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이발소 3 베이커리타운 스페셜 백과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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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이발소 3 베이커리 타운 스페셜 백과>는 앙증맞은 빵들이 등장하는 인기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브레드 이발소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 대한 깨알 설명은 빠지지 않지요. 더불어 이 만화가 어떠한 배경을 갖는지에 대한 설명은 책의 첫 머리에 수록된 브레드 이발소 세계관과 베이커리 타운 소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 집 아이들에게 브레드 이발소의 인기와 관심은 아직도 식을 줄 모릅니다. 책이 도착하고 순삭 독서를 마친 1호, 아직 한글을 모르는 2호는 제게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오네요. 2호와 함께 오랜만에 브레드 이발소를 만납니다.

여전히 귀엽고 깜찍하며 개성 있는 다양한 빵 캐릭터들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짐작케 하지요. 책은 지금까지 방영된 브레드 이발소 시즌 1부터 3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과 하이라이트를 실었습니다. 그렇기에 브레드 이발소를 처음 접하는 독자나 내용을 중간에 빠뜨린 독자들에게 대략적인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맵이 되어주지요.

책의 제목과 같이 스페셜 백과인 것은 모든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을 총망라했다는 점이에요. 이 책 한 권으로 브레드 이발소를 사랑하는 어린이 독자는 애니메이션을 총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베이커리타운의 다양한 빵들이 천재 이발사 브레드의 손길을 거쳐서 어떻게 변신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캐릭터들의 before & after의 모습은 TV를 통해 본 반가운 빵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장입니다.

또한 브레드 이발소 애니메이션에도 러브 라인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다름 아닌 커플 빵 이야기입니다. 시즌 1부터 3까지 등장하는 캐릭터들 가운데 커플로서 만나게 된 다양한 빵들이 있어요. 이들을 커플로서 소개하는 코너는 이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짤막한 비하인드를 다루기에 시즌 1부터 정주행하는 독자들에게 스토리의 사전 이해도를 높여주지요.

각 챕터의 끝에는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 같은 그림, 다른 그림, 그림자, 퍼즐 조각, 숨은 그림, 미로 찾기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가 수록되어 있기에 어린이 독자들은 지루할 틈이 없어요. 우리 집 2호는 나이가 어려서인지 내용보다는 쉬어가기 코너의 활동을 더 좋아했어요.

책의 마지막은 베이커리타운의 알쏭달쏭 퀴즈가 수록되어 브레드 이발소를 사랑하는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도를 체크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지요.

 

 

양장본에 깔끔한 삽화와 선명한 컬러로 가독성이 좋아요. 재미있는 스토리와 집중력 짧은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한 액티비티의 조화를 통해 책의 구성을 알차게 만들었습니다. '서울문화사'에서 이전에도 브레드 이발소 책들을 출간한 것으로 압니다. 확실히 어린이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기에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와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는 노하우가 돋보이네요.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들이 함께 읽어도 흥미를 유발케하는 애니메이션 북입니다. 각 시즌의 내용들이 재미와 교훈을 적절히 믹스했기에 요즘처럼 부수고 파괴하는 네거티브한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할 수없이 교육적인 만화임은 분명해요.

책을 단지 흥미 있는 애니메이션 필름북 정도로만 보면 이 책이 주는 큰 것을 놓치게 돼요. 아이와 함께 책을 조금 유심히 읽다 보면 실패와 도전, 우정과 사랑, 아픔과 회복, 오해와 이해, 좌절과 희망, 다툼과 화해와 같은 매우 교훈적인 내용들이 책의 전면에 가득해요.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본 요소들이 아이들의 정서에 매우 긍정적인 자양분이 되리라고 여겨져요. 배움적인 부분에서 아주 좋은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곧 있으면 어린이날이 다가오네요.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고민하는 부모님들과 삼촌&이모들에게 이 책은 또 하나의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요. 처음에만 반짝 관심을 갖고 이후에는 쌓여만 가는 장난감보다는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서 읽을 수 있는 <브레드 이발소 3 베이커리타운 스페셜 백과>같은 애니메이션 북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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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 2 : 취업만이 답일까? 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 2
존 리 지음, 동방광석 그림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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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펀드매니저 '존리' 대표는 1권에 이어 <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 2권 : 취업만이 답일까?>를 통해 청년들의 부자 여행의 여정을 흥미롭게 이어간다.

