의 손길을 찾기 위해 더 깊은 숲속으로.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싸여 자신이 충동적으로 선택한 어리석은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지만 피곤이 몰려오고 나뭇가지를 지붕처럼 드리우고 있는 큰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 걸어갈 것인지, 다시 차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서 한 치의 틈도 없이 조밀하고 짙은 어둠 속의 무언가가 어둠과 분리되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샤이닝 Kvitleit‘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바로 그것, 순백색whiteness을 뜻하는 사람과 비슷한 그 무언가의 형체가 점점 더 가까워 지고, 점점 더 밝은 하얀색으로 빛이 나는 존재가 1미터도 안 되는 거리까지 다가와 멈춰서 있고 ‘나‘ 역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멈춰서 존재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데 어깨를 누르는 손길 같은 느낌이 사라지는 것을 인식하자 그때까지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눈을 떠 사방을 살펴보지만 이미 빛나던 존재는 보이지 않고 다만 나는 말합니다. 당신 지금 여기 있나요. 그러자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 그건 왜 묻죠. (34쪽)   

사람은 아닌 순백색의 존재, 이제는 빛은 사라지고 목소리로 곁에 있음을 알리는 존재, 그리고 숲에서 손을 잡고 걸어오는 두 사람의 형태를 띈 또다른 존재, 검은 양복을 입고 맨발로 눈 길을 걷는 존재까지 다가오고 사라지며 대화가 이어지다 또다시 커다란 바위가 있는 장소로 돌아와 허공 속을 걷는 그 순간까지 소설속의 ‘나‘와 동화 된 저 역시도 깊고 어두운 침묵의 숲을 함께 헤맨 기분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누군가 쓴 글로 마치 사후세계를 목격한 심정이라고 표현하면 이해할 수 있을지. 제게 욘 포세의 [샤이닝]은 어렵고, 깊고, 두렵고, 신비한 ‘가보지 못한 길‘처럼 느껴집니다. 너무나 집약 된 결정체를 성급하게 만난 것 같아 조금은 느슨하고 어쩌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밝은 숲길이 놓여진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짧은 데 그만큼 응축 된 힘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샤이닝 #욘포세 #장편소설 #손화수_옮김 #문학동네 
#2023노벨문학상_수상작가 #침묵도_언어다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해할 수가 없다. 불가해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이 깊고 어두컴컴한 숲속에 있다는 사실처럼. -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에 읽은 [아린의 시선]에 이어서 서미애 작가님의 장편소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을 읽게 되었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수정구 안에 달과 별과 나무와 눈, 그리고 소녀의 모습이 미스터리한 힘을 발휘하는 듯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어둠이 있어 빛나 보이는 별처럼 소설은 짙고 짙어 그 어둠의 끝이 어디일지 짐작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끌고 들어가 어떤 슬픔이 가장 고통스러운지 말해 주는 듯 다가옵니다. 

자동차 정비소의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우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보고 듣고,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불길한 느낌은 삼 년 전에 살해당한 딸아이의 소식처럼,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다 생각하며 묻어두고 살던 우진의 일상에 비수처럼 꽂혀 상처를 내고야 말았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절규, 딸의 죽음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어떤 설명도 없이 아내의 몸을 차지한 췌장암의 그림자보다 더한 절망으로 아내를 빠뜨린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옥상에서 뛰어내릴 만큼의 선택을 강요한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우진은 한순간 자신의 곁을 교통사고로 떠난 부모님 처럼 자신이 사랑한 가족들이 모두 떠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화장 된 아내의 유골함을 집으로 가져와 겉옷 주머니에 든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 진범은 따로 있다. ( 56쪽)

아내의 유골함에 햇살이 반사되어 우진의 시야로 빛을 던지고, 아내가 죽어가는 순간에 반복했던 그 말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 당신은...... 궁금하지 않아? 우리 수정이 ..... 왜 죽었는지?

별을 좋아해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던 딸, 세례명 조차 별을 뜻하는 ‘스텔라‘로 받고 싶어했던 딸, 수정이가 2014년 12월 22일, 열여섯 살 남자아이들 세 명에 의해 살해 되어 세상에서 사라진 그날 밤에 대해 진실을 아는 사람이 아내의 발인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동안 편지를 넣을 만큼의 거리에 머물며 직접나서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우진에게 살아남을 이유와 진실을 찾기 위한 행동을 이끌어 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엉켜들게 만든 실타래처럼 아내의 죽음에 딸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음을 알게 되고, 열여섯 살의 별 같은 딸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남자아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으리라 짐작했으나 소년원 수감은 커녕 봉사 활동과 교육 몇 시간으로 대체 되어 멀쩡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법은 정의로운 도구이거나 누구에게나 공편한 잣대가 아니다(210쪽)‘라는 사실을 우진은 깨닫게 됩니다. 

실타래의 끝을 잡고 진범을 추리하고 짐작하며 풀어가는 우진의 시선으로 딸 수정이와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딸을 살해한 아이들 중 한 명을 미행하다 그에게 쫓기던 딸 또래의 여자아이 세영을 구해 주며 우연히 보게 된 핸드폰 화면에 딸의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며 가려져 있던 진실에 한 발 다가가기까지, 그리고 수정이 살해 되었던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이야기는 잔인하고 비극적인 데 그 이유없음이 너무나 쓸쓸해 더 아프게 다가 옵니다.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을 읽으며 수정이가 살해 된 연도와 날짜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식 또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가 짐작이라도 하겠습니까. 규명 되지 않은 10년 전 그날, 고통속에 살아가는 남은 가족들, 돈과 권력으로 덮었던 그 아래에서 갖힌 진실을 밝히는 데 침묵과 외면으로 살아왔던 우리들이 이제는 나서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책을 읽을지 선택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때론 책이 자신을 읽어 줄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 같습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기이한 우연. 별이 된 아이들과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의별이사라지던밤 #서미애 #장편소설 #엘릭시르
#추리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생기를 잃어버린 빈방. 세월호 참사 일주기를 맞아 주인을 잃어버린 단원고 학생들의 빈방을 찍은 사진이 그것이다. ....

아이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일상이 그대로 빈방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 작가의 말 중에서


- P3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