1권에 이어 2권도 내심 기대했다. 1권의 주인공 꼬마들이 어느새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2권에서도 동네 도서관 사서로 분한 '존리' 선생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아등바등하는 주인공 '율이'와 '민영'에게 창업을 권한다. 실패라는 리스크가 상존하는 창업의 위험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 하는 창업. 책의 주인공들 또한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회적 불문율에 순종하며 존리 선생의 창업 예찬론을 애써 무시한다.

율이는 취업 재수생으로서 번듯한 기업 신입사원 채용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민영은 알바를 하며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은 창업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며 오해임을 밝힌다. 100: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입사 시험이 창업보다 더 위험하고 고되다. 존리 선생은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애들이 전부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몰리기에 오히려 창업은 경쟁률이 떨어지는 블루오션임을 주장한다. 그야말로 경제 전문가 다운 역발상이다.

또 다른 주인공 '지우'는 고교 졸업 후 일찌감치 창업을 계획해서 자신의 사업을 오픈한다. 책은 취업에 성공한 '지수'와 취업 전쟁 중에 있는 율이와 민영, 창업을 선택한 지우의 각기 다른 삶을 비교 조명한다. 사회 초년병으로서 출발선상에 서 있는 이들의 인생 종착지에서의 결말을 독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존리 선생은 부자가 되기 원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눈을 돌려야 할 이유와 당위성을 너무나 쉽고 흥미롭게 설파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 후 지명도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 길만이 성공적 인생의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시대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존리 선생은 청년들의 인생길에 취업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님을 말한다. 안전과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해버리는 창업의 무한 가능성은 창업이 가져다주는 시혜와 비례한다.

 

 

우리 집 1호와 함께 읽었다. 공부만이 정답이고 공부를 통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만이 인생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여기는 사고의 폐쇄성이 내 안에도 있다. 스스로가 그런 학교생활을 해왔고 교실이 내뿜는 질식사의 고통을 감내했던 사람이었음에도 내 아이에게 그 지난한 통증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럽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파릇하게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창의성에 일방적 주입이라는 강산성의 약품을 뿌려대는 공교육의 폐해를 알면서도 보내야만 하는 아픔이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온다.

존리 선생의 표현을 응용해 본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고,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반드시 취업만이 아닌 다른 길이 있음을 가이드 해주는 일의 중요성을 부모가 인지해야 한다. 책 속 존리 선생은 2권에서도 창업과 더불어 꾸준한 주식과 펀드 투자를 강조한다. 커피 사 먹지 말라! 자동차 사지 말라! 하고 싶은 것 다 해서는 안 된다! 푼돈 아껴서 주식 사고 펀드 사라!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사인은 노인 빈곤. 젊고 힘이 있을 때 노후를 대비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무사안일한 경제관념에 경종을 울린다.

1권에서 아이들 학원비로 펀드를 가입시켜 준 존리 선생의 혜안이 놀라웠다. 완독 후 나 또한 우리 집 아이들의 이름으로 주니어펀드를 가입했다. 금수저를 물려줄 수 있는 부모가 아니기에 아이들이 받는 세뱃돈과 각종 용돈, 잔 수입을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20년 이상 장기간 묻어두었다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열어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경제 타임캡슐이다.

책의 요지는 이렇다. 취업만이 정답이 아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남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창업을 통해 나를 위해서 일하라!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한국만큼 창업을 도와주는 나라도 없다! 돈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돈이 나를 위해서 일하도록 하라! 그것은 주식과 펀드밖에 없다.(물론 수익형 SNS 운영도 있다)

한 권의 만화책이지만 너무나 훌륭한 경제 교육서 같다. 경제관념 제로였던 내게 쉽고 흥미롭게 주식과 펀드, 창업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가르쳐준다. 책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토론하며 실천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에 매우 효용성이 높다. 재능에 기반한 창업,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의 방법을 배우기에 안성맞춤인 책, 3권은 펀드에 대한 내용이란다.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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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를 바르게 받아야 하는가 케빈 드영 시리즈 3
케빈 드영 지음, 김수미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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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빈 드영'은 개혁주의 목회권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는 목사이자 저술가로서 미국 '대학 개혁파 교회'의 담임 목사다. 지난해 <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라는 탁월한 저작을 통해 받은 인상이 아직도 깊다. <왜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를 바르게 받아야 하는가>는 수많은 미신과 오해로 점철된 하나님의 음성 듣기에 관한 바르고 건강한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책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의미를 성경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신자들의 비뚤어진 이해를 재정렬 한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성경적 원리와 하나님의 인도 방식은 우리의 삶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게 한다. 하나님은 삶의 방향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보신다. 삶의 외적 측면이 가진 화려함이 아닌 내적 삶의 견실함이다. 저자는 성경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성화임을 강조한다.

7장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잘못된 방법을 나열한다. 주로 은사주의 단체와 교회에서 단골로 써먹는 비성경적 하나님의 음성 듣기 콘텐츠에 대한 성경적 지적이다. 열린 문, 양털 시험, 무작위 성경 구절 뽑기, 주관적 느낌 의존 등...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바른 하나님의 음성과 인도를 구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세 가지 바른 방법이 등장하는 8장은 책의 백미다! 그러나 독자가 "금 나와라! 뚝딱!"과 같은 솔루션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성경은 어디에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갈 길과 삶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고 명확하게 인도하시겠다는 말씀이 없다. 우리가 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성경적 지혜'다.

하나님의 뜻과 인도는 성경적 지혜로부터 도출된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지혜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이쯤 되면 뭔가 하나님의 음성을 신비적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시시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성경이 판례집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경은 이 아파트를 구입할 것인가?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할 것인가? 어떤 대학교에 진학할 것인가? 저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와 같은 구체적 정황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는 곧 성경적 원리를 배우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른 신자의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이 결정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이웃에게 사랑과 덕을 베풀 수 있는 결정인가?

 

성경을 연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귀 기울이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그것이 위기의 순간에서뿐 아니라 생명의 길로써 최상의 행동방침이다. p129

 

 

나 또한 한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직통계시의 은사주의 단체에 광적으로 깊이 경도되었던 적이 있었다. 신학적 회심을 경험한 직후 그러한 행태들이 얼마나 비성경적인 일인지를 깨달았다. 새해만 되면 조국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말씀 구절 뽑기는 은혜라는 미명하에 하나님을 삼류 신으로 전락시키는 미신적 행태다.

주관적 느낌 속 마음에 평안함을 주셨기에 하나님의 음성으로 여긴다? 그러나 평안함이 모두 하나님의 음성은 아니다. 때로는 불편함과 고난과 고통의 길을 걷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음성과 인도일 수도 있다. 하나님의 사인을 구한다는 명목하에 행하는 소위 양털 시험 또한 하나님을 시험하는 가증스러운 행위다. 기드온의 양털 시험은 사사 기드온의 하나님을 향한 불신과 비겁함의 상징이다.

수많은 신자들, 특별히 청년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인도하심을 구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누구와 결혼해야 할까? 어느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책의 마지막에 이 두 가지 주제들을 명쾌하게 다룬다) 정말 확실한 무엇인가를 듣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한없이 기도만 하며 기다리는 것을 경건함으로 둔갑시킨 병든 세대다.

 

우리는 불안하고 정처 없는 비겁함을 영적으로 둔갑시키고 그것이 수동성이 아니라 경건함으로 느끼게 만든다. p155

 

케빈 드영이 강조하는 가장 큰 주제는 바로 하나님의 섭리다. 하나님의 광대한 계획과 우주적 섭리를 신뢰하는 신자라면 비성경적이며 비도덕적인 일이 아닌 이상 무엇이든 하면 된다. 그러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걸어가는 삶이다. 하나님의 인도를 무엇인가 거창하고 신비적인 무엇으로 여기는 건전치 못한 영적 의존성이 신자, 특별히 청년 신자들의 삶을 어리석음과 불확실성, 수동적 게으름으로 이끈다.

이 책의 원제가 무엇인지 아는가? 책의 원제가 케빈 드영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JUST DO SOMETHING"(그냥 무엇이든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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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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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요 성학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권의 윤리학 책을 집필했다. 그중 한 권이 그의 아들 '니코마코스'가 아버지의 가르침을 재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본서의 중심 주제는 행복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이 놀랍다. 그는 인간의 행복을 즐거움 속에서 찾았고 그것을 윤리라는 도덕 개념 안에서 구현했다.

이 비범한 고대인과 우리들의 두드러진 차이는 윤리를 선악의 개념이 아닌 즐겁고 좋은 것이라는 주관적 느낌 속에서 찾았고 그것을 행복의 준거로 삼았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말하는 행복이 인간 개인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좀 더 넓은 공동체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라는 점이다. 즉, 행복의 범위가 매우 광의적이다. 이는 그가 살던 고대 그리스가 도시 국가로 이루어진 공동체적 문화였다는 시공간적 배경에 대한 선지식을 통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말하는 미덕의 개념이 탁월하다. 모든 존재가 자신의 본성에 걸맞은 것이 바로 미덕이다. 집 지키는 개가 집을 잘 지키는 자신의 본성에 걸맞으면 개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미덕이다. 사람이 사람다우면 그것도 미덕이다. 사람이 사람 같지 않기에 미덕이 없다. 더불어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중용의 상태를 미덕으로 보았다. 세상은 항상 넘침과 모자람으로 불행하다. 더 많이 가지려고 살점을 뜯으며 아귀다툼 하기에 불행하다. 반면 지나치게 가진 것이 없어 최악의 빈곤 속에서 불행하다. 적당하게 중간을 유지할 수 있을 때 행복하며 이것이 또한 미덕이다.

아울러 그는 인간의 행복이 이성과 지성의 활동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즉, 먹고 싸는 짐승 같은 삶에는 행복이 없다. 감각적 지각은 동물들에게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성과 지성을 활용한 행복 추구는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행복을 말초적 감각 속에 국한시키기에 인간은 불행하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에 불행하다. 이는 이성과 지성의 활동이 아니기에 동물이 느끼는 원초적 행복, 그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책의 마지막 챕터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의 결론을 제시한다. 부족함과 결핍이 채워졌을 때 인간은 행복할까? 과연 그럴까? 최신형 사과 패드를 구입한다. 며칠간 행복에 겨워 남이 만질까 애지중지한다. 허니문 시간이 지난 후 책상 어딘가 처박혀 있는 사과 패드의 모습이 우리의 행복이 소유에 있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결핍의 충족은 일시적 즐거움이며 곧 사라질 한시적 만족이고 그렇기에 미덕과는 관련이 없다.

 

 

위대한 지성이 논증하는 인간 행복의 귀결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일이며 가장 신적인 일과 닮은 것이다. 이는 바로 직관적 지성을 통한 관조적 활동이다. 그것은 증명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 참된 진리인 제1원리를 인식하는 활동이다. 철학적 지혜를 통한 직관적 지성과 학문적 인식을 사용한 제1원리를 이해하는 철학적 삶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삶이다.

그런데 철학 하는 삶이 정말 행복할까? 철학 하는 삶은 또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사유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을 멈출 때 인간은 짐승이 된다. 인간만이 가진 이성과 직관적 지성을 사용해서 생각을 멈추지 않을 때 인간다움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생각을 멈추는 인간들이 많기에 세상이 엉망이 되어가는 현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2400년 전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는 행복을 개인적 삶의 영역에 국한시킨 것이 아니라 서두에서 밝혔듯 공동체적 범주에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행복과 연결될 때만이 의미가 있다. 일단의 개인들만이 행복하고, 공동체 대다수 사람들은 불행하다면 그곳은 불행한 공동체며 병든 사회다. 나와 내 가족만 행복하고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 속 행복의 공동체성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개념이 실로 놀랍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 인간다운 행복의 기준은 화창한 봄날 담장 아래 쌓였다가 어느새 녹아내리는 잔설처럼 우리의 내면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고대의 탁월한 지혜자가 말하는 윤리의 독특한 개념 속 행복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

 

소유의 유무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감각적이며 생리적인 쾌락 행위의 지속성에만 행복 딱지를 붙여주는 중용을 잃어버린 세상 속 그의 가르침이 심히 역설적이다. 고전이 뿜어내는 지적 열기가 사뭇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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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재발견 - 뇌과학이 들려주는 놀라운 감사의 쓸모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지음,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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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재발견>, 제목부터 흥미롭다. 책은 언론인과 심리학 교수라는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지닌 네 명의 저자들이 공저했다. 감사가 실종된 세대 속 감사에 대한 의식적 환기이며 이것을 책으로 엮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끌린다. 감사보다는 불평에 익숙한 인간이기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내게 없는 것을 보고 불평한다.

감사는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순응하는 방식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아가는 개미들에게 요구되는 감사는 강자들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조정 시스템 속 순종 백신이다. 이처럼 감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감사에 대한 뿌리 깊은 심정적 오해에 기인한다. 책은 이와 같은 감사에 얽힌 오해를 불식시킨다.

감사는 행위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실존적 인정이다. 누군가 나에게 좋은 일을 해주었을 때 그 행위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의 필요를 알고 도움을 줄 만큼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발견이다. 이처럼 감사는 인간의 본성과 실존에 대한 탐구이며 관심에서 시작된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우리의 삶 속에 감사가 더 쉬워진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겨울 죽음의 행군을 하는 중 동료 죄수가 따뜻한 자신의 코트를 건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해 보는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결과가 흥미롭다.

타인의 선행으로 인해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 해소와 통증 경감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감사의 정서가 사회적 유대와 스트레스 완화라는 신경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실험의 결과는 놀랍다. 이렇듯 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존되어 있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 더욱더 건강해진다. 그리고 그 표현이 감사를 수반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출근길 교통정체로 입에서는 짜증 섞인 육두문자가 터져 나온다. 직장에서는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 난 상사와 힘든 일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얄미운 동료의 행동이 뒷목을 잡게 한다. 집에서는 이유 없이 빽빽 울어대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제때 갖다 버리지 않은 배우자의 무심한 행위에 심기가 불편하다.

일상 속 감사의 실천은 쉽지 않다. 저자들은 누구에게나 있는 위와 같은 스트레스 최정점의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묘책을 처방한다.

'부재 상상',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사라진다면?

빽빽 울어대는 아이들이 내 인생 속에서 사라진다! 가사를 돕지 않는 배우자가 없어진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없어 실업자가 된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삶 속에서 사라질 때 느낄 그 극심한 슬픔과 상실감은 끔찍하다.

부재 상상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네거티브한 정황을 긍정의 관점으로 재배치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치 않은 것이 될 때 인간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직면한다. 결국 인간은 우리 삶이 너무 당연하다 여기기에 감사하지 못하는 존재다.

"내가 가진 것은 마땅히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노력했으니 나는 이만큼 누려야 한다. 나는 자격이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근원적 대답은 No! 내가 잘나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리의식을 내려놓을 때 감사할 수 있다.

 

인생은 쟁취할 권리가 아니라 감사해야 할 선물이다. p101

 

학교, 교회, 직장, 가정할 것 없이 사회 곳곳 감사 일기 쓰기가 열풍이다. 긍정심리학의 결과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감사를 표현할 때 호혜적 가치는 증가한다. 감사는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상호의존적 인간의 내면적 본성에 대한 밀도 있는 이해다. 어느 것 하나 나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은 없다. 아침마다 나의 잠든 신경을 깨워주는 진한 아메리카노 커피 원두 하나도 내게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음을 인지할 때 감사의 기도가 나온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오만의 문화 속 감사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결국 감사도 불과 몇 십 년 후 화장터 화장로에 들어가 누워있을 자기 실재를 인정할 수 있는 겸손한 사람들의 본성적 행위다. 감사에 서투른가? 감사가 가진 참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본서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